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교황 방북 초청 종교 인권 기폭제

기사입력 2018.11.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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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1991년 북한 외무성에 교황 초청 준비팀이 생겼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평양에 오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김일성은 동구가 무너지고 한·소, 한·중 수교가 진행되자 외교적 고립을 벗으려 교황 평양 방문을 꾀했다. 하지만 아들 김정일은 생각이 달랐다.

 

교황 방문이 몰고올 후폭풍이 두려웠던 모양이다. 김정일의 뜻을 읽은 북한 관료들이 적극 뛰지 않았다. 두 달 만에 외무성 준비팀도 해체됐다. 광복 직후 북한엔 성당 57곳과 신자 5만2000명이 있었다. 공산화와 6·25를 거치면서 대부분 사제와 신자는 월남하거나 순교했다. 지금 평양교구는 사제도, 신자도 없는 '침묵의 교회'다. 마지막 평양교구장인 홍용호 주교는 1949년 북한 정권에 체포돼 정치범 수용소에서 숨졌다.

 

북한엔 조선가톨릭교협회라는 단체가 있고 평양에도 장충성당이 들어섰으나 관제 성당, 가짜 신자들이다. 북한 헌법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다지만 그 말을 믿고 종교를 믿다간 목숨을 잃거나 수용소로 간다. 북에는 김씨 왕조 종교 외에 다른 종교는 체제 위협일 뿐이다. 한국 천주교는 북한 신자들을 잊지 않고 있다. 1975년 김수환 추기경을 시작으로 서울대교구장이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직해 이북 동포들이 신앙의 자유를 되찾도록 기도(祈禱)한다.

 

 2015년부터는 북한 지역 옛 성당 57곳 중 한 곳을 정해 매일 기도하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했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에게 교황 평양 초청 아이디어를 주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다음 주 바티칸 방문 때 이를 전달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년 전 카스트로 치하의 쿠바를 방문했다. 쿠바의 변화에 일조한 방문이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79년 공산 정권 폴란드를 방문해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 운동을 싹틔웠다. 교황의 폴란드 방문이 동구 공산권 붕괴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양에 간다면 환영할 일이다. 김정은은 국가 이미지를 바꾸고 국제 고립에서 벗어나려고 교황 초청 아이디어에 응했을 것이다. 엄청난 인파를 동원하고 가짜 신자들을 내세워 큰 쇼를 벌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북에 ‘사랑’과 ‘믿음’의 공기가 스며들어 간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교황청이 방북 초청을 수락할지는 확실치 않다. 교황의 사목 방문은 원칙적으로 교회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1991년 사회주의 체제 붕괴 때 북한이 교황 방북을 추진했지만 당시 교황청이 진짜 신도를 데려오라고 요구해 무산됐고 2000년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비슷한 제안을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 직전 “남북 대화가 결실을 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공표할 만큼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깊다.

 

교황은 2014년 미국과 쿠바가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데도 특별한 역할을 한 바 있다. 김정은의 교황 초청은 올 초부터 시도해온 정상국가화 행보의 하나로 보인다. ‘종교의 자유가 있으며 평화를 추구하는 정상국가’인 것처럼 포장함으로써 고립된 핵 도발 국가 이미지를 탈색시켜 대북제재의 완화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 김정은의 의도가 무엇이든 교황의 방북이 이뤄지면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열악한 인권과 종교 탄압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오랜 증오나 편견 등에 의해 평화가 사라진 다른 분쟁지역에서는 조건 없는 화해와 사랑의 메시지가 평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는 북한의 핵개발에 평화가 볼모로 잡혀 있는 상황이다. 무조건적인 화해와 관계 개선만을 강조하면 핵무장한 북한을 인정하고 공존하라는 왜곡된 메시지로 변질될 수 있다.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신중히 이뤄진다면 지구상 최악의 인권 탄압국인 북한에 인권의 빛이 비치게 될 것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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