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체육계 성폭력 충격

기사입력 2019.01.3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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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심석희 성폭행 사건’ 탓에 포럼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맨 위에 올랐다. 석희는 여덟 살부터 스케이트를 탓다. “어린 영혼이 출구 없는 곳에 줄곧 갇혀 있었다”는 탄식도 나왔다. 심석희 측 변호인은 이번 일을 세상에 공개했다. 심석희가 약 4년간 전 대표팀 A코치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4년’은 석희가 만 열일곱이었던 소치 때부터 작년 평창올림픽 직전까지다. 그러자 A씨 측은 “성폭행 혐의는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이미 A씨는 심석희를 상습적으로 때렸다는 단순 폭행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번에 폭로된 성폭행은 국가가 관리하는 태릉선수촌과 진천선수촌, 한체대 빙상장 등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졌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도대체 ‘코치 선생님이 뭐길래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 선수는 코치를 “절대자”라고 했다. 한번 선수의 길에 들면 공부와 담을 쌓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회 출전과 상급 학교 진학, 실업팀 진출까지 인생이 걸린 일들이 코치의 말 한마디에 좌우된다고 했다. 또 훈련에 합숙까지 둘은 거의 모든 시간을 같이 보낸다. 한번 눈 밖에 나면 끝이다. 심석희도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 없느냐는 협박을 수시로 받았다”고 했다. 체육계에서 미투(나도 고발한다)가 확산되고 있다. 전 유도선수 신모씨가 고교 재학 중이던 2011년부터 졸업 후인 2015년까지 당시 코치 손모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14일 폭로했다.

 

신씨는 손씨를 고소했으나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조재범 성폭행’ 고발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언제까지 피해 당사자들의 용기에만 의존해야 하나. 그들이 인생을 걸고 세상에 나설 때까지 법과 제도와 시스템은 뭘 하고 있었던 건가! 신씨에 따르면, 손씨는 신씨의 임신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산부인과 진료를 받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라’며 돈을 주려 했다고 한다. 금품으로 회유하려는 데 분노한 신씨는 지난해 3월 손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피해 사실을 아는 유도계 인사들이 증언을 거절하는 바람에 수사는 답보에 빠졌다. 대한유도회는 사건이 공론화된 후에야 손씨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도회 측은 “신·손씨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아 징계를 논의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해명이 군색하다.

 

신씨는 지난해 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관련 글을 올린 바 있다. 손씨는 유도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가족 중에도 유도계 인사가 있다고 한다. 그는 한겨레 인터뷰에선 ‘과거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정작 선수들을 보조해야 할 종목별 경기단체,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상 직무를 유기해왔다. 2016년 2월 성추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쇼트트랙 실업팀 감독 A씨를 징계하고자 열린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기가 찰 따름이다. “내 동생이, 내 오빠가 그 지도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달라” “코치나 감독이나 지도를 위해 선수들 어깨 정도는 다 터치를 한다”며 영구제명이 아닌 자격정지 3년으로 징계를 낮췄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연이은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증언은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져왔던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드러난 일뿐 아니라 개연성이 있는 범위까지 철저한 조사와 수사,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가 관련된 개별 경기단체 차원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나 징계가 이뤄지기 어렵다. 강력한 조사권을 가진 독립기구를 만들어 스포츠계의 썩은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체육계 성폭력을 전문적·체계적으로 조사할 독립기구를 설치하는 일을 서두르기 바란다. 여성 운동선수들의 용기있는 증언이 한국 스포츠의 낡은 악습을 뿌리 뽑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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