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반일 감정 선동 자제하라.

기사입력 2019.04.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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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외교가 냉각되더니 이제는 서로 불매운동까지 벌일 조짐이 나타났다. 아베 신조 총리의 우경화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반일정서 부채질이 충돌하면서 양국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나라가 되고 있다. 두 나라 사이가 틀어진 것은 문 정부 출범 이후 위안부 합의문이 사실상 파기되고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본격화했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외교 갈등은 언제든 외교적 노력으로 풀면 되지만 불매운동은 민간 교류에 영향을 미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불매운동은 양국에서 동시에 고개를 들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관제 민족주의’ 성격을 띠고, 일본은 언론의 과도한 ‘혐한 감정’ 부채질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정도다. 어느 쪽이 더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양쪽 다 이성을 잃은 채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착오적 행태임에 틀림없다. 한국에선 경기도의회가 먼저 나섰다.

 

경기도의회는 초·중·고등학교가 보유한 일본산 비품 중 20만원이 넘는 품목에 대해 ‘일본 전범 기업이 생산한 제품입니다’라고 적힌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하는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받은 미쓰비시중공업을 비롯한 일본 주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것인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개방 경제 체제에서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감정적 대응일 뿐이다. 이런 반일 감정 선동이 확산하는 데는 문 정부의 책임이 크다.

 

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빨갱이와 색깔론은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 친일 잔재”라며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마치 ‘정부 정책과 코드에 이견을 보이면 친일파’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진보 성향의 정치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조차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두고 “친일 잔재와 보수 세력을 은연중에 결부시키며, 이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고 지적했을 만큼 ‘관제 반일 감정’ 부추기를 우려했다.

 

우리 못지않게 일본에서 고개를 드는 자발적 한국 제품 불매운동 조짐도 걱정스럽다. 올해 50주년 한·일 경제인회의가 돌연 연기되면서 양국 기업 간 관계도 급격히 경색돼 왔다. 그런데 이제는 일본인들 사이에 사회적연결망(SNS)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일본 정치권의 입장을 중계하며 연일 혐한 정서를 부추기는 일본 방송의 책임도 크다. 자제하길 바란다. 일제가 과거 저지른 전쟁 범죄와 강점기 시절의 강제징용 등 만행은 절대 잊어선 안 된다. 학교에서도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이 일제에 군수 물자를 공급하고 한국인 징용자들을 혹사시켰던 것은 80~90년 전 일이다. 그 기업 중에는 서너 세대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기업 소유권이 여러 번 바뀐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상대로 지금 와서 불매 운동을 벌인다는 것에 대해 기업 종업원들과 협력업체 사람들은 뭐라 생각하겠는가! 최근 전국 여러 학교에서 ‘친일’이란 딱지를 붙여 수십 년 이상 불러온 교가를 하루아침에 없애고 도로명과 동네 이름까지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좌파 단체가 만든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이 만들거나 지은 교가, 도로명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세계에서 무역 규모 10위권을 넘나드는, 교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한국과 일본의 산업구조는 상호의존적이어서 한쪽을 배제하면 다른 한쪽도 성립하기 어렵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730만명을 넘을 만큼 인적 교류도 밀접하다. 일본을 넘어서려면 일본보다 미래지향적 발상을 가져야 한다. 감정적이고 좁은 접근법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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