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프리뷰] 『저니스 엔드』, 하나의 전투를 통해 전쟁의 비극을 제대로 체험하게 만들다.

기사입력 2018.11.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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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심도 깊은 전쟁영화로 호평을 받은  『저니스 엔드』가 2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 에서 언론 시사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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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저니스 엔드』 포스터 / 제공=스톰픽쳐코리아]

 

최근 만들어진 전쟁 영화 중 수작으로 꼽히는 『덩케르크』와 (좋은 의미로) 비교되는 영화가 『저니스 엔드』이다. (* 「Journey's End」는 군인에게는 '행군의 끝' 이라는 의미정도로 해석이 될 것 같다. 더 이상 행군을 할 수 없는 그 끝은 전쟁의 최전선이자 어쩌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의미하는 뜻일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영화 모두, 전쟁이 주는 비극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래도 『덩케르크』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답게 IMAX 포맷 등을 장착한 스펙터클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저니스 엔드』에는 많은 전쟁 영화가 주는 그러한 스펙터클은 거의 없다. 마지막 전투씬을 빼면 이렇다할 전투 장면도 없다. 그저 1차대전 중 실제 존재했던 한 전투의 좁은 참호 속에 투입된 군인(장교, 병사)을 마치 종군기자가 밀착 취재하듯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들을 지켜보는 것에 촛점을 맞춘다. 그 촛점의 많은 부분 중, 시도때도 없이 위스키를 찾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스탠호프 대위(샘 클라플린)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그 이유를 찾으려는 (아직 전투를 경험하지 못한) 신참 장교 롤리 소위(에이사 버터필드)의 시선은,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관객의 시선과 동일선상에 있다. 그리고 마침내 롤리가 처참하게 겪게 되는 전쟁의 비극을 관객도 똑같이 겪게 만들고 스탠호프가 부렸던 히스테리가 결국엔 짜증스런 히스테리가 아닌 전쟁의 공포로 인해, 평범했던 한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피폐해져 갔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어쩌면 정신의학적인 용어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영화가 잘 표현한 예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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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저니스 엔드』 스틸컷 / 제공=스톰픽쳐코리아]

 

 

이 두 인물 만큼 인상적인 캐릭터가 폴 베타니의 연기가 돋보이는 오스본 중위이다. 오스본은 스탠호프와는 다르게 전투 앞에서 초연해 보일 정도로 차분하고 오히려 상관인 스탠호프보다도 부대의 정신적 지주로 보인다. 그 역시 스탠호프 만큼의 전투를 치룬 장교지만 전쟁(전투)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보인다. 물론 그 역시 내면 깊숙히 억눌러 놓은 공포를 조금씩 내비치기는 하지만 끝까지 평점심을 잊지 않고 부대원들을 챙기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극단적인 공포(죽음)앞에서 오히려 초연함을 찾는 인간의 또 다른 유형을 오스본 중위를 통해 보여주려는 듯 하다.      
 
하나의 전투 속에, 이들 세 사람 외에도 등장하는 군인의 수만큼이나 인간이 전쟁을 대하는 태도 혹은 공포를 아주 다양하게 잘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저니스 엔드』이다.
 
 대부분, 전쟁 영화하면 스펙터클하고 액셔너블한 영상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지만 『저니스 엔드』에서 그것들을 찾으려면 실망하는 면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스펙터클의 자리를 대신한 롤리, 스탠호프, 오스본과 그외 등장 인물들의 전쟁을 대하는 시선, 또 하나의 전투를 앞둔 심리와 태도를 마치 나의 체험처럼 심도 있게 따라간다면 이보다 감정적으로 스펙터클한 전쟁영화는 없을 것이다.

 

 


[김건우 기자 geonwoo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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