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남한의 미스트롯, 북한의 대중가요와 작사가 김정일

기사입력 2019.05.2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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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관악구 남현동 삼원떡집의 실사 현수막.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서울특별시 관악구 남현동과 신림동, 금천구, 경기도 안양시와 과천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서, 갓뫼, 간뫼, 백호산, 서금강, 소금강이라고도 하는 산! 한남정맥이 수원 광교산에서 북서쪽으로 갈라져 한강 남쪽에 이르러 마지막으로 우뚝 솟아오른 산! 검붉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은 꼭대기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모습으로 보여서 ‘갓 모습의 산’이란 뜻의  갓뫼, 관악이라고 했던 산! 관악산입니다. 필자(筆者)는 그 산의 자락에 있는 금천구 시흥동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관악구 남현동에 보금자리가 있습니다.

 

관악산(冠岳山)은 “자연 여신(女神)의 궁전”이라는 알프스도 아니고, 명산도 아닙니다. 그냥 좋은 이웃 같은 산입니다. 물이 적어 아쉽지만 사계(四季)의 숨은 고운 영상을 간직한 관악산은 훌륭한 서울시민의 안식처입니다. 산을 오르는 길은 아주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5번 출구에서 오르는 길은 많은 시민들이 애용하고 사랑하는 등산로입니다. 그 산자락에 있는 “옛날 손 누룽지 집”과 “삼원떡집” 등은 정갈하고 맛깔스런 먹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이 길을 오가다 보면 한 상점 앞에 조그만 실사 현수막(實寫 懸垂幕)이 놓여 있습니다. 거기에는 “25년 전통의 맛! 떡의 명가. 효녀가수 미스트롯 김소유. 심금을 울리는 명품 보이스”라는 글씨가 선명합니다. “대한민국 트롯 열풍에 화력을 더하고 제2의 트롯 전성기를 이끌 차세대 트롯 스타를 탄생시킬 신개념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자랑하는 <조선TV>의 “미스트롯”(방송종료)에서 본선 12명에 든 무명가수 김소유가 주인공입니다.

 

우승을 차지한 송가인과 김소유는 준결승전에서 ‘정통시스터즈’의 ‘진검승부’, ‘용쟁호투’, ‘맛’을 보여주었다고 박수를 받았습니다. 둘이 부른 “진정인가요”의 원곡 가수 김연자도 극찬을 했습니다. 요사이 본선 12명이 부른 가요는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부른 ‘트롯’은 트로트, 트롯트 등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뽕짝’이라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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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수난기의 가요들을 더듬어-최창호-대한민국 한국출판사 2000년판.

‘트로트(Trot)’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엥카(演歌)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대중가요 양식으로, 독특한 5음계를 음악적 특징으로 하며, 일본 엥카의 번역·번안 노래를 거쳐 1930년을 전후한 시기에 국내 창작이 본격화되었고, 1930년대 중반에 정착된 대중가요 양식으로 신민요와 더불어 일제강점기 대중가요의 양대 산맥을 이뤘습니다.

 

이 양식은 1920년대 일본 엥카의 번역·번안곡이 인기를 모은 이후, 1928년 문수일 작사, 김서정 작곡의 “세 동무”에 이르러 창작곡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1932년 이애리수가 부른 “황성의 적”(일명 “황성 옛 터”)을 거쳐면서 , 이 형태가 확고히 정착되었습니다. 이때부터 트로트는 단조 5음계로 고착되고 주로 2박자에 특유의 꾸밈음을 지닌 노래로 정착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북한의 단행본 <민족수난기의 가요들을 더듬어>에서 “《픽타》레코드회사 △대표적인 대중가요들/ 황성옛터(荒城의 跡)…왕평 작사, 전수린 작곡, 리애리수 취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대중가요! 북한에서 ‘대중가요’라는 어휘가 가장 많이 쓰인 책이 1997년 8월 15일 발간되었습니다. 평양출판사에서 펴낸 <민족수난기의 가요들을 더듬어>의 차례를 보면, ‘3. 민족수난기의 대중가요들을 더듬어’(75~192쪽), ‘악보를 통해 보는 민족수난기의 대중가요’(285~375쪽)라고 되어 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이전의 대중가요를 소개한 것입니다. 1995년에 출판된 <민족수난기의 신민요와 대중가요들을 더듬어>의 중보판인 이 책자는 한민족 전체가 공유하는 대중가요의 위상 제고라는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이 책의 저자 최창호는 ‘일제시대’에 대중가요가 ‘친일세력들과 부유계층들’의 냉대를 받았는데, “그 리유의 하나는 돈 없는 무산자들, 일자리가 없어서 여기저기에 떠다니는 뜨내기들이 부르는 노래, 다시 말하면 비천한 서민계층들이 부르는 노래라고 하여 대중가요들을 천대시하였던 것이다. 다음으로 이 노래들이 일제의 착취와 그 기반에 시달리며 살아온 눈물겨운 서민대중의 마음을 대변한 시와 음률이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서민대중을 천대시하는 친일세력들과 유산자들은 이 시기의 대중가요가 자기들의 마음과 기호에 맞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89쪽)라고 했습니다.

 

<민족수난기의 가요들을 더듬어>는 “민족의 수난기에 대중가요는 사람들 속에서 가장 널리 불리워지면서 음단에서 주류를 이루어왔고 예술가요나 신민요들에 비하여 그 노래의 수가 많다. 대중가요는 비가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황성옛터》, 《눈물 젖은 두만강》, 《진주라 천리길》, 《울며 헤진 부산항》, 《나그네 설음》 등 많은 작품들은 겨레의 마음속에 흐르던 눈물과 그 울분을 담고 있는가 하면 《목포의 눈물》, 《칠석날》, 《애수의 소야곡》 등 련정을 담은 비가들도 있다. 다음으로 《잃어진 고향》, 《타향살이》, 《연자방아》, 《고향설》 등을 비롯한 애향의 주제들도 있고 비가에서 탈피해보려고 시도한 《락화류수》, 《피리소리》, 《망향초사랑》을 비롯한 정서적인 작품들과 겨레의 힘찬 박동을 담은 《감격시대》, 《바다의 교향시》 등과 같은 작품들도 있다.”(75쪽)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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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중가요-수령님의 높은 뜻 붉게 피였네-김정일 작사.

 

1970년 11월 6일 김정일은 자기가 친히 창작한 가사를 가지고 창작가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북한은 그 가사가 바로 ‘대중가요의 본보기’이며, 그 ‘본보기’의 제목이 <수령님의 높은 뜻 붉게 피였네>이라고 합니다. 결국 김정일은 자신이 직접 작사한 대중가요를 ‘대중가요의 본보기’라고 자랑한 셈인데, 어쨌거나 남한 식으로 말한다면 김정일은 대중가요의 작사자가 분명합니다. 일제강점기 때의 한반도 대중가요는 남과 북이 함께 공유했습니다. 자료는 북한이 오히려 잘 보존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북한 대중가요는 김일성을 찬양한 <수령님의 높은 뜻 붉게 피였네>와 같은 작품이 많습니다. 우상화...!

 

음악을 사랑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안을 해 봅니다. -“지금 남한에서는 <내일은 미스트롯>이 전국 순회공연 중! 2019년 6월 30일(일) 안양공연이 마지막인데, 광복절에 평양 공연”을 할 수는 없을까요?”- 당신의 “공화국 인민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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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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