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그날들』,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한, 한국 창작 뮤지컬의 마스터피스.

기사입력 2019.03.02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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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故 김광석이 남긴 어마어마한 유산에 경배의 잔을~~"


이제는 봄의 냄새가 저 멀리 다가오는 듯 제법 따뜻했던 저녁 시간, 뮤지컬 '그날들'의 공연장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로비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을 바라보는, 90년대에 꽃을 피운 '김광석'이라는 문화지만, 여전히 세대 구분없이 현재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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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날들', 프레스콜 때 '무영'역의 남우현(右) /  ⓒ선데이뉴스신문]


이번에 관람한 공연의 출연진은 '엄기준(정학)-남우현(무영)-제이민(그녀)-이정열(운영관)'로 이정열을 제외한 주연들은 2018-19 '그날들' 무대에 처음 오르는 배우들이다.

 

베테랑 엄기준과 신예 남우현이 어떤 앙상블을 보여줄지 공연 전부터 정말 기대가 되었다.(특히 '이정열'은 90년대 '그대 고운 내사랑(2집 Natural)'등의 노래로 포크 가수로 인기를 얻었고, 당시 어느 콘서트에서 밝혔듯이 누구보다 故김광석의 영향을 많이 받은 뮤지션이어서 그의 출연이 의미가 깊어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기, 무대, 음악의 3박자가 아주 훌륭한 공연이었다. 
 
첫 넘버 '변해가네'로 시작한 공연은 인터미션 포함 165분간을 한치의 지루함도 없이 김광석이라는 옛 추억과 흥미로운 스토리라인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들었다.
 
더구나 그 스토리라인이 알려진대로 김광석의 노래를 배치하고 따라가는 주크방식 형식임에도, 노래에 스토리가 끌려간다는 느낌없이 애초에 정해놓은 스토리라인 속에 오히려 노래가 자기 옷을 입듯이 따라오는 듯 했다. 그만큼 연출진이 스토리라인에 공을 들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넘버를 빼놓고 스토리라인만으로 충분히 감동을 주었는데 거기에 김광석의 노래가 발휘하는 힘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스토리 전개 속에 흥미로웠던 것은 라이브 무대임에도 마치 영화편집기술을 연상시키듯 현재와 과거를 절묘하게 오버랩 시키는 방식이었다. 미스터리 영화에서 쓰는 방식을 같은 미스터리 장르인 라이브 무대에 적용한 장유정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였다.
그 중에 정학과 무영이 기자를 통해 정보를 얻는 장면을 수미상관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공연전 부터 기대했던 출연배우는, 첫 출연임에도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던 엄기준은 캐릭터(정학) 연기의 부분부분을 나누어 말할 필요도 없이 그냥 엄기준표 정학을 통째로 그대로 새겨 넣었고,  남우현도 안정된 연기와 노래로 베테랑 엄기준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앙상블을 보여주었다.    

특히 김광석 사랑노래의 대표곡인 '사랑이라는 이유로'와 '사랑했지만'을 남우현만의
보이스로 수준높게 불러주어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커튼콜 때 두 배우에게 쏟아진 박수와 함성이 이 모든 것을 대변해 주었다.
 
또한 무대디자인 등 하드웨이적인 면에서도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절묘하게 교차하고 이동하는 무대장치들, 특히 인상적이었던 회전무대 등은 브로드웨이에 뒤지지 않는 무대 미술과 디자인으로, 눈이 높아진 관객의 수준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창작 뮤지컬의 기술적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잘 보여준 예라고 하겠다. 이 또한 한국관객입장에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커튼콜을 선사하고 공연이 막을 내렸다. 관객들의 만족스런 표정을 따라 공연장 밖을 나오다가 로비에서 한 초등학생이 아빠에게 "오길 잘 했다"며 '나의 노래'의 춤을 흉내낸다. 그 아이가 지금까지 김광석을 알던 모르던, 남우현이 불렀던 '나의 노래'는 기억할 것이고 결국 그것이 김광석의 노래라는 것은 틀림없이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뮤지컬 '그날들'이 세대를 아우르며 이루어내는 성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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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992년 김광석 콘서트 티켓 - 대학로 학전 / ⓒ김건우]

개인적으로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추억의 한자락을 꺼내보게 만든 공연이었다. 뮤지컬의 배경인 1992년은 처음으로 김광석 콘서트를 간 해였다.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대학로 학전에서 관람한 1992년 8월 29일 공연의 티켓을 다시 꺼내 보았다. 1992년 즈음은 김광석의 전성기였던 시기였다. 좁은 학전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김광석의 노래와 기타 그리고 유려한 말솜씨들, 그리고 김광석(형)과의 작은 에피소드(?)가 아련하게 기억난다. 
 
2000년 들어 '공동경비구역 JSA'등으로 김광석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지만 이미 그는 90년 초에 대학로와 포크 음악계의 수퍼스타였다. 
 
아마 가객 김광석이 살아 있었다면 '그날들'의 객석에 앉아 특유의 어눌한 웃음으로 흐뭇하게 공연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아니, 지금 어딘가에서 무대 위에서 불려지는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미소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뮤지컬 '그날들'은 오는 5월 6일까지 서울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김건우 기자 geonwoo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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