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무비-4] '중경삼림(1994)', 우리에게 여전히, 'California Dreaming'을 꿈꾸게 만들다.

기사입력 2018.11.1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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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이 영화가 나온지도 벌써 15년이 다 되어간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 이 영화를 다시 관람한다면 양조위나 임청하의 지나버린 나이는 (가슴 아프게) 어쩔 수 없이 느껴지겠지만 영화 자체의 영상 스타일과 그 세련미, 자유롭게 스토리를 푸는 방식, 음악을 사용하는 법 등은 여전히, 요즘의 어떠한 영화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심지어 왕가위의 최근작들과 비교한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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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경삼림' 첫번째 러브스토리 장면 중에, 임청하, 금성무 / 출처=홍콩택동영화사]

 

스토리는 중국 반환을 얼마 앞두지 않은 홍콩을 살아가는 두 쌍의 남녀간의 러브스토리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실연에 빠져 유통기간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찾아나서는 형사(금성무)와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다가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금색 가발의 마약밀매업자(임청하) 그리고 역시 실연을 막 겪은 제복 입은 경찰(양조위)과 그를 짝사랑하게 된 음식점의 여자점원(왕정문)의 이야기이다. 이 두 이야기는 이상한 설정 속에서 어이없는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여러방식의 사랑을 이해하게 만드는 설득력도 지닌다. 왕가위가 그것들을 설득시키는 방식은 계산되거나 강요된 설득이 아니라, 자신의 영상 특기들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과 함께 한 스탭프린팅 기법 등- 과 홍콩을 바라보는 왜곡된 이미지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살아가는 캐릭터 상호간의 굳이 계산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서로간의 낯선 러브 스토리를 97분간 유려하게 펼쳐 놓으며 자연스럽게 그 감정을 체득하게 만드는 방식아닌 방식으로 표현되어 진다. 더불어 The Mamas & The Papas의 'California Dreaming'나 '몽중인(夢中人)' 같은 감각적인 음악은 영상 스토리 안에 기막힌 청각적인 감정의 더하기를 스며들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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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경삼림' 두번째 러브스토리 장면 중에, 양조위, 왕정문 / 출처=홍콩택동영화사]

 

행여 왕가위 감독의 의도를 세세하게 알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큰 문제없이 자기가 느끼는 만큼만 영화를 이해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인데, 왕가위 감독 조차도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즐겼다는 이야기도 들려올 만큼, 관객의 자유의지대로 보고 즐기면 되는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결국, 어렵게 생각해서 복잡한 플롯 구조를 찾아 나름의 해석을 만들어내는 도전을 해도 좋은 (감독의 그것과 일치를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영화, 반면 쉽게 생각한다면 아주 단순한 러브 스토리와 멋진 영상과 음악만 즐기면 되는 영화, 그것이 '중경삼림'이 가진 강점이자 많은 층위의 관객들에게 여전히 걸작으로 남는 이유일 것이다. 

 

왕정문이 CD로 'California Dreaming'을 들려주는 그 전환장면은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게 만들고, 그 순간,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홍콩을 날으는 그 비행기를 타고 내가 바라는 꿈의 세상으로 나의 연인과 날아가고 싶게 만드는 영화, 그것이 '중경삼림'이 아닌가 싶다. 

 


*'중경삼림' 전반의 디테일한 스토리나 구조, 스타일, 감독의 의도 등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정성일 평론가가 코멘터리를 한 DVD(혹은 블루레이) 특별판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건우 기자 geonwoo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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