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2019년 북한 달력의 표지, 그리고 1월과 2월

기사입력 2019.01.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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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북한 달력 1월-북한 외국문출판사 발행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원래 캘린더(calendar)란 말은 라틴어로 ‘금전출납부’를 의미했습니다. 그런데 옛날 로마에서는 금전의 대차 관계를 매달 삭일(朔日)에 청산하는 풍속이 있어서 결국 금전출납부가 달력을 의미하는 말로 전용(轉用)케 되었던 것입니다. H.D.소로우( Henry David Thoreau, 1817~1862)는 <숲속의 생활>에서 “캐나다 태생의 채벌군인 그가 가진 책이라곤 한 권의 달력과 한 권의 수학책 뿐 이었다. 달력은 그에게 일종의 백과사전이었다. 그는 달력 속에 인류 지식의 요약이 들어있다고 보았다.”라고!


1년 365일을 순서대로 표시한 캘린더는 월 단위로 된 월력이 많지만 하루에 한 장씩 떼는 일력, 3개월 단위로 된 것, 1년을 한 장으로 표시한 것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탁상형과 벽에 매다는 것 등등...북한도 매년 달력을 발행합니다. 북한 외국문출판사에서 발행한 북한의 2019년 달력 표지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외국문출판사(foreign Languages Publishing House, DPRK)/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The great Comrades Kim Il Sung and Kim Jong IL Will Always Be with Us.)"/"새해를 축하합니다.(Happy New Year.)"/"주체(JUCHE) 108(2019)]라는 글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돐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의 홍보 로고(logo)와 악단 지휘자, 장고 치는 여배우, 태권도하는 청년, 5월1일 경기장! 2018년 9월 9일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준비한 열병식만큼이나 전 세계 관심을 끈 것은 체제선전용 집단체조인 <빛나는 조국> 입니다.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첫 선을 보인 집단체조는 드론, 레이저, 영상 기술 등 최신 기술이 총동원된 것으로 반미구호는 사라진 대신 남북 정상 회담을 비롯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를 자축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드론 대형이 경기장 상공에서 ‘빛나는 조국’이라는 문구를 연출하고 대규모 카드섹션을 통해 만들어진 스크린에서는 남북정상 회담의 영상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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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북한 달력 2월-북한 외국문출판사 발행

 

2013년까지 공연했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에서는 볼 수 없던 기법들이 도입된 <빛나는 조국>은 ‘아리랑’과 마찬가지로 체제 선전과 관광수입이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지에 있는 5월1일 경기장은 평양 릉라도에 있는 15만석 규모의 경기장으로 과거 집단체조 ‘아리랑’이 공연됐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관람석 가격은 특등석 800유로(약 103만원), 1등석 500유로(약 64만원), 2등석 300유로(약 38만원), 3등석 100유로(약 13만원)! 외화벌이는 자명(自明)한 사실입니다. 북한은 이것을 달력 표지에서 확실히 밝히고 있습니다.

 

2019년 1월 19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빛나는 조국'의 총연출을 맡은 김목룡(70) 피바다가극단 총장은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성원들이 긴장감을 가지지 않도록 노래도 계몽기 가요들과 통일 주제의 가요들로 선정하도록 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9일 밤 10시 20분 쯤 평양시 릉라도 5.1경기장에서 <빛나는 조국>을 관람 한 뒤 15만 명 북한 주민 앞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예술 공연이 정치에 이용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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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북한 달력 표지-북한 외국문출판사 발행

 5.1 경기장은 1989년 5월 1일 로동절에 준공되었습니다. 착공 당시에는 ‘릉라도 경기장’으로 불리다가 1989년 4월 중앙인민위원회에서 ‘인민대 경기장’이라고 명명하였으나, 이틀 뒤 중앙인민위원회에서 다시 5.1경기장 명칭으로 확정했습니다. 5월 1일 경기장이라는 이름은 준공식이 국제 로동절인 5월 1일이라는 점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리고 표지에 있는 “주체(JUCHE)”는 죽은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1912년을 기점으로 한 북한의 연도 표기법입니다. 달력 1월에는 “소한 1.6/ 대한 1.20”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돐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의 로고와 공연 사진 이인무(二人舞) 뿐입니다. 차마 김정은의 신년사는 넣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달력 2월에는 [립춘 2.4/ 우수 2.19/ 2.16. 광명성절.(February 16 : Day of the Shining Star.)/ 주체 31(1942) 2.16.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탄생하시였다.(February 16, Juche 31(1942) : The great learder Comrade Kim Jong IL was born.)/ 주체 37(1948) 2.8.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조선인민군을 창건하시였다.(February 8, Juche 37(1948) The great Comrade Kim Il Sung founded the Korean People‘s Army.)/ 주체 101(2012) 2.14.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원수칭호를 받으시였다.(February 14, Juche 101(2012) The great Comrade Kim Jong Il was honoured with the title of the DPRK Generalissimo.)/ 2. 5. 설명절(February 5 : Lunar New Year's Day./ 2.19. 정월대보름(민속명절).(February 19 : Jongwoldaeborum, the 15th day of the first month by the lunar calendar.(Korean folk festival)]가 적혀 있습니다.

 

위의 “김일성동지께서 조선인민군을 창건”이라는 문귀(文句)는 역사적 사실일 뿐입니다. 북한의 ‘설명절’과 ‘정월대보름’은 2월에 본(本) 칼럼에서 소개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2월 내내 북한의 언론 매체를 뒤덮을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 생일 관련 글들도 매한가지입니다. 여기서는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광명성’은 1965년에 발행된 <조선어사전>에는 없는 어휘인데, <조선어대사전>(1992년)에는 “① 환하게 빛나는 별 ② 항일혁명투쟁시기; 환하게 빛나는 별이라는 뜻으로 《친애하는 김정일동지》를 높이 우러러 이르는 말. 최근에는 ‘백두광명성’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김일성이 김정일 생일(1992.2.16)에 썼다는 송시, 김일성의 붓글씨 한자 7언 송시’! 다음은 김일성의 <광명성찬가> 입니다.

 

“白頭山頂 正日峯(백두산정 정일봉) 백두산마루에 정일봉 솟아있고/ 小白水河 碧溪流(소백수하 벽계류) 소백수푸른물은 굽이쳐흐르누나/ 光明星誕 五十週(광명성탄 오십주) 광명성탄생하여 어느덧 쉰돐인가/ 皆贊文武 忠孝備(개찬문무 충효비) 문무충효 겸비하니 모두다 우러르네/ 万民稱頌 齊同心(만민칭송 제동심) 만민이 칭송하는 그 마음 한결같아/歡呼聲高 震天地(환호성고 진천지) 우렁찬 환호소리 하늘땅을 뒤흔든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012년 1월 12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특별보도’를 통해 “주체의 최고 성지인 금수산기념궁전에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를 생전의 모습으로 모신다”고 공표했다고 보도했고,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을 ‘광명성절’로 제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19년 북한 달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주체사상의 365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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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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