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북한의 평양랭면·평양온면, 그리고 한반도 대표국수

기사입력 2019.08.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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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랭면-조선료리전집(1). 조선료리협회 발간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기자]“삼복(三伏) 허리의 햇발은 불길을 머리에 끼얹는 것 같이 뜨거웠다. 반 시새의 길바닥에서도 훅훅 더운 기운이 풍겨 올라왔다. 양쪽 길섶에 무성한 아카시아 잎도 후줄근하게 늘어져 있었다. 달착지근한 냄새가 코로 스며들었다. 아카시아 잎에서 풍기는 초록과 더위의 냄새였다. 늙은 소나무에는 송진이 끓어 올라 햇볕에 번쩍이고 있었다.”-[<조선총독부> 등을 집필한 작가 유주현(1921~1982)의 <태양의 유산> 중에서]

 

1820년 자동기록식 온도계가 발명된 이후 기록된 최고의 더위는 1922년 9월 13일 멕시코의 ‘포트시·산·루이스’라는 곳에서 기록된 섭씨 58도입니다. 이에 비하면 한반도의 폭염경보는 ‘새의 가느다란 발에서 나오는 피’에 지나지 않을까요? 하지만 말복(末伏)이 코 앞에 다가온 지금의 더위는 ‘태양의 유산’이 아니라 ‘태양’ 그 자체처럼 뜨겁습니다. 이럴 때는 무엇보다도 더위를 이겨내는 힘을 길러야합니다. 그러러면 무엇보다 맛깔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 최고입니다. 한반도에도 이런 음식들이 아주 참 많습니다.

 

'2018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의 수장(首長) 김정은이 모두(冒頭) 발언에서 “대통령께서 편한 맘으로, 평양냉면, 멀리서 온, 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그날 "4월 27일, 냉면데이 지정"하자는 ‘헛소리’가 나왔습니다. 그 뒤 최근 1년 여(餘) 동안 남·북 통틀어 화제가 된 음식은 ‘평양랭면=평양냉면’일 것입니다.

 

북한에서 발행된 <조선의 민속전통(1)-식생활 풍습>을 보면, “예로부터 평양지방의 특산음식물으로 이름난 평양랭면은 오늘에 와서도 뛰여난 맛과 높은 영양가, 민족적 풍미와 입맛을 돋우는 여러 가지 고명 등으로 하여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음식으로 되고 있다. 평양 옥류관을 비롯한 이름 있는 식당들에서 널리 장려되고 있는 평양랭면은 닭고기, 돼지고기의 비률을 적당히 하고 통무우를 넣어서 산뜻하면서도 향기롭고 구수한 나게 한 닭고기 육수국과 메밀의 고유한 맛을 살리기 위하여 껍데기채로 갈아서 만든 메밀가루를 가지고 만든 국수”라고 되어 있습니다.

 

북한 단행본 <이름난 평양음식>에는 "평양랭면은 촉감이 부드럽고 향기가 독특하며 입맛이 구수한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입니다. 국수오리가 지나치게 질기지 않아서 먹기에 알맞춤하며 국수국물과 꾸미, 국수그릇과 국수말기가 특별하여 예로부터 소문이 났습니다. 때식("아침, 점심, 저녁에 먹는 음식")음식으로도 좋지만 술 마신 뒤에 먹는 음식으로 더욱 어울립니다."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냉면은 시원하지만 사시사철 즐기기도 합니다. 반대로 따뜻하지만 사계절 즐기는 “평양온반”도 ‘랭면’만큼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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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온반-북한 월간 조선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은 “온반(溫飯) ①<더운밥>을 달리 이르는 말. ②=장국밥”이라고 했고, 남한의 <우리말큰사전>은 “온반 ①=더운밥. ②=장국밥 (溫飯)”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온반’이라는 이름의 음식이 별로 없습니다. 이젠 주로 북한의 음식 이름에 ‘온반’이 붙는 것입니다. 이 북한의 온반 중에서 대표적인 음식이 ‘평양온반’입니다.

 

북한의 월간 <조선>은 “평양의 4대음식 평양온반”이라는 제목으로 이 온반을 소개, “평양에서는 예로부터 자랑할만한 민족음식들이 많다. 그중에는 랭면과 숭어국, 녹두지짐과 함께 평양의 이름난 4대음식의 하나인 평양온반도 있다. 밥과 국을 주식으로 하는 식생활방식에서 유래된 평양온반은 영양가가 높고 사람들의 구미에도 잘 맞는 것으로 하여 널리 알려졌다."고 했습니다.

 

북한에는 평양온반에 대한 유래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옛날 평양관가에서 한 총각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추운 겨울날에 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이때 그를 사랑하고 있던 한 처녀가 뜨거운 국을 붓고 지짐을 덮은 밥그릇을 치마폭에 몰래 감추어가지고 총각에게 안겨주었다는 것입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던 총각은 그 따끈한 밥을 달게 먹었는데, 더운밥이라는 뜻이 담긴 이 온반은 그 총각이 옥에서 나와 처녀와 함께 결혼식을 할 때에도 잔칫상에 올랐으며 이들이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도 자주 만들어 먹는 과정에 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후 평양지방에서는 결혼잔치를 할 때마다 신랑신부가 이들처럼 뜨거운 정 속에 살라는 의미에서 온반을 만들어 잔칫상에 올려놓았다고 합니다.

 

평양냉면-등-[지역별-대표-국수].중앙일보-2016.3.7.jpg
평양냉면 등 [지역별 대표 국수].중앙일보-2016.3.7.

 

한반도에 국수가 ‘북한의 시원한 평양랭면과 따뜻한 평양온면’ 뿐이겠습니까! 과거 일간지 <중앙일보>는 “조상들의 국수 사랑”이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그 내용을 조금 인용해봅니다. -“찰기가 느껴지는 혀 맛, 끊을 때 치아에 전해지는 쾌감, 식도를 통과할 때의 상쾌함은 물론이고 빨아들일 때 입술을 통과하는 최대의 감칠맛까지. 밥이나 빵에서는 이런 자극을 느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부산 밀면, 고기국수, 어탕국수, 들깨국수 등을 소개했습니다.

 

‘신문’은 또 “조선시대까지 즐겨 먹던 국수는 흔히 떠올리는 밀가루로 만든 면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밀이 나던 지역이 극히 드물었던 탓에 구하기 쉬운 메밀이나 감자를 활용한 메밀국수·감자국수 등이 많았다. 이에 다산 정약용은 어원연구서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우리 조선 사람들은 재료를 따지지 않고 그저 긴 걸 국수라고 부르는데 그건 잘못됐다. 엄밀히 말하면 밀가루로 만들어야 면이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조선료리전집>1권에 ”고려시기에 쓴 책인 <룡비어천가>에 고려사람들이 손님들을 대접할 때 국수를 많이 썼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국수가 고려시기는 물론 그 이전시기에도 우리 인민들의 식생활에 리용되였다. 우리 선조들은 국수를 일상음식으로 뿐아니라 오리가 길다는데로부터 장수의 상징으로, 없어서는 안될 별식으로 많이 만들어 먹었는데 잔치상이나 생일상에 국수를 내는것을 하나의 풍습으로 삼아왔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 선조들‘은 남·한 사람들 모두의 선조입니다. 한반도 한민족이 모두 ‘평양랭면’·평양온면, 그리고 한반도 대표국수와 함께 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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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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