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투기꾼 뺨치는 장관 후보자들

기사입력 2019.03.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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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지난 정부에서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생활비’는 야당이 툭하면 공격 소재로 삼았다. 인사청문회 때 민주당은 “조 후보자는 연간 7억500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했다. 월 75만원도 안 쓰는 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했다. 정권 말 국정 농단 사태 때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조 장관 씀씀이 유명하지요. 연간 5억원, 여성부 장관 시절에는 연 7억5000만원”이라고 쏘아붙였다. 조 장관이 “과거 청문회에서 설명했는데…”라고 하자 박 의원은 “명백하지 않다”며 말을 잘랐다.

 

당시 민주당의 ‘연 생활비 5억~7억원’ 계산법은 이렇다. 5년간 부부 합산 근로소득이 32억원인데 재산은 4억원 감소했다. 그러니 둘을 합한 36억이 모두 ‘생활비’라는 것이다. 조윤선은 “그 돈을 부부가 다 쓴 게 아니다. 세금, 시댁·친정 보조비 등을 빼야 한다”고 했다.

 

보통 사람에 비해 지출이 많은 건 맞지만, 민주당 주장은 부풀렸다는 얘기였다. 고위 공직자는 소득에 비해 재산이 많이 늘었을 때 문제가 된다. 야당이 부동산 투기나 편법 증여 같은 부도덕한 방식을 쓴 것 아니냐고 따진다. 그런데 조 장관처럼 재산이 많이 늘지 않았는데 논란이 된 건 이례적이었다. 민주당이 ‘생활비 과소비’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를 ‘개척’했다고들 했다. 그러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영선 의원이 거꾸로 그 ‘생활비’의 타깃이 됐다.

 

한국당은 “최근 5년간 박 후보자 부부 합산 소득이 33억원인데 재산 증가액은 10억이다. 차액이 23억이니 매년 평균 4억6000만원을 썼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조윤선을 몰아붙이던 방식 그대로다. ‘부메랑’이다. 박 후보자는 “세금 빼면 1년에 1억6000만원 정도 쓴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당은 과거 사례를 들며 ‘박영선식 내로남불 씀씀이’라고 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 내 이른바 재개발 딱지 투자로 2년 만에 16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 후보자 부부가 문제의 땅을 매입한 것은 철거민·경찰관 등 6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로 시공사가 철수하고 사업이 수렁에 빠졌을 때였다.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 보통 사람이라면 10억여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진 후보자가 헐값에 ‘딱지’를 매입한 바로 이듬해 대기업이 재개발 사업자로 참여하고 서울시가 주상복합 건물 재인가를 내주면서 재개발은 날개를 달았다.

 

용산이 지역구인 진 후보자가 재개발 재개와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알았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최고의 투자 타이밍을 고른 것은 분명하다. 이번 개각 7명의 장관 후보자 중 4명이 다주택자다. 4채를 보유한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농촌 지역에 10개월 위장 전입을 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농지 매입을 위한 ‘6개월 거주’ 요건을 맞추기 위한 것이란 의혹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아버지 산소 부근으로 주소를 옮겼던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말을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갭 투자’로 10억원대 평가 차익을 올렸다. 저마다 부동산 전문가 뺨치는 투자 실력을 과시했다. ‘그들만의 리그’에 낄 엄두조차 못 낼 일반 국민의 박탈감은 클 것이다. 그런데도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장관 후보자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시선을 대변하는 것이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하면서 내 마음대로 하겠다면 차라리 청문회 제도를 없애는 게 나을 것이다. 이런 게 문 대통령이 자임한 ‘소통 대통령’의 진면목이 아니길 바란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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