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큰물’ 넘친 두만강, “눈물젖은 두만강”

기사입력 2019.08.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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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두만강. 하류지역. 8월 17일 홍수 특급경보` 발령.조선중앙방송 보도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북한 두만강 하류 지역에 2019년 8월 17일 ‘홍수 특급경보’가 발령됐다고 <조선중앙방송>이 전했습니다. ‘중앙방송’은 이날 보도를 통해 "두만강 하류 큰물특급경보"를 알리고 해당 구간은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부터 두만강 하구까지"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는 ‘홍수’를 “큰물 : 큰비가 내려서 강이나 개울에 넘쳐흐르는 많은 물=한물”(조선말대사전)이라고 합니다. 

 

2019년 8월 16일 두만강 하구 나선특별시 지역에 발령했던 “‘물1급경보’에서 구간을 확대하고 경보단계도 ‘큰물특급경보’로 상향 조정한 것입니다. ‘방송’은 이날 보도를 통해 “두만강 하류 큰물특급경보”를 알리고 해당 구간은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부터 두만강 하구까지”라고 밝혔습니다. 방송에서 언급된 ‘경원 지점’은 함경북도 경원군 훈융리를, ‘원정 지점’은 나선시 원정리 일대를 의미합니다. 이 지역은 중국 훈춘(琿春)과 마주하는 대표적인 북·중 접경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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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두만강. 하류 '큰물(홍수)특급경보. 함경북도 지도-자료 통일부.

  

2016년 9월 3일 <조선중앙통신>은 9월 2일 태풍 10호의 영향으로 함경북도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으며, 회령시에서는 15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었습니다. 북한 · 중국 국경을 흐르는 두만강 유역에서 관측 사상 최대의 ‘홍수’가 발생했고, 두만강이 범람! 북한 주재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에 대해 "50~6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라고 지적했었습니다.

 

북한! 1990년대 중반에 수해로 인한 최악의 대흉작으로 배급제가 붕괴되며 아사자(餓死者)가 속출. 1996년 1월 1일 북한〈로동신문〉등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모자라는 식량을 함께 나눠먹으며 일본군에 맞서 투쟁한 항일빨치산의 눈물겨운 고난과 불굴의 정신력’을 상기하자며 ‘고난의 행군’ 정신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자”고 호소했었습니다. ‘큰물’ 때문에 험한 길을 걸어온 북한! 김일성 부자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1984년에 태어난 수장(首長) 김정은이 알면 얼마나 알까요?

 

두만강! 남한에서는 ‘두만강’ 하면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떠나간 그 배는 어데로 갔소/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나/ 강물도 달밤이면 목메어 우는데/ 님 잃은 이 사람도 한숨을 지니/ 떠나간 그 내 님이 보고 싶구려 그리운 내 님이여”라는 노래! 그 가요를 부르는 남한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최근에는 TV에서 젊은 국악인이 이 노래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불러 더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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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가요 눈물 젖은 두만강 앨범.

 

 가수 김정구(金貞九/1916~1998)가 불렀던 “눈물 젖은 두만강”(김용호 작사, 이시우 작곡, 김정구 노래)! 옛 노래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도 이 노래 한 소절쯤은 제법 한답니다. 이 노래는 일제의 등쌀에 못 이겨 눈물의 강을 넘어가야만 했던 망국(亡國)의 시대에 조상들의 삶과 애환이 눈앞에 환히 보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가도록 두만강은 여전히 피눈물의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강(江)! 두만강은 백두산 천지의 남동쪽에 대연지봉(2,360m)의 동쪽 기슭에서 발원하는 석을수(石乙水)를 원류로 하는 서두수(西頭水) 등 크고 작은 강물들을 받아가며 북동진합니다. 강의 전체 길이는 500㎞를 넘습니다. 1930년대 이 두만강 연안에는 일본군 국경수비대가 삼엄하게 오고가는 사람들을 검문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독립단 소속 열혈청년과 민족 운동가들은 두만강을 넘어 다니며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당시 악극단 단원들도 만주 지역의 동포들을 위해 순회공연을 떠났는데, 반드시 이 두만강을 넘었습니다.

 

독립투사 문창학의 부인인 김증손녀(당시30세)는 자신의 남편이 훈춘(渾春)에서 독립운동을 벌리다 체포(1921년 12월)되어 압송된 후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1923년 12월20일)됐다는 정보를 접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작곡가 이시우(李時雨/1914∼1975)sms 큰 충격이 받았는데, 이튿날 그는 두만강을 바라보며 나라 잃은 우리 겨례의 슬픔을 통탄했다고 합니다. 이시우가 이러한 감정을 누를 길 없어 가사에다 즉흥적인 선률을 붙인 것이 “눈물 젖은 두만강”이라고 합니다.

 

이 노래의 후렴의 죽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 목 메이는 그녀의 애절한 호곡소리는 “그리운 내님이여”라는 시어(詩語)로 승화되었고, 빼앗긴 조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은유되었던 것입니다. 특히 2절에서 “추억에 목메이는 애달픈 하소”라고 표현한 것과 3절에서 “님 가신 이 언덕에 단풍이 물들고”라는 표현은 여관집에서 본 단풍나무에서 얻은 영감을 시어에 담았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은 조국이 그리울 때 이 노래를 불렀고, 떠나간 옛 님이 그리울 때도 불렀습니다.

 

광복절부터 8월 16일 오후까지 함경도 동해안 지역에 최고 2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렸는데, 수장 김정은은? 북한 <로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월 16일 오전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제 정신이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그에게 질문을 해봅니다.“동향(同鄕)인 ‘가수 김정구’를 아는지? 그가 부른 “눈물 젖은 두만강”은? 과거 북녘땅이 “큰물 넘친 두만강” 때문에 황폐해진 것을 아는지? 그가 2019년에 여덟 번 째 발사를 하필 홍수 때? 제 정신? 미국의 2대 대통령 존 애덤스(John Adams/1735년~1826년)는 임기 때가 “나의 평생에 가장 비참한 시절”이라고 했는데, 독재자는 무슨 뜻이지 모를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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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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