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손으로 하늘 가릴 수 없다.

기사입력 2019.01.15 16:35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1407424740-20.jpg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이회창·박근혜 선거 캠프에서 모두 일했던 사람이 둘의 당락이 왜 갈렸는지 설명했다. 유세 현장에서 이회창은 ‘대쪽’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어려워했다. 그 바람에 옆에 사람을 세우느라 애를 먹었다. 반대로 박근혜는 ‘비운의 드라마’ 느낌을 줘 곁에 몰려드는 사람을 떼어 놓느라 진땀을 뺐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이회창은 호감 가는 대중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은 남아공의 만델라 전기 발간을 기획했다. 일흔여섯에 대통령에 당선된 만델라를 등장시켜 70대로 접어든 자신도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그림을 만들고 싶어했다. 김대중은 대선에서 이긴 직후 ‘행사 기획’을 전담하는 비서관을 새로 만들었다. 청와대에 마침내 ‘TV 쇼’ 전담이 생긴 것이다. 사실 세계 주요국 대부분의 권부엔 쇼 전담이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TV 연출에 탁월한 참모 덕분에 재선까지 했다는 평가도 있다. ‘문재인 청와대’ 쇼 전담인 탁현민 행정관은 문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뭔가 화려하게 튀는 장면이 등장하면 ‘탁현민 작품’이라고들 했다. 대중 공연 기획사 출신답게 대통령 행사에 가수나 노래를 많이 등장시킨다. 어제 회견에서도 최근 지지율이 하락한 20대와 50대에 인기 있는 노래를 다섯 곡이나 틀었다. ‘어려움을 함께 넘어가자’는 등 선곡 이유를 담은 보도 자료까지 냈다.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붉은 카펫 계단을 배경으로 모두 연설을 한 뒤 영빈관으로 옮겨가 기자들과 문답한 것도 처음이다. TV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민정수석실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내부 고발과 관련해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김태우) “자기가 보는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갖고 판단한 것”(신재민)이라고 했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김, 신 두 사람이 공개한 내용이 사실인지, 대통령이 알았는지 여부다. 우윤근 러시아 대사의 1000만원 의혹은 청와대가 “검찰이 수사해 무혐의 처리했다”고 했는데 검찰은 수사한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공공 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에 대해 청와대는 “블랙리스트 아니다. 희대의 농간”이라고 했지만 그 문건엔 개인 뒷조사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김 수사관이 검찰 간부의 비위 의혹 첩보를 올렸더니 특감반 책임자인 반부패비서관이 바로 그 간부에게 전화해 첩보 내용을 알려줬다. 민정수석실은 영장도 없이 외교부·복지부·기재부·해경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포렌식까지 한 뒤 사생활을 들춰내 징계했다. 모두가 범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단 하나의 설명도 하지 않았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청와대·기재부가 민간 기업 사장 인사에 개입했다고 했고 실제 민간 기업의 대주주 은행이 그렇게 움직였다. 그가 공개한 기재부 직원들 카톡 내용을 보면 ‘차관이 (윗선에서) 받아와서 (인사 개입을) 지시했다’고 돼 있다.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청와대가 전 정권 먹칠하려고 국가 채무 비율을 일부러 높이려 했고 기재부 장관은 ‘정무적 판단을 하라’ ‘국가 채무 비율이 39.4%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정무적 고려가 뭔가. 문 대통령은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도 단 한마디 하지 않았다. 심지어 신 전 사무관을 정부·여당이 무참하게 매도한 것과 관련한 질문은 무시했다.

 

결국 특별검사가 이 문제들을 다 파헤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좋은 정부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해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자의 청와대행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잘못된 일이지만 우리 정부에선 좋은 일”이라고 한다. 김, 신 두 사람 내부 고발도 전 정권에서 있었으면 문 대통령은 ‘양심적 영웅’이라고 했을 것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