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북한 김정은 ‘음악정치’와 김정일 ‘음악예술’

기사입력 2018.11.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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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간 조선 2012년 6월호-은하수음악회-장군님 식솔.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최근 한 대학교수가 <모란봉악단, 김정은을 말하다> 후속편을 출간했습니다. 그는 “책소개”에서 “우리 당의 친솔악단이며 국보급 예술단체./ 몇 천만 톤의 식량에도 비할 수 없는 거대한 힘./ 김정은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모란봉악단은 북한에서 의미 있고 특별한 날에는 어김없이 공연 무대에 오른다. ‘음악정치’라 표현할 만큼 모란봉악단의 위상은 대단하다. 모란봉악단을 보면 분명 김정은이 보인다. 북한판 걸그룹이라 불리며 우리 사회에서도 남다른 주목을 받는 모란봉악단은 공연마다 김정은의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한 일간지는 위의 책을 소개하면서 평양의 한 할머니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평양 서성구역에 사는 한 할머니는 이른 아침 모란봉악단 공연티켓을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매표소 현장에 도착해보니 먼저 와있는 사람이 수 십 명이 됐습니다. 할머니는 보급원에게 “늙은이가 언제 또 이런 희한한 공연을 보겠나. 이왕이면 앞좌석의 관람표로 달라”고 사정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미안합니다. 앞좌석 관람표는 이미 다 나갔습니다”라는 얘기였습니다. 겨우 두 장을 구해 집에 돌아오니 5명이 가족이 저마다 성화였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대학에 다니는 손녀의 떼질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손녀를 위한 일이라면 늘 극성이던 할머니도 이번만은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앞길이 9만리 같은 너희들이야 훗날에도 기회가 있을 터이니, 이번만은 일흔 넘은 이 늙은이가 먼저 가자꾸나”라는 김 할머니의 말에 가족 모두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2018년의 한반도 정세(政勢)는 한치 앞을 못 볼 지경입니다. 북한 악단의 역사를 담은 책은 그렇다 치고, 할머니의 얘기는 과거의 신문에서는 읽을 수 없었던 기사입니다. 일간지는 북한 관영매체들이 전한 이런 에피소드는 북한에 불어 닥친 악단공연 관람 붐을 엿볼 수 있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로동신문>에 따르면 국가예술공연운영국으로 공연 관람과 관련한 전화가 이어지고, 각 지구보급소 주변은 관람표를 사러 오는 사람들로 이른 새벽부터 흥성인다고 합니다. 이 기사만 보면 평양은 서울과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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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음악예술 자료-주체예술의 위대한 년륜

 

신문은 <모란봉악단, 김정은을 말하다>에 따르면 음악단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각별한 관심은 집권 초반부터 나타났으며,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권력을 거머쥔 김정은은 모란봉악단을 출범시켰으며, 부인 이설주를 세상에 처음 알린 곳도 이 악단 창단 공연자리이며, ‘음악 정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고 했습니다. 책 저자는 ‘모란봉악단과 김정은’의 관련기사만 모아 책으로 만들었지 북한음악의 실체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음악 정치’는 이미 김정일 시대에 존재했습니다. 그래도 저자는 “북한의 악단 정치를 연구하면서 김정은에게 있어 음악은 한 개인을 우상화하기 위한 선전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고 말하고, “김정은의 음악 정치를 그대로 둔 채 그를 평화의 파트너로 미화해서는 안 될 것”이란 주장했습니다. 그래도 책 저자나 신문기자가 북한 ‘음악예술’을 먼저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1991년 7월 17일 발표된 김정일의 <음악예술론>이 북한음악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김정은 시대에서 똑같습니다. <음악예술론>은 “우리 시대 주체음악의 사명과 역할, 주체음악건설의 필연성과 주체음악의 면모, 주체음악건설과 창조의 근본원칙들을 가장 정확히 밝혀 주고 있는 것으로 하여 현시대는 물론 미래의 력사적 시대에 이르기까지 참다운 음악건설의 앞길을 휘황히 밝혀 주는 위대한 대강으로 된다. 모든 창작가, 예술인들은 주체시대음악의 대백과전서인 《음악예술론》을 확고한 지도적 지침으로 하여 21세기 앞에 제기된 시대적과제, 주체의 강성대국건설을 위하여 준마를 타고 힘차게 내달리고 있는 우리 인민의 영웅적 투쟁에 참답게 이바지하는 주체음악창조에 온갖 지혜와 열정을 다 바쳐나가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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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음악-삼지연 관현악단 남북정상회담 환영공연-평양대극장-2018.9.18.

 

<음악예술론>에는 “대중음악형식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하여서는 제국주의자들이 퍼뜨리는 썩어빠진 《대중음악》, 쟈즈나 로크, 디스코 같은 음악의 침습을 막고 저속하고 불건전한 향락과 기형적이고 타락한 취미를 조장시키는 사소한 요소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인민대중의 지향과 감정에 맞고 시대를 전진시킬 수 있는 고상한 대중음악을 창조할 수 있다. 우리 음악의 대중성, 통속성은 음악의 사회적본성에 맞게 인민대중의 사상과 감정을 반영하여 인민대중의 혁명투쟁에 이바지하는 주체음악의 고상한 사명과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된다. 주체 음악의 대중성, 통속성은 고상한 예술성을 전제로 한다...음악은 인민대중을 혁명적으로 교양하고 투쟁에로 불러일으키는데서 자기의 몫을 가지고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제국주의시기에 와서 전문적인 직업음악은 인민의 사상감정을 완전히 외면하는데 까지 이르렀으며 그 음악언어는 인민의 리해로부터 더욱 더 멀어졌다. 한편 제국주의자들은 교활한 방법으로 인민의 음악적요소를 극단한 반동적 목적에 악용하여 인민대중을 타락시키고 그들의 투쟁의식을 마비시키는 《대중음악》을 퍼뜨림으로써 그것을 인민대중을 억압착취하고 노예화하기 위한 도구로 리용하였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위 <음악예술론>은 어제도 오늘도..아마 내일도 북한 ‘음악예술’의 ‘대백과전서’이며, ‘교과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 음악예술은 김정일 시대에 “선전선동(宣傳煽動)의 무기(武器)=음악예술” 였습니다. 그러면 지금의 김정은 시대에는? <모란봉악단, 김정은을 말하다>나 위 신문 기사를 보면 많이 변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면 지금 북한은 “선전선동의 무기=음악예술”가 아닐까요? 김정은의 ‘음악정치’는 변하고 있지만, 김정일의 ‘음악예술’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아직도 북한 <백과전서>에는 음악이 “사회생활과 계급투쟁에서 힘 있는 무기로 된다...시대의 선진적인 사상과 인민음악의 기초에서 리탈된 착취계급들의 퇴폐적이며 기형적인 음악들은 인민들을 염세와 타락, 악에 대한 무저항과 순종에로 이끌어가면서 반동적이며 반인민적인 작용을 한다. 오늘 자본주의나라들과 남조선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음란하고 기괴망칙한 각종 퇴폐적이며 형식주의적인 음악들이 바로 그것을 실증하여준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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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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