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詩人 윤동주 · 길손의 광양 망덕포구(望德浦口) 그리고 詩·울림문학동인

기사입력 2019.03.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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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 안삼현 詩集-나의 百人譜 & 2018 시·울림문학동인 제24집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고려말/ 광양땅 섬거마을에 살던 금두꺼비 수만 마리가/ 강물에 들어갔더라// 망덕리 배알도/ 달 밝은 동네 해안으로 기어와서는/ 놀랍게도/ 백합 한 무더기/ 싸질러 놓고서는// 그 뒤, 한참 뒤로/ 쇳섬 한 가운데/ 역사役事 벌어진 후로는/ 아예 종무소식이더라.”(섬진강.蟾津江-금두꺼비 전설) / 시인 ‘길손 안삼현’의 시(詩)입니다.

 
길손 안삼현! 지금은 경남 양산에 보금자리 친 길손은 광양·여수에서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했던 시인입니다. 필자는 그와 함께 남해안을 오랜 동안 두루두루 찾았습니다. 남녘 바닷가! 이 때 쯤엔 광양만이 좋습니다. 그 중에서 봄을 곱게 맞는 곳은 망덕포구(望德浦口) 입니다. 풍경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해변(海邊)·포구이지만, ‘벚굴’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가 있는 마음의 무릉도원(武陵桃源) 입니다.
 
“봄에 취한 섬진강이 벚굴을 품었다 한다/ 굴맛 봄맛 꿀맛이라고 한다/ 목마른 거북이 한 마리 벚굴을 찾아/ 이 마을로 찾아든 광무 2년/ 그 표석 옆에 또 거북 새긴 돌/ 세월 거꾸로 흘러서야 초석 세워 놓은/ 이 마을 재력가의 고택을 둘러보다/ 손부의 민원 같은 하소연을 들었다/ 벚굴이 자라는 섬진강 모래밭 이 자리는/ 자연의 특급 비밀”(안삼현/돈탁 마을에 가서)을 간직한 곳입니다.
 
망덕포구는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의 망덕산 아래에 자리한 강어귀로, 경상남도 하동군 금성면 고포리와 갈사리를 끼고 흘러온 섬진강(蟾津江)이 끝나는 곳입니다. 강(江)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에 있는 팔공산 북쪽 천상데미로 불리는 봉우리 기슭에 있는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550리를 흘러 이곳 포구에서 여정을 마칩니다. 이곳에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보존한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등록문화재 제341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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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 -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

 

올 봄에 생각나는 시인 윤동주(尹東柱/1917~1945년)과 섬진강(蟾津江), 그리고 광양만(光陽灣) 시인들! 윤동주는 대한한국의 독립운동가, 시인, 작가! 중국 만저우 지방 지린 성 연변 용정에서 출생하여 명동학교에서 수학하였고, 숭실중학교와 연희전문학교를 졸업! 윤동주가 24세 때인 1940년 4월 광명학교 중학부 후배인 장덕순이 연전 문과에 입학했고, 경남 하동 출신의 정병욱까지 가세하여 교분을 맺었습니다. 윤동주는 정병욱의 2년 선배였고 나이도 다섯 살이나 많았지만 매우 친하게 지냈습니다. 정병욱은 훗날 윤동주의 필사본 “바람과 구름과 별과 시”를 보관했다가 유족들에게 전했고...
 
정병욱!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에 있는 정병욱 가옥’은 1925년에 건립됐고, 윤동주 시인의 친구인 백영(白影), 정병욱씨(鄭炳昱,1922~1982·전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와 그의 가족에 의해 윤동주 시인의 유고가 온전히 보존됐던 곳입니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41년에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했지만 실패하자 이 원고를 정병욱에게 맡겨 그의 집에서 보관돼 오다가 광복 후 1948년에 간행돼 빛을 보게 됐습니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이 가옥은 고 정병욱 교수가 기거하던 고택이라는 점, 양조장과 주택을 겸용해 온 보기 드문 건축물이라는 점,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사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한글로 작성된 시고가 두 분의 우정과 신뢰로 보존됨으로써 건축적·국문학사적인 의미가 크다”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윤동주가 시(詩)가 흐르는 섬진강과 시(詩)의 고장 광양만(光陽灣)에서 1925년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정병욱 가옥은 윤동주 시인의 유고를 품었을 뿐이고, 윤동주와 국문학자 정병욱의 문우(文友)의 정(情)만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가 그 집 앞에서 떠올린 것은 ‘윤동주’가 아니라 ‘길손 안삼현’을 비롯한 <詩 울림 문학동인>(공공로·민점기·박행신·이상인·이정운·정은주)시인들 입니다. 윤동주의 시(詩)가 갇혀(?)있는 동안 광양에 ‘詩의 빛과 볕’을 준 것은 윤동주가 아니라 ‘공공로·민점기·박행신·안삼현·이상인·이정운·정은주’ 등 鄕土 시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을 막은 두꺼비 전설에서 유래되어 명명된 섬진강과 일제 강점기 때인 1908년 어업권을 찬탈한 일본인을 처단하기 위해 황병학(1876~1931)이 의병을 일으킨 망덕포구! 벚꽃이 아름답게 피고, 벚굴이 싱그러운 2019년 봄에 향토 시인들이 제대로 대접받았으면 합니다. 이 봄에 길손이 2015년 교직에서 정년퇴임하면서 펴낸 <나의 百人譜>를 꺼내봅니다.
   
공공로(섬진강-쌀쌀한 바람/알몸으로 흔드는 아침/섬진강 둑길 다가서면/보이지 않던 일상들/곡선으로 너부러진다) · 민점기(구름공장-삼천포 앞바다 창선대교 아래에/구름공장이 차려졌다...한 쌍의 무희가 너울너울 마주보기 춤을 추다가/한데 엉크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 박행신(할머니의 꽃밭-할머니께서 이른 봄을 달래며/포트에 소복소복 거름흙을 담으셔다) · 이상인(시인의 말-아무 생각 없이 꽃이 핀다/이내 꽃이 진다/ 생의 행간에서/보너스처럼 새가 울어준다) · 이정운(도깨비바늘꽃-어리고 작은 꽃 무더기/누구의 눈길 한 번 받아본 적도 없는 것들이/노랗게 길섶을 흔들고 있다) · 정은주(봄날-길 모퉁이 오수에 젖은 벚나무들/꽃잎은 봄꽃처럼 가벼이 사방으로 흘러간다) - 이 시인들은 2018년 12월 17일 <2018 詩·울림문학동인 제24집 몸 푼 자리에 꽃잎 가득하고>를 펴냈습니다. ‘詩의 빛과 볕’으로 광양만을 밝혀준 快擧를 이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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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광양시 진상면 농부네 텃밭도서관에서 길손 시인과 필자

 

이 시인들 중 ‘길손 안삼현’이 있습니다. 그는 시집 <나의 百人譜>에서 “참 많이 떠돌아다녔다. 쪽빛 고향 바다를 두고 이곳저곳. 아마도 해안선을 따라서만 헤집고 다닌 여정이 아닌가. 그래서 간밤에는 어느 날 먼저 떠나버린 이들의 모습이 문득 내 꿈속에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한 줄의 글을 제대로 이어갈 줄 모르는 천학비재, 많은 분의 고마움에 손톱만큼이나마 보답하지 못한 채 나는 아직 섬진 하단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름대로 걸어온 내 발자국. 살아가면서 작은 점 하나 찍으려 했다면 그 또한 욕심일까. 낡은 집을 고쳐 그냥 살기로 하였다. 오래 전 쓰다 남은 촛불을 다시 밝혀 두고 정신을 가다듬고 살기로 하였다. 슈만의 교향곡 3번 ‘라인’을 듣고 ‘겸재’와 ‘도겸’의 진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더불어, 함께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필자는 시집 <나의 百人譜> 발문(跋文)에서 “훌륭한 평교사 선생님 안삼현! 선인의 삶을 노래한 시인 안삼현! 그는 고향이 네 곳이나 되는 행운아이다. 그는 시인 같지 않은 사람, 시인답지 않은 시인으로 살아온 작가이다. 이제 ‘안쌤’은 새로운 마음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에게미국작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가 노벨상 시상식에서한 연설문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 시인은 지금 진정한 시인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邁進)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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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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