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목숨 걸고 한국 찾은 탈북민

기사입력 2019.01.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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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상당수 탈북민은 자신을 ‘사망’이나 ‘행방불명’으로 꾸며놓기도 한다. 북에 남은 가족을 지키려는 안간힘이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 3만여명 가운데 1만6000여명이 편의 시설이 많은 서울·경기에 살지만 조용히 몸을 숨기려는 탈북민은 지방 생활을 더 선호한다. 경북·전남 같은 곳에도 시도별로 500~1200명쯤 탈북민이 있다.

 

통일부 소속 경북하나센터에서 사용하는 PC가 해킹돼 탈북민 997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가 유출됐다. 경북에 사는 탈북민 대다수가 개인 정보를 털린 셈이다. 어떤 탈북민은 “북이 해킹으로 탈북민 실명과 주민번호를 확보했다면 ‘행방불명’ 처리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며 “탈북민 997명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수천명의 신변이 위태롭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해킹당한 지 한 달이 넘도록 피해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탈북민은 북 해킹보다 정부의 홀대와 무관심이 더 무섭다.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 우리 구역에서 열린 남북 회담을 취재하려던 탈북민 기자의 취재를 불허한 적이 있다. 어느 대학 강사는 탈북 학생이 있는데도 “통일되면 탈북자는 남북 두 총알에 맞아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다. 목숨을 걸고 북을 벗어났는데 어느 순간 그 북한이 우리 정부의 무관심을 틈타 자기 곁으로 다가왔다고 느낀다면 그 공포가 어떨지 옆에서도 소름이 돋는다.

 

이 정부 들어 ‘탈북민’은 사실상 금기어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탈북민을 탄압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자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찾아오는 그런 타국민에 대해서는 언제든 환영하고 있다”고 했다. 말은 ‘환영한다’고 했지만 탈북민을 ‘타국민’으로 보는 정부 생각을 드러내고 말았다. 정부 당국자는 “탈북 여종업원 등 상대적으로 민감한 탈북민에 대한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탈북자들이 들으면 기가 막힐 소리다.

 

북한 접경 지역인 중국 옌지에 머물고 있는 탈북민들은 아무리 친해도 자신의 신상이나 거처에 대해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 ‘신상 노출은 곧 체포와 송환’이기 때문이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들어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쉰 탈북민들로선 자신들의 신상 정보가 무더기로 노출됐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일일 것이다. 하나센터는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사무소)을 수료한 탈북민의 지역 적응을 돕기 위해 설치된 기관으로 전국에 25곳이 있다. 문제의 PC는 경북하나센터 직원이 외부에서 기관 주소로 발송된 메일을 열었다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직원은 탈북민 지원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모아 자료를 작성했다고 한다.

 

하나센터에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탈북민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에 암호를 설정하고, 개인정보는 인터넷을 연결할 수 없는 PC에 저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직원은 이 같은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침만 준수했더라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던 셈이다. 탈북민은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이 땅에 온 사람들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도착한 뒤에도 신변에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개인정보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사고 발생 후 통일부는 모든 하나센터의 해킹 여부 및 개인정보 관리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통일부는 또한 사이버보안 강화를 위해 하나센터 전 직원이 업무망 PC와 인터넷망 PC를 분리해 보유하는 ‘망 분리’를 내년부터 시행키로 하고, 이미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한다. 이번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망 분리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도 있으나, 또다시 소를 잃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탈북민들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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