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태양의서커스와 동춘서커스”와 한반도 곡예와 교예

기사입력 2018.11.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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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동춘서커스단 포스터.jpg
대한민국 동춘서커스단 포스터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최근 일간지 <중앙일보>에 문화팀 기자가 쓴 “태양의서커스와 동춘서커스”가 실렸습니다. 대한민국의 ‘서커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반가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한국 유일의 서커스단! 동춘서커스단은 1925년 일본인의 서커스단 직원이었던 동춘 박동수에 의해 창단된 대한민국 최초의 서커스단입니다. 2009년 11월 15일 청량리 공연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었는데, 서커스단을 살리자는 국민 여론이 형성되고 모금 운동이 벌어졌고, 그해 12월 16일 문화관광부 전문예술단체로 등록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 대부도에 자리를 잡고 이 곳을 기준으로 정기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상당수의 단원이 중국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화팀 기자가 본 캐나다 서커스 ‘태양의서커스’! 10월 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빅톱시어터(첨단 야외 텐트극장)에서 시작된 내한 공연 ‘쿠자’가 개막 전 선(先)예매로만 100억원 어치 티켓을 팔았고, 연말까지 매출 2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연장에서 만난 ‘쿠자’는 “아찔한 공포 그 자체”입니다. 2500여 석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스릴 넘치는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긴장감을 즐겼습니다.

 

문화팀 기자는 뒤 이어 대한민국의 동춘서커스단을 찾았습니다. 그는 “아홉 개의 곡예 사이사이에 광대들의 코미디와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집어넣은 태양의서커스와 달리 동춘서커스는 18가지 곡예를 마치 학예회 장기자랑하듯 펼쳐놓기만 했다. 무대와 의상·조명·음악 등의 수준 차이는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였다. 똑같은 난이도의 곡예를 보여준다 해도 긴장감·박진감 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썼습니다.


또한, 두 서커스단의 매출 규모 역시 격차가 큰데, 태양의서커스가 1984년 창단 이래 전 세계 450여 개 도시에서 1억9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고 연 매출은 8억5000만 달러(약 9600억원)에 달한 반면에 1925년 창단한 동춘서커스의 연 매출은 9억9000만원(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문화예술 비즈니스 사상 가장 성공한 모델로 꼽히는 태양의서커스”의 성공에는 본거지인 퀘벡시의 재정 지원도 큰 몫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동춘서커스의 본거지인 안산시의 재정지원은?

 

필자와 서커스의 만남은? 동춘서커스는 경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때 캠퍼스와 지척에 있는 마산 앞바다 돝섬에서 처음 대했고, 북한 서커스는 1991년 프랑스 파리7대학 불문학과 교환교수로 있을 때 파리에서 처음 만났고, 중국 서커스는 2013년 북경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 한국곡예협회가 있는데 아직 “곡예(曲藝)”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马戏’, ‘杂技团’라고 하고, 북한에서는 ‘교예’라고 합니다.

 

북한의 ‘교예’라는 용어의 어원은 중국어입니다. 《漢韓大辭典》(제4권)을 보면, “巧藝 ① 재주. 기예(技藝). 《晉書, 載逵傳》 少博學, 好談論, 善屬文, 能鼓琴, 工書畵, 其他巧藝, 靡不畢綜. ② 세설신어(世說新語)의 편명(篇名)”(945쪽)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에서 발간된 《大漢和辭典》(卷四)도 《漢韓大辭典》과 동일하게 기술했습니다. 북한의 <조선대백과사전(2)>은 ‘교예’를 “육체의 기교동작을 기본적인 형상수단으로 하여 사람들의 생활과 사상감정을 반영하는 예술. 고도의 부단한 숙련으로 이룩한 기교로써 인공적으로 조성해놓은 장애를 극복하거나 요술을 하는 과정을 통하여 또는 동물을 길들여 재주를 부리게 하는 과정을 통하여 인간의 최대한의 창조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예술”(642쪽)이라고 했습니다. 월간 <조선예술>에 ‘교예’라는 어휘가 처음 쓰인 것은 1972년 4월호입니다. 이 책의 “어버이사랑의 품속에서 태여난 교예”라는 글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해방 후 북한에서 쓰인 ‘곡예’나 ‘교예’를 영문으로 표기할 때는 똑같이 ‘circus’로 기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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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서커스단 태양의서커스-쿠자 포스터

 김일성은 “우리 교예는 당 정책을 선전하여야 하며 특히 민족적 특성을 살리면서 교예를 세계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간곡하게 교시”를 했습니다. 김정일의 <사회주의적민족교예를 더욱 발전시킬데 대하여>(평양교예단 료해검열사업에 참가한 일군들과 한 담화 1973년 12월 8일)! 김정일은 교예막간극이 남반부의 부패한 사회현실을 폭로하고 남녘땅에서 미제국주의자들을 내쫓자는 것으로 일관되게 할데 대하여 가르쳐주었는데, 많은 막간극들은 당 정책이 구현된 작품들로써 ‘미제침략자들과 그 앞잡이 남조선괴뢰들을 조소풍자하고 남조선의 부패한 사회현실을 예리하게 발가냄으로써 사람들을 착취계급과 착취제도에 대한 끝없는 증오의 사상으로 교양’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 자료에는 “교예예술이 인민들을 사회주의적 애국주의사상으로 교양하며 당 정책을 선전하여야 한다는 것은 혁명발전의 매 단계에서 당의 로선과 정책을 체육과 예술을 잘 배합하여 형상적으로 반영함으로써 근로자들에게 당의 정책을 해설 침투시켜주는 선전자로, 근로자들을 당 정책 관철에로 고무추동하는 적극적인 선동자로 되여야 한다는 것 을 의미하며 결국 교예예술이 철저히 당적인 예술로 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여 준다.”라고!

 

최초의 서커스 공연은 기원전 1세기경 줄리어스 시저의 통치 시절에 세워진 로마의 키르쿠스 막시무스라는 전차경기장에서 열렸으며, 현대식 서커스는 1768년 영국의 한 말타기 곡예사가 빠른 속도로 원형 공연장을 돌고 있는 말 등 위에 서는 방법을 발견하면서 비롯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인 예능인 서커스가 고대부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아 왔으며, 국가에서도 서커스 산업을 장려해 2,500년이 넘는 전통을 현재까지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제주도에서는 지금 ‘서커스 월드’라는 곳에서 오토바이쇼, 공죽, 비단천 등 중국 기예단의 아찔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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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교예-실황록화-평양모란봉교예단-공연 DVD 표지

 

북한에서는 교예의 역사를 기원전 무덤의 그림 벽화에서부터 찾고 있다고 있지만, 김일성이 독재정치 ‘선전자’로 시작한 ‘예능“이었습니다. 이를 김정일이 문학, 음악, 무용 등과 같은 반열의 ‘예술’로 만들었습니다. 북한은 ‘교예예술’을 ‘체력교예와 요술(妖術,magic), 동물교예, 교예막간극’으로 구분하는데, 남한에서는 요술을 마술(魔術,magic)이라고 합니다. 남한의 한 마술사는 2018년 9월의 남북정상회담 때 두 정상 앞에서 마술을 선보였습니다. 현 정부의 폭넓은 문예정책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동춘서커스단을 아는지 모르는지...현 정부는 한반도 문화예술 공부를 아주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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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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