[청로 이용웅 칼럼] 북한의 추석(秋夕)과 <조선의 민속전통>의 “민속명절의 계승발전”

기사입력 2018.09.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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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추석-북한 어느 가정의 성묘 사진.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북한 <로동신문>은 김정일이 사망하고 난 다음에 맞은 2012년 추석날 “다심한 은정은 추석날에도”와 “선군시대에 더욱 활짝 꽃펴나는 민속전통”라는 기사를 실었다. 앞 기사에는 김정일이 1987년 10월 어느 날 “산소에 가는 사람들이 날씨가 좋아야 하겠는데…”라고 했고, “앞으로 추석날이 오면 그저 묘 보러 갈 사람들은 가라는 식으로 하지 말고 교외뻐스 운행도 조직하고 필요하면 일군들의 승용차까지 뛰게 하며 거리가 먼데는 철도에서 림시 렬차를 편성하여 운행하게 하여야 한다고 일일이 가르쳐”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뒷 기사에는 “추석과 같은 민속명절들을 뜻 깊게 쇠도록 은정어린 조치를 취해주시고 이런 날에는 우리 인민들이 어떤 음식을 해먹고 어떤 유희오락을 놀았는가에 대하여 하나하나 깨우쳐주신 분도 다름 아닌 우리 장군님이시였다. 언제인가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일군들에게 우리 나라에 민속으로 내려오는 명절이 몇이나 되는가고 물으신 적이 있었다. 선뜻 대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일군들에게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조선사람에게는 추석날에는 산소에 가는 것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풍습들이 있는데 이런 풍습들을 사회주의생활양식에 맞게 잘 살려나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몸소 그 유래에 대하여서까지 설명”해 주었다고 기술했습니다.

 

추석(秋夕)! 추석은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가배일(嘉俳日), 한가윗날로 부르기도 하며, 음력 8월 15일에 치르는 명절로서 설날과 더불어 한국인에게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명절입니다. <삼국사기>에는 “왕이 6부를 정하고 나서 이를 반씩 둘로 나누어 왕의 딸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각 부(部) 안의 여자들을 거느리고 무리를 나누어 편을 짜서 가을 음력 7월 16일부터 매일 아침 일찍 큰 부(大部)의 뜰에 모여서 길쌈을 하도록 하여 오후 10시경에 그치는데, 음력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적의 많고 적음을 헤아려 진 편은 술과 음식을 차려서 이긴 편에게 사례하였다. 이에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를 모두 행하는데 그것을 가배(嘉俳)라 하였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추석의 전날(음력 8월 14일)부터 다음날(음력 8월 16일)까지 3일이 공휴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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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추석-<조선의 민속전통> 44쪽 복사.

북한의 추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1985년 이전의 한국과 같이 추석 당일 하루공휴일입니다. 1967년 5월, 봉건 잔재를 일소하라는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음력설을 비롯한 민속명절을 공식 금지했습니다. 그러다가 1972년부터 추석에 한해서 성묘 등이 부분적으로 허용했고, 이후 김정일의 조선민족제일주의 주창에 의해 1988년 추석을 시작으로 음력설, 단오 등을 민속명절로 부활, 휴일로 지정했으며, 2003년부터 양력설 대신 음력설을 기본 설 명절로 쇠게 하고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집에서 따로 차례를 지내지 않고, 차례 음식을 준비해 성묘를 가기도 합니다.

 

북한의 <조선의 민속전통>은 “8월 추석”란 제목의 글에서 “추석은 우리 인민이 옛날부터 쇠는 명절입니다...기록에 의하면 우리 선조들은 삼국시기에 이미 8월 추석을 큰 명절로 쇠군하였습니다. 그러니 추석은 삼국 초기나 그 이전시기부터였을 것입니다.”라고 하고, “추석은 우리 인민들이 풍년농사를 지어놓은 기쁨을 안고 즐기는 날이었고 돌아가 조상들을 위하여 지성을 표시하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남과 북이 낱말 표현은 차이가 있지만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그리고 “근래에는 추석달을 바라보며 소박한 꿈이 담긴 시와 노래를 읊거나 부르기도 하였다.”고 했습니다. 남과 북이 낱말 표현은 차이가 있지만 내용은 거의 같은데...추석 때 남쪽에서 “반달”을 노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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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필자의 2018년 추석 인사장.

 북한의 명절! 민속명절과 사회주의 사회에 맞추어 새롭게 생성·발전된 명절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민속명절은 단오·추석·설날·한식 등이며 이 가운데 추석은 1988년, 설날과 단오는 1989년에 공휴일로 제정되었고 이후 명절을 사회적으로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존립 이유와 유관합니다. 사회주의적 명절은 국가적으로 대규모 행사가 곁들여지는 명절(김일성 생일, 김정일 생일, 조선인민군창군기념일,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일, 헌법절, 9·9절), 계층과 직업에 따른 기념명절(공군절, 해군절, 건설자절, 금속노동자절, 광부절, 일급노동자절, 6·6절, 방송절, 식수절, 지방산업절, 지질탐사절, 철도절, 출판절, 체육절, 교육절, 어부절 등), 민족해방운동과 국제적 기념일(해방기념일, 보천보전투승리기념일 등)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명절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입니다.

 

<조선의 민속전통>의 “7.민족명절의 계승발전”을 보면, ”우리 인민은 무엇보다도 민족의 태양이시며 전설적 영웅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탄생하신 4월 15일과 주체위업의 계승자이시며 우리 인민의 친애하는 지도자이신 김정일동지께서 탄생하신 2월 16일을 민족 최대의 경사의 날로, 민족적 명절로 성대히 맞고 있다. 오늘 이 두 명절은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세계 수많은 나라들의 공동의 명절로 쇠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상한(?) 문장입니다.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이 명절로 쇠고 있다는 것인지...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2018년의 추석! 대한민국은 9월 21일부터 대이동이 시작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추석 특별교통대책 기간(21~26일)에 전국에서 3664만 명이 고향에 가거나 국내외 여행에 나서리라고 예측했습니다. 귀성 기간에 2092만 명, 귀경 기간에 1572만 명입니다. 하루 평균 611만 명으로, 작년 추석(628만 명)보다는 줄었지만 그래도 평소(321만 명)의 2배에 가깝습니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올해 연휴 기간 닷새 동안 하루 평균 9만 명씩 총 45만 명이 해외로 떠난다고 집계했습니다. 그러면 북한 주민들은? <조선의 민속전통>에 있는 것처럼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라는 노래만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노래는 남과 북이 같은데!

 

“달이 유난히도 밝은 밤. 지붕 위에 박이 또 다른 하나의 달처럼 화안히 떠오르는 밤.”(박화목/호접)! 그 밤이 아름다운 추석! 필자가 모든 분들께 추석 인사를 드립니다.-“천고마비(天高馬肥)와 구추풍국(九秋楓菊)의 계절에 맞은 한가위에 고마운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靑魯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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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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