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 자사고 죽이기 코미디

기사입력 2019.07.0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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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 2003년 자사고로 지정된 전북 삼신고 홍성대 이사장이 슨 ‘수학의 정석’은 1966년 초판이 나온 이래 5000만부 가까이 팔렸다고 한다. 홍 이사장은 책 인세 등 사재 463억원을 털어 성산고를 전국에서 손꼽히는 사학으로 키웠다.

 

그런 성산고에 대해 전북교육청이 커트라인 80점에 0.39점 모자란다는 이유로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했다. 홍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좋은 학생 길러내면 그 혜택을 내가 보는 것도 아닌데...” “벽돌 한 장 사 준적 없는 정부가 사회를 호주머니 속 물건 취급한다” 고 분개했다. 2010년에도 악산 남성고에 대해 자사고 자격을 박탈했다가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로 무산됐다. 성산고는 이번 평가에서 학생·학부모·교원 만족도 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그런데 교육감은 원래 60점 커트라인을 80점으로 올렸다. 원래 없던 항목을 갑자기 만들어 점수를 깎는 황당한 일로 저질렀다. 교육 행정이 아니라 폭력배 주먹질을 모는 것 같다. 꾜육감은 작년 11월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자신의 측근을 승진시키기 위해 인사 담당자에게 그의 근무평가가 점수와 순위를 올리도록 지시한 사실이 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공적인 행정과 절차는 안중에도 없고 ‘내 맘대로 한다’는 것 같다. 좌파 내에서도 그는 불통 독불장군으로 불린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이 2015년 “삼성그룹에 전북 지역 학생을 취직시키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다. 지역인 들이 우리 자식들 앞길 막는다고 반발했다.

 


2013년 비정규직 교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자 ‘해주면 노조 가입해 투쟁할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했다. 전교조를 그토록 옹호하면서도 이런 말을 해 이 사람 진보 맞느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전국 좌파 교육감들은 상산고를 시작으로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줄줄이 내놓을 태세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작년 6월 당산 직후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조 교육감 장남과 차남 모두 외고를 나왔다. 내 자식은 외고 가고 남 자식은 안 된다는 거냐는 비판이 일자 그는 “양반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고 힘을 갖게 된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는 모두 24곳이다.  유독 전북조교육청만 재지정 기준점수를 교육부 권고안(70점) 보다 높은 80점으로 해 사실상 폐지를 위한 수순 밟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평가에서도 학생·학부모·교원의 학교만족도 등 15개 지표에서 만점을 받아 8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다른 시도 자사고라면 재지정이 되고도 맘을 점수를 받고도 폐지 위기에 처했으니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김승환 전부도교육감의 결정을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된다. 성산고는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려는 김대중 정부 정책에 호응해 2002년 자사고로 전환됐고 도 단위가 아닌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이다.

 

만약 자사고 취소에 동의한다면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다. 학교를 비롯해 학생·학부모도 독단적인 평가에 반발하고 있고 법적 다툼 등 소모적 갈등만 이어질 뿐이다. 교육자치 운운 하며 뒷짐질 상황이 아니다. 미래 사회에 대응할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마당에 수월성·다양성 교육의 가치를 무정하는 것은 인적자원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사고 지정 취소를 발표할 때 전북도교육청은 외부 특강을 한다며 자리를 비웠다. 아까운 학교를 잃게 됐다며 상복시위를 벌인 학부모들을 외면한 그는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를 한 곳이라도 만들어봤나!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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