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대학살의 신』, 앙상블극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

기사입력 2019.02.1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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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 '4인4색'이 아닌, '4인1최고의 색감'을 표현해 내는 연극 "

 

19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는 연극 『대학살의 신』, 전체 연극 시연을 통한 프레스콜이 진행되었다. 2017년 객석 점유율 96% 기록하며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냈던 연극 『대학살의 신』은 이번 공연에도 17년의 네 배우(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가 다시 캐스팅되어, 지난 16일부터 공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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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학살의 신', 실황 무대 중에서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선데이뉴스신문]

 
『대학살의 신』은 '아트', '매장후의 대화' 등 평범한 사건들 속에서 인생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어 인간관계의 변질과 무상성을 이야기한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거장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2011년, 배경을 미국으로 옮겨 조디 포스터+존 C. 레일리 VS 케이트 윈슬렛+크리스토프 왈츠, 4명의 할리우드 명배우들을 캐스팅해 영화한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2010년도에 연극이 초연 되었다.

 
연극은, 11살 두 소년이 다툼 중 한 소년의 앞니 두 개를 부러뜨린다. 아이들 싸움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피해자 아이 부모인 미셸(송일국), 베로니끄(이지하)부부의 거실로 가해자 아이의 부모인 알랭(남경주), 아네뜨(최정원)가 찾아오며 사건(사고)은 시작된다.
 
처음에는 서로 존중해 주고, 교양과 이성으로 시작된 이들 부부의 만남은 점차 말꼬리 잡기, 서로 비꼬기, 지나간 이야기 또 꺼내 시비 걸기등 유치찬란한 말싸움으로 이어지고 상대 부부를 향했던 치졸한 말싸움이 또 다시 자신의 배우자를 향해 폭발하며 결국 난장판에 육탄전 까지 벌어지며,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두 부부, 최악의 몇 시간을 그리고 있다.

『대학살의 신』은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네 배우는 거의 퇴장없이 한 공간에서 끊임없이 연기(말과 액션)를 이어나간다. 4명의 단촐한 등장인물이지만 그들이 품어내는 에너지는 작은 무대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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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학살의 신', 실황 무대 중에서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선데이뉴스신문]

 

배우들이 공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듯이 2017년 첫 공연의 팀웍과 경험치가 이번 공연에서는 더욱 더 탄탄해졌고 인물에 대한 해석과 표현이 훨씬 자연스러워지고 연기 강약과 액션 타이밍도 완벽에 가깝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연기 잘하는 배우 4명이 모였지만 개인의 연기력만으로는 앙상블극을 극대화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베테랑답게 네 배우는 자신의 퍼스낼리티는 최대한 억제하면서 본인들의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아이러니를 4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또 미셸의 거실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조화롭게 호흡하고, 적절한 템포감을 유지하는 등 뛰어난 하모니를 보여주었다.
 
더불어, 뛰어난 원작이 주는 주제와 뉘앙스를 유지하면서도 프랑스 대사가 아닌 우리 대사를 배우(캐릭터)에 맞게 각색(혹은 윤색)한 극본이 이 연극을 더욱 더 돋보이게 만드는 첫번째 요소이다.
 
전세계 각지에서 번역이 되는 연극인만큼 그 나라말이 주는 특유의 뉘앙스를 가미할 수 밖에 없는데 '미셸', '베로니끄'등 프랑스 이름만 아니었다면 실제 우리나라, 어느 극성부모가 있는 가정의 거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주고 받는 우리말 대사들이 사실감과 '착착감기'는 맛을 더해 주었다.           

그러고보면 원작의 프랑스보다 오히려, 부모의 '극성'하면 세계 1등 국가, 한국에서 더욱 더 벌어질 법한 스토리가 아닌가 싶다.         

언젠가 한번쯤은 '알랭'이나 '아네뜨'가 아닌 '경주', '정원'이 등장하는 한국의 'S캐슬'에서 벌어지는 스토리로 완전 각색하여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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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학살의 신', 프레스콜 공연 후, 배우들의 포토 타임 /  ⓒ선데이뉴스신문]

마지막으로, 조금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와이어리스 마이크 등을 쓰지 않고 배우들의 생생한 목소리로만으로 스토리를 전달한다는 취지에는 너무 공감을 하지만 배우 동선에 따라 혹은 후면을 보이는 연기 등에서는 대사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기술적인 한계도 분명 있었다. 다음 공연에는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와 목소리를 관객석에 생생히 전달도 하면서 그 주옥 같은 대사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잘 전해질 수 있는 기술적인 고민(무대장치)은 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놓쳐서는 안 되고 놓치고 후회할 지도 모르는, 연극 『대학살의 신』은 봄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는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김건우 기자 geonwoo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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