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정신질환자의 묻지마살인

기사입력 2019.05.1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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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몇 년 전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 정신과에 북한 간첩이 자신을 미행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조현병 환자가 들어왔다. 그는 택시 기사를 간첩으로 보고 폭행도 했다. 입원해서 약물치료를 받으니 상태가 좋아졌다. 그는 회진 의사에게 이제 퇴원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의사가 나가서 뭐 할 거냐?”고 묻자 환자는 김정일을 만나 남북문제를 담판 짓겠다고 했다. 의사는 약물 용량을 더 올리고 입원 기간도 늘렸다. 요즘은 병원이 정신과 환자의 퇴원을 막을 수 없다.

 

2018년 시작된 정신보건법 개정안 때문이다. 강제 입원토록 하려면 가족 두 명이 동의하고, 정신과 의사 두 명이 같은 진단을 내리고, 다른 병원 의사가 합의해야 한다. 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정신질환은 환자 스스로 입원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90% 이상이 자해·타해를 막으려는 비자의 입원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요즘 입원 환자가 동네를 돌아다닌다고 걱정한다. 조현병을 앓던 환자가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나 사망케 했다.

 

 이 남자는 전에도 오물 투척과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니 관리되지 않은 환자로 보인다. 치료에 순응하는 정신질환자는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낮지만, 그렇지 않으면 더 높다. 얼마 전 임세원 정신과 교수를 진료실서 살해한 이도 방치된 환자였다. 이들이 내는 사고는 흉악하고 무차별적이다. 상대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피해망상이 있거나 누군가가 명령하는 환청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는 문제는 어느 나라나 민감하다. 미국은 법원 판단에 맡긴다. 통제되지 않는 환자를 구금하는 셈이다. 일반인도 입원 필요 여부를 문의할 수 있다. 독일은 행정권 차원에서 경찰이 개입하고, 이어 법원 판단을 받는다. 영국은 정신보건 전문요원이 후견인으로서 입원 결정권을 갖고, 나중에 정신건강 심의기구에 맡긴다. 우리처럼 환자 가족과 의사에게만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환자 인권도 보호돼야 하고 지역 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정신질환 관리 시스템이 그 전제다. 우리는 통제되지 않는 '동네 환자'를 강제로 외래 치료를 받게 하는 제도 역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정신질환자 입원·치료·관리 절차를 현실에 맞게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5명이 희생된 경남 진주 묻지마 칼부림사건 피의자 안인득의 가족이 사건 발생 2주 전부터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으나 제도의 벽에 막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인득의 형은 진주경찰서를 방문해 응급입원의 방법으로 동생을 입원시키려 했으나 도움을 얻지 못했다.

 

 안인득의 가족은 최종적으로 행저입원의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의 힘을 빌려 보려 했으나 역시 소용이 없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하에서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방법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의 진단과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본인이 정신과를 방문해 진단을 받으려 하지 않으면 말짱 헛것이다.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은 경찰이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만 실효성이 있다. 정부는 응급인원과 행정입원이 잘 활용되지 않는 것은 경찰이나 지자체가 보호자를 찾지 못해 병원비를 떠맡게 될 상황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 보호자가 적극 나설 때조차도 경찰과 지자체는 소극적이었다.

 

 정부는 1996년 제정·시행된 정신건강법을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이름까지 바꾸고 강제입원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강제입원을 더 어렵게 만들 때는 병원 밖에서 관리를 더 강화하는 방법이 따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부는 뒤늦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경찰의 협력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사생활보호의 벽이 높아 정신질환자의 병력을 조회할 수 있는 길이 쉽게 열릴지는 의문이다. 졸지에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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