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詩“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한반도의 봄

기사입력 2019.03.0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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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필자가 매년 3·1절이 되면 그리는 일제 강점기의 시인(詩人)! 시인이며 작가, 독립운동가, 문학평론가, 번역문학가, 교육자, 권투 선수이기도 했던 상화(尙火, 想華)! 이상화(李相和, 1901년~1943년)! 1919년 대구에서 3·1 운동 거사를 도모하다가 모의가 발각되어 피신하였으며, 1921년 잡지 백조의 동인이 되어 문단에 등단했습니다. 이후 1922년 일본으로 건너가 미국 유학을 준비하다가 관동 대지진으로 귀국, 이후 시와 소설 등 작품 활동과 평론 활동, <개벽>, <조선문단>, <문예운동>, <여명>, <신여성>, <삼천리> 등에 동인 활동을 했습니다. 아마추어 권투 선수로서 교남학교 교사로 재직 중에는 1938년에는 교남학교 권투부를 창설, 지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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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초상화]서양화가 고희동(高羲東·1886~1965)의 네 번째 유화 작품

 

그는 1926년 6월에 <개벽(開闢)> 70호에 詩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했습니다. 국권 상실의 아픔과 국권 회복에의 염원과 의구심을 암시한 작품이었습니다. 다음은 원문(原文) “ᄲᅢ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입니다.- “지금은 남의ᄯᅡᆼ―ᄲᅢ앗긴들에도 봄은오는가? // 나는 온몸에 해살을 밧고 푸른한울 푸른들이 맛부튼 곳으로 가름아가튼 논길을ᄯᅡ라 ᄭᅮᆷ속을가듯 거러만간다. // 입슐을 다문 한울아 들아 내맘에는 내혼자온 것 갓지를 안쿠나 네가ᄭᅳᆯ엇느냐 누가부르드냐 답답워라 말을해다오. // 바람은 내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섯지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넘의 아씨가티 구름뒤에서 반갑다웃네. // 고맙게 잘자란 보리밧아 간밤 자정이넘어 나리는 곱은비로 너는 삼단가튼머리를 ᄭᅡᆷ앗구나 내머리조차 갑븐하다. // 혼자라도 갓부게나 가자 마른논을 안고도는 착한도랑이 젓먹이 달래는 노래를하고 제혼자 엇게춤만 추고가네. // 나비 제비야 ᄭᅡᆸ치지마라 맨드램이 들마ᄭᅩᆺ애도 인사를해야지 아주ᄭᅡ리 기름을바른이가 지심매는 그들이라 다보고십다. // 내손에 호미를 쥐여다오 살ᄶᅵᆫ 젓가슴과가튼 부드러운 이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어도보고 조흔ᄯᅡᆷ조차 흘리고십다. // 강가에 나온 아해와가티 ᄶᅡᆷ도모르고 ᄭᅳᆺ도업시 닷는 내혼아 무엇을찻느냐 어데로간냐 웃어웁다 답을하려무나. // 나는 온몸에 풋내를 ᄯᅵ고 푸른웃음 푸른설음 어우러진사이로 다리를절며 하로를것는다 아마도 봄신령이집혓나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ᄲᅢ앗겨 봄조차 ᄲᅢ앗기것네. //

 

현대어(現代語)로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로 시작하여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음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것네.”로 끝이 납니다. 이 시(詩)에 대한 연구나 글은 아주 많습니다. 누군가는 이 시에 대해, 사랑하는 대상을 잃고 정신없이 봄 들판을 배회하는 화자가 들 뿐 아니라 봄까지 빼앗길지도 몰라도 아름다운 여인 같은 국토를 빼앗긴 마음을 통해 봄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노래한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화 시인은 생전에 단 한 권의 시집도 발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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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시비]대구광역시 두류공원 인물동산-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는 남한 뿐 아니라 북한도 인정한 시인입니다. 북한의 <조선문학개관1>에는 “리상화와 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는 “초기 프로레타리아문학에서는 산문문학과 더불어 시문학이 중요한 역할을 놀았으며 그 선두에는 시인 리상화가 서있었다. 리상화(1901-1943)는 서울에서 중학생으로 3.1인민봉기에 참가하였다가 출학당하였고 그후 일본으로 건너가 외국어학교를 졸업한 후 귀국하여 일정한 기간 시 창작을 하였다...3.1인민봉기와 그 이후에 급속히 발전하는 현실, 맑스-레닌주의의 보급 등은 그로 하여금 모색과 방황의 세계에서 벗어나 건전한 창작의 길로 나가도록 추동하였다. 그리하여 리상화는 《백조》파에서 뛰쳐나왔으며 《파스큐라》를 거쳐 《카프》에 망라되였다. 그의 이러한 사상발전과 창작적전환을 보여준 작품으로는 《금강례찬》과 《원시적읍울》(《어촌애경》) 등을 들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리상화의 시문학에서 빛나는 자리를 차지하는 것의 하나는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이다. 이 시는 아름다운 언어와 풍부한 정서를 가지고 빼앗긴 조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시의 서두에서 시인은 이러한 수사학적질문을 제기하고 결구에서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겼네.》라고 노래함으로써 조국을 빼앗긴 인민에게는 자연의 봄, 생활의 봄이 찾아올 수 없다는 절통한 심정, 조국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서정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풍부한 예술적형상수법과 세련된 시어, 아름다운 운률을 다양하고 적중하게 구사하여 땅을 빼앗겨 봄마저 빼앗긴 조선농민들의 비통한 심정과 애국적지향을 시적으로 일반화한 우수한 작품의 하나이다. 리상화의 시문학은 비록 시대적 및 세계관적 제한성에서 오는 일련의 약점과 미숙성을 나타내고는 있으나 당대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과 항거정신으로 일관된 주제사상적 내용과 세련되고 완미한 형식이 조화롭게 결합된 높은 사상예술성으로 하여 조선시문학의 발전풍부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였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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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고택]대구광역시 중구 서성로 6-1(계산동 2가)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의 해인 2019년 2월 27~28일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그때 일부 한국인들은 ‘한반도의 봄’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회담이 결렬되자 ‘한반도의 들에도 과연 봄이 올까?’라고 다시 회의를 품었습니다. 누군가는 “우리의 들녘에 진정한 봄은 몇 번이나 있었던가”라고 회상하면서 “서로 다른 사상으로 아직도 총칼을 겨누고 있는 불행한 민족, 이 같은 나라가 세상 어디에 또 있을꼬.”라고 슬퍼했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시인의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은? 그의 ‘푸른 설음’이 잊혀지고, 한반도과 한민족의 ‘푸른 웃음’이 한반도의 봄을 장식해주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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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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