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 ‘유치원 비리청산하자’

기사입력 2018.11.2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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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요즘 두 가지 사회 문제가 큰 이슈가 돼 있다. 공공기관 정규직화가 임직원 친·인척 잔치판이 된 사태와 사립 유치원의 비리다. 둘 다 문제점을 밝혀내고 원인을 찾아 고쳐야 한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은 공공기관 고용 세습 문제는 ‘별일 아닌데 야당이 떠든다’고 외면하고, 사립 유치원 비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발본색원한다고 한다.

 

야당은 그 반대로 한다. 둘 다 국민이 큰 관심을 가진 정책 문제인데 마치 ‘여당 것’이 있고 ‘야당 것’이 있는 양 한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인 사람은 정규직으로 조정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구내식당 직원이나 이용사가 정규직이어야 할 까닭이 없다. 그런데 공공기관 비정규직 ‘0’라면서 닥치는 대로 정규직화를 시켜준다니 임직원 친·인척들이 상대적으로 입사가 쉬운 비정규직으로 들어왔다가 정규직이 되는 편법이 횡행하게 된 것이다.

 

공기업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를 도둑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가 이것을 ‘공정’이라고 하겠나. 수박 한 통을 아이 100명에게 나눠 먹인 유치원 비리도 고용 세습 못지않게 심각하다. 유치원들은 “교육 공무원 비리가 더 많다” “개인 사업자에게 왜 엄격한 회계 시스템을 강요하느냐”고 항변한다. 사태 파악을 못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제 어린 자식이면 수박 한 통을 100명에게 나눠 먹이고 상한 감자를 반찬으로 주겠나. 3~5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나. 양심의 문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치원 30곳을 상대로 납품하는 곳의 직원이라는 사람이 ‘유치원 비리가 불거진 후 납품량이 확 늘었다’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귤·사과 등 주문량이 4배, 야채와 계란은 2배 늘었다는 것이다. 유치원들이 이제야 아이들에게 정상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 사실 확인은 안 된 내용이지만 개연성이 있다. 경기도 교육청의 ‘2017년 시민감사관 활동보고서’는 유치원들이 영수증을 조작해 차액을 빼먹거나 부실한 식재료를 구매하는 등의 사례가 만연해 있다고 고발했다.

 

사과 한 개를 12~15쪽으로 나눠 먹이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유기농 우유에 일반 우유를 섞어 먹이면서 간식비를 비싸게 받아내거나 간식으로 제공되는 시리얼에 물 탄 우유를 부어 먹이더라는 학부모 증언도 나왔다. 엉터리 멀건 국물에 나물류의 반찬만 제공하는 유치원도 있었다. 자기 아이들이었다면 절대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립유치원은 정부로부터 매년 2조원, 한 곳당 연평균 4억7000만원의 지원을 받는다.

 

전국 사립유치원 6153곳 중 한 번이라도 감사를 받은 곳이 2058곳이었고 그중에서 비리가 적발된 곳이 무려 1878곳에 달하는 것으로 국감에서 드러났다. 건수로 5951건의 비리가 있었고 289억원이 부정하게 사용됐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유치원 감사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시·도교육청별로 2013~2017년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고 유치원 비리 신고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또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유치원과 비리 신고가 들어온 유치원 등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종합검사를 벌이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민 여러분께는 송구하다”며 사과하고 “폐원하겠다는 사립유치원이 있는데, 아이를 볼모로 학부모를 궁지로 내모는 어떤 행위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립유치원들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심각한 비위도 있지만 고의성이 없는 단순 실수도 섞여 있다. 국공립유치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이 유아교육의 큰 몫을 책임져 온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거액의 예산을 받으면서 감사는 받지 않겠다는 태도는 누구도 납득시킬 수 없다. 병든 사회의 단면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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