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북한 태양절-소리없이 달라지는 할아버지 잔칫상

기사입력 2019.04.16 10:32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태양절-2017년-4월-15일.-열병식.jpg
태양절-2017년 4월 15일. 열병식. 북한 월간 조선 2017년 6월 특간호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남한의 사전은 “태양은 태양계의 중심이 되어 있는 항성이다. 고온의 가스로 된 커다란 기체 덩어리의 둥근 공으로, 우리의 눈에 보이는 태양의 표면을 광구라고 부른다. 태양의 지름은 약 139만 1,400km(지구 지름의 109배),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평균 1억 4,950만km(1월에는 평균 거리보다 250만km 지구에 가까워지고...”라고 합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은 “태양(太陽) ①태양계의 중심천체로서 지구로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항성. 직경은 약 140만km(지구의 100배), 체적은 지구의 약 130만배, 겉면 온도는 약 6,000°C에 달하며 지구로부터 평균 약 1억 5000만km 떨어져 있다. 태양이 발산하는 빛과 열은 행성들의 빛과 열의 원천이 된다.”라고 기술했습니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그런데 이 북한 사전에는 ‘태양 ②’가 있는데, “조선인민은《평범한 근로인민대중에게 나아갈 앞길을 밝혀주며 그들을 자유와 해방, 독립과 번영에로 이끌어주고 그들에게 끝없는 희망과 행복을 안겨주는 것으로 하여 인민이 우러러 받드는 위대한 수령》을 비겨 이르는 말./ 세계혁명의 위대한 ~. / 전체 조선인민은 우리 인민을 승리와 영광, 행복과 번영의 한길로 이끌어 오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민족의 태양으로, 영원한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로 끝없이 존경하고 흠모하고 있다.”라는 설명입니다. 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그러면 북한의 태양절(太陽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에서 1912년 4월 15일에 김일성이 출생한 것을 기념하는 날!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을 기념하는 북한의 최대의 명절! 북한은 1974년 4월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을 통해 북한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였고, 1997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3주기에 이 날을 당중앙위원회, 당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의 5개 기관이 주체연호 사용과 함께 격상시키기로 공동결의했습니다. 

태양절-2019년-4월-14일.jpg
태양절-2019년 4월 14일. 김일성 생일 107주년 중앙보고대회-조선중앙TV

 

북한은 1992년 4월 9일에 헌법을 수정하여 국방위원장직을 국가 주석직과 분리, 국방위원회를 “국가 주권의 최고군사지도기관”으로 격상시키고 부자 권력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해 북한은 김일성의 생일을 ‘민족최대의 명절’로 정했고, 김일성은 대원수(大元帥)가 되었습니다. 평양은 8백여만 송이의 온갖 꽃으로 장식되었고, 평양시내 30만여 ㎡에 “김주석의 만수무강을 축하하는 인민들의 정성”이라는 명목으로 갖가지 꽃나무들이 심어졌습니다. 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2~4월에는 북한백성들의 결혼식이 금기사항이 되기도 했습니다. “위대한 수령님의 탄신일이 들어 있는 경사스런 기간에 어떻게 인민이 사사로운 축하행사를 가질 수 있겠는가”라는 우스꽝스런 논리...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하지만 김일성은 ‘최후의 만찬’도 없이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북한의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1994년 7월 9일 정오 특별방송! “위대한 수령 김일성주석이 8일 오전 2시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이신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질병과 사망원인에 대한 의학적 결론서”에는 “겹쌓이는 정신적인 과로로 하여 1994년 7월7일 심한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장쇼크가 합병되였다. 즉석에 모든 치료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쇼크가 증악되여 1994년 7월 8일 2시에 사망”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물론 태양절, 즉 김일성 생일잔치는 1994년 4월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축하 행사도 화려하게 진행되었습니다. 1982년에 시작된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은 대표적인 생일 축하 문화예술행사입니다. 그런데, 세계 각국의 예술가와 단체들을 초청해 매년 개최하던 것을, 2007년부터 격년제로 바꿨었습니다. 북한 기록영화 <세기를 이어가는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는 "얼마나 가슴 뜨거운 사연들이 뜻 깊은 봄 축전마다에 아로 새겨졌던가. 주체71 1982년 4월. 경애하는 수령님 탄생 일흔 돐을 맞으며 온 세계의 커다란 기대와 관심 속에 봄 축전의 첫 막이 올랐습니다."라고 했는데...그때부터 태양절 행사는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북한 월간 <조선>(2017년 6월호/특간호)은 “김일성동지 탄생 105돐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 군중시위 성대히 거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회주의 강국건설의 복구마다에서 전례없는 대승리, 특대사변들을 련이어 이룩하며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폭풍쳐 내달리는 조선에서는 지난 4월 15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탄생 105돐 경축 열병식 및 평양시 군중시위가 수도 평양에서 거행되였다.”고 했습니다. 변화한 것이 없었습니다.

 

북한 <로동신문>(2018년 4월 1일 字)은 “위대한 령도, 불멸의 업적”에서 “인류가 안고 있던 력사적인 물음에 가장 명확한 해답을 주신 분이 바로 위대한 수령님이시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로동신문>은 “태양절 경축준비위원회 여러나라에서 결성”이라는 기사를 매일 실었습니다. 북한은 ‘태양절(太陽節)’을 “인류의 태양으로 높이 솟아오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탄생일인 4월 15일 명절.”(<조선말대사전>, 407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축 열병식 등은 없었습니다. ‘2018 남북정상회담’ 때문??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태양절-2019년-4월-15일.jpg
태양절-2019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7주년 , 김정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2019년 4월 14일! 북한 <로동신문>(4월 15일字)은 4월 14일 평양체육관에서 중앙보고대회를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불참했습니다. 2019년 4월 15일!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는데,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태양절에 즈음하여 4월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시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 숭고한 경의를 표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분명 평양에서 소리없이 달라진 할아버지 잔칫상이 차려진 것 같습니다.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바뀌어야 할 것은? 헌법이 아닐까요? 헌법 서문(序文)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인민은 조선로동당의 령도밑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높이 모시며 김일성동지의 사상과 업적을 옹호고수하고 계승발전시켜 주체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하여나갈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주체적인 국가건설사상과 국가건설업적을 법화한 김일성헌법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김일성헌법’이란 말은 ‘미래의 김정은’에게 걸림돌? 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230.jpg

 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