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리뷰] 『시데레우스』, 뮤지컬로 보여주는 지적 탐구의 향연.

기사입력 2019.05.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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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완연한 봄기운이 가득한 평일 저녁, 서울 신당역에 있는 '충무로 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갈릴레오와 케플러의 진실을 향한 탐구와 인간적 고뇌를 그린 창작 뮤지컬 『시데레우스』를 관람하였다. (캐스팅 : 갈릴레오/정민 , 케플러/신주엽 , 마리아/김보정)

 

(*시데레우스 : 시데레우스 눈치우스(Sidereus nuncius, 별의 메신저, 별의 소식) / 1610년, 갈릴레오가 직접 제작한 망원경을 가지고 천체를 관측한 사실을 기록한 40쪽짜리 소책자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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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데레우스' 공연장에서 관객에게 제공하는 소식지 - 충무아트센터 /  ⓒ선데이뉴스신문]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갈릴레오 딸 마리아의 오프닝 나레이션을 통해, 케플러가 갈릴레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중세, 교회(교황) 권력이 절대적이었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지구와 우주 그리고 별을 향한 호기심과 그 진실(지동설)을 찾으려는 두 학자의 여정과 고뇌를 담고 있다. 

 

『시데레우스』는 요즘 추세인 대규모 뮤지컬에 비해 비교적 크지 않은 중극장에서 공연이 이루어졌다. 인물도 나레이션을 제외한 단 3명을 등장시켜 화려함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 중심의 몰입도에 중점을 두었다.
 
무대도 반원형 객석에 최적화하여 중앙에 경사가 있는 원형의 무대를 중심으로 케플러의 공간과 갈릴레오의 공간을 대칭으로 하고 후면에는 여러 비주얼과 정보를 상영하는 프로젝션을 두어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는 구조로 만들어졌는데, 이 역시 관객의 몰입도에 중점을 둔 무대 디자인이다.
 
'소품 미장셴과 조명' 등도 마치 천문대나 어린시절 방문했던 과학관 안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으로 장치들을 배치해 천문학자들 간의 스토리에 걸맞는 최적의 비주얼을 보여주어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스토리는 두 학자의 진실을 향한 의지와 내적 갈등과 고난 그리고 우정이, 중간중간 종교적 권위와 아버지의 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마리아의 모습이 잘 그려져 캐릭터 뮤지컬로 불려도 좋을만큼 인물 표현이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이번에 관람한 공연 캐스팅의 정민배우와 신주엽배우는 '갈릴레오 VS 케플러', 두 인물 간 캐릭터 특성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짓게 연기하면서도 극의 흐름에 따라 합을 맞출 때는 오래된 듀엣처럼 멋진 앙상블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김보정배우는 두 인물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가는 마리아의 역할을 훌륭히 연기해 주었다. 특히 마리아의 "내가 몰랐던 이야기"는 디즈니 뮤지컬 같은 느낌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훌륭한 넘버였다.
 
다만, 이러한 훌륭한 대사와 넘버들이, 배우들 딕션의 문제라기 보다는 무대 음량시설의 문제인 듯, 대사(노래)의 일부가 뭉개져 잘 들리지 않아 내용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다. 다음 공연 때는 이러한 기술적인 세팅도 좀 더 완벽하게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뮤지컬 러닝타임치고는 짧은 편(100분)임에도 후반으로 갈수록 늘어지는 부분이 있어 지루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인물들의 고뇌는 명확하나 그 인물을 고뇌에 빠트리는 일종의 안타고니스트가 단조로운(교회) 탓에, 인물과 안타고니스 사이에 생겨야 할 갈등의 텐션이 부족해 조금 느슨한 기분이 들었다. 안타고니스트인 교회의 어긋난 권위를 표현하는 방식이 반복된 나레이션 ("마리아, 갈레레오의 이단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등)이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극적 긴장감의 신신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극적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등장인물을 제한하는 방법도 좋지만 다음 버전에서는 요즘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안타고니스트(교회와 그것을 절대 신봉하는 일반 민중)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 이번 무대디자인만큼이나 '다채로움'에 관하여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형태의 뮤지컬을 제작해 낸 제작진의 도전정신과 배우들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같이 화려하고 거대하고 자극적인 뮤지컬이 넘쳐나는 공연계에, 미니멀하지만 주제를 좁혀 인간 본성 문제와 현재도 진행형인 사회 부조리와 모순에 관한 주제의식을 밀도 있게 다룬 강한 울림을 주는 창작 뮤지컬이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관객들의 찬사를 받을만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형태의 다양한 뮤지컬이 나오는 계기가 되고 관객들 또한 많은 호응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그리고 한가지 더, '과학관'같은 무대디자인을 보면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너무 좋은 취지와 지식정보를 담은 뮤지컬인 『시데레우스』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의미에서 별과 우주에 한창 관심이 많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조금은 쉽고 좀 더 밝은 버전을 기획해 보면 어떨까 하는 작은 희망도 한번 가져본다. 
[김건우 기자 geonwoo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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