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 <애마부인> 멜로영화 장르 컨벤션과 에로티시즘

제98회 한국영화100년 연구회 세미나 / 정인엽 감독 작품분석 (발제 이공회 영화감독)
기사입력 2019.03.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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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부인(1982) 포스터.jpg

애마부인(1982) 포스터


[선데이뉴스신문=이풍우 기자]매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정기행사로 개최되는 한국영화100년 연구회 세미나가 제98회를 맞으면서, 지난 3월 3일(일) 낮 12시, 한국영상자료원 KOFA 제3관 한국멜로영화의 흥행작으로 잘 알려진 정인엽 감독의 <꽃순이를 아시나요>(1979)와 <애마부인>(1982)을 상영했다.  

 

이날의 발제는 독립영화<기억의 소리>를 제작, 각본, 연출을 한 이공희 감독이 <멜로드라마 장르 컨벤션과 에로티시즘>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으며, 정인엽 감독이 초대되어 당시의 작품들에 대한 회고담을 들려주면서 세미나 참가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또한 정인엽 감독의 데뷔작 <성난 영웅들>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이중헌 작가가 참석하여 1960년대의 가난한 한국사회의 젊은이들이 석유를 개발하려고 애쓰는 과정을 묘사한 집필의도를 피력하였다.

 
1979년에 제작된 정인엽 감독의 <꽃순이를 아시나요>는 40년 전에 인기 라디오드라마를 영화로 제작한 스타 정윤희의 출세작이며, 1982년작 <애마부인>은 37년 전의 영화로 신인배우로 화려하게 데뷔하여 성공한 안소영의 출세작이다. 20대 두 여배우의 젊고 매력적인 특유의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지금 보아도 매우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신선한 향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이 영화들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여배우의 캐릭터를 최상으로 이끌어내면서 대중적인 공감대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흥행에 폭발적인 성공을 한 정인엽 감독의 연출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인엽 감독은 1942년 서울에서 출생해 서라벌 예대를 졸업했으며, 김기영 감독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연출 수업을 받았다. 감독 데뷔작은 <성난 영웅들>(1965)이다. 이후 <명동왈가닥>(1967), <회심>(1868), <별명붙은 여자>, <소문난 아가씨들>(1969), <먼데서 온 여자>, <결혼교실>, <아파트를 갖고 싶은 여자>(1970) 등 젊은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변화하는 시대상에 따른, 여성들의 사회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욕망들을 경쾌한 터치로 스크린에 담았다.

 

1970년대는 유신시대의 어두운 시기에서 자유로운 개방문화와 함께 청춘, 호스티스 멜로영화가 붐을 이루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 당시 <별들의 고향>(1974), <바보들의 행진>(1975), 겨울여자(1977), <영자의 전성시대>(1975) 등의 영화들이 새로운 영화 트랜드의 물결을 타고 흥행하던 시대에 정인엽 감독은 정윤희 주연의 <꽃순이를 아시나요>(1978)를 연출하여 스카라 극장 단관 집계 2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영화는 시골처녀 은하가 상경하여 온갖 고초를 겪는 내용으로, 일명 호스티스 영화로 불리기도 했지만 정감독은 “꽃순이는 호스티스 영화가 아닙니다. 꽃순이란 별명을 가진 소녀를 통해 고향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진정 찾아가야 할 고향이 어느 곳인지 제시해보자는 의도였죠”라며 연출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경향신문a).

 

여성들의 욕망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던 정인엽 감독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 에로티시즘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1982년 안소영 주연의 <애마부인>으로 3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명실공한 스타 감독이 되었다(매일경제). 이 영화는 파격적인 성애묘사와 몽환적인 화면 기법(경향신문b)으로 한국 에로영화의 기폭제가 되었고, 또한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많은 속편을 만들어낸 진기한 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한국영화감독사전).

 

정인엽 감독은 "한국영화는 시대에 의해 만들어진다"며 "항상 외화에 밀려 불황이었고 검열과 삭제가 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흥행작도 많지만 <고교 결전, 자 지금부터야>로 제23회 아시아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정인엽 감독과 이중헌 작가의 대표작으로 <결혼교실>이 있으며, 당대의 스타 문희, 윤정희, 남정임의 3명의 트로이카 여배우들과 신성일이 출연했던 화제작으로 정인엽 감독의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당시 기마경찰이 출동하였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정인엽 감독은 현재 이중헌 작가와 함께 <인민도둑&국민도둑>이라는 남북의 뛰어난 도둑이야기를 다룬 극영화를 준비 중이다.

 

-<애마부인>, 1980년대 억눌린 욕망의 탈출구가 되다

  이공희 감독은 <멜로드라마 장르컨벤션과 에로티시즘>이라는 발제를 하면서 <꽃순이를 아시나요>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리얼함과 주요 장면의 미장센에서 숨겨진 욕망의 상징성, 1980년대 욕망의 탈출구가 된 <애마부인>의 멜로드라마 컨벤션과 흥행요소를 세밀한 영화분석을 통해 발표했다.

 

멜로드라마에서 주로 나타나는 반복적인 행위, 대사, 사건과 에피소드는 관객에게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컨벤션(Convention) 요소이다.

 

정인엽 감독의 <꽃순이를 아시나요>, <애마부인>등도 그런 유형화된 영화적 기법으로 이루어진 멜로드라마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 속에서 새로운 요소와 매력을 관객에게 공감대를 받을 때, 영화는 흥행하게 된다.  

 

1980년대 초반에 등장한 <애마부인>은 어떠한가. 무엇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흥행에 대성공을 이루었는가. 여성을 소재로 한, 여성의 숨겨진 욕망을 치밀하게 묘사하여 과거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도발적인 에로티시즘 영화의 '고전'이자 전설의 영화로 남게 된 <애마부인>은 멜로드라마 장르 컨벤션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랐다. 그러나 발제를 한 이공희 감독은 이 영화의 새로운 요소는 여성의 주체적인 자기주장을 담은 여성영화이며, 금기시되어온 가부장적 사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부의 성을 최초로 문제시하여 대중에게 정면으로 질문을 던져 충격을 준 영화라고 말했다.

 

전두환 정권의 스포츠, 섹스, 스크린의 3S정책과 영화검열의 완화, 심야극장 등장의 첫 혜택을 본 영화이자 단순한 에로티시즘영화라고 예단하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다는 주장이다. 당시의 사회적 시대상황은 어떠한가. 어두운 유신시대와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올바른 민중의 소리를 외칠 수 있는 자는 쉽지 않았고,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는 여성의 섹스에 대한 불만을 제대로 수용할 수도, 하지도 않았던 시대였다. 그 두 가지의 억눌린 욕망이 이 영화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와서 폭발적인 흥행을 하게 되었다고 이공희 감독은 분석한다.

 

또한 이 영화의 특징과 흥행요소가 다음과 같다고 말한다.

-여성의 세심한 심리묘사와 독특하게 감각적인 영상이 대중의 감정선을 흔들었다.-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에로티시즘 영상미학과 동성애 묘사를 대담하게 보여주었다.-비밀스런 섹스판타지를 한국영화에서 처음으로 도발적인 묘사로 충격화시켰다.

 

-대중이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악마적 본능도 거침없는 행동으로 구현시켰다. 예를 들면, 옛날 애인이었던 문오가 밧줄을 타고 애마의 아파트 베란다로 내려오는 광경은 놀라운 발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천박한 행동이더라도, 그 때문에 관객의 대리만족은 커지면서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컨벤션을 주는 것이다.-치밀한 구성의 전개와 심리적인 인과관계가 확실한 감정선을 가진다.-70년대의 도덕적인 가치관의 여성의 위치를 끝까지 지켜냈다. 여주인공의 죄책감의 방황과 갈등이 없었다면, 과연 관객들은 쉽게 용서할 것인가?

 
물론 영화의 외형적인 화면들 속에 여성의 신체를 성적인 묘사로 강하게 묘사한 것이 관객들에게는 자극적인 눈요깃감으로 흥행요소가 된 것은 사실이다. 급기야는 애마부인 시리즈가 비디오 시장에서 성행하면서 2016년도까지 양산되어 저급한 에로영화 시대를 가져오게 했다는 비판적인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애마부인>에서의 여주인공 애마 역의 안소영은 에로틱하다기보다는 차라리 프라토닉 러브를 하는 당시 여성의 모습이 강하다. 정신적으로 사랑하는 연하의 청년 동혁을 통해 자신을 구원해가는 영화인데 에로티시즘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것은 훗날 만들어진 한국영화 최고의 시리즈물로 이어진 <애마부인>프랜차이즈 시대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애마부인> 1편의 주제는 중산층 가정의 변화와 여성의 성적 주체성에 대한 변화된 인식의 방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애마부인’이 개봉되던 1982년 2월 6일, 종로 3가에 위치한 서울극장에는 극장 유리창이 깨질 정도의 인파가 몰려들었고 장장 4개월간 31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1983년도 한국영화 흥행 순위 1위가 되었다. 1982년도 <애마부인>1편에서의 안소영은 스타로 발돋움하기에 충분한 신선한 매력과 호소력으로 심리적인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내어 제18회 백상예술대상(1982)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이공희 감독은 <애마부인 프랜차이즈 시대를 열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영상자료원에 기고한 김형석 영화평론가의 다음과 같은 내용도 언급하면서 발제를 마무리하였다.

 

-당대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1980년대식 욕망을 읽었다.  혼자 아파트에 살며,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고, 패셔너블하면서, 나이트 클럽이나 바에서 즐기는 여자.  여기엔 1960년대 멜로드라마의 모성에 대한 강박이나, 1970년대 호스티스영화가 지닌 여성의 비극적 운명의 자취는 없었다.

 

유명무실한 가부장제(애마의 남편은 감옥에 있다), 육아의 의무에서 해방된 솔로의 삶(시댁에서 아이를 빼앗아갔다), 경제적 풍족함(애마에겐 생계에 대한 고민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애마의 육체적 매력. (남자뿐만 아니라 동성 친구도 눈독 들인다) 애마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였으며, 한편으론 남한 사회에서 일부일처제가 붕괴중임을 몸으로 선언하는 인물이었다... (중략).... 애마부인은 20년 가까이 독재와 유신체제로 억눌렸던 한국사회가 폭발했던 1980년대의 '욕망의 사회학'이자 '부부의 심리학'이었다.-

 s정인엽감독 세미나 사진.jpg

세미나를 마친 주요 참가자들

(오른쪽부터 이중헌 작가, 정인엽 감독, 이공희 감독, 김애경 배우, 안태근 교수)

[이풍우 기자 editcom@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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