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한국 경제 흔들린다’

기사입력 2019.10.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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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탹 칼럼]베트남 전쟁 당시 맥나마라 미 국방장관은 하버드대 MBA, 포드사 사장 출신답게 ‘통계’를 중시했다. 그는 ‘적군 사망자 수’를 전세 판단 지표로 삼았다. 눈치 9단인 전투 부대장들이 성과를 과장 보고하기 시작했다. 적군 사망자 수가 한 해 30만명 선까지 올라갔다. 뒤늦게 엉터리라는 걸 깨달았다.

 

소련 붕괴의 주 요인 중 하나는 통계 왜곡이었다. 중앙 정부의 획일적 곡물 수확량 책정과 집단농장의 엉터리 보고로 매년 ‘통계 풍년’을 기록했지만, 빵 배급소의 줄은 나날이 길어졌다. 공식 통계론 50여년간 연평균 9%라는 경이적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가 하루아침에 망했다. 그리스는 2000년에 유로존 가입 심사를 받을 때 재정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6%(실제로는 12.5%)라고 허위 신고했다.

 

10년 뒤 EU(유럽연합)의 회계 실사에서 조작이 들통났다. 국가 부도 위기로 내몰렸다. 미국 시카고대 마티네즈 교수는 국가의 통계 분식을 잡아내기 위해 인공위성이 촬영한 특정 국가의 야간 불빛 변동 폭과 그 나라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GDP 성장률 간 차이를 분석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그의 결론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불빛이 10% 밝아질 때 GDP가 2.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 독재 정권은 2.9~3.4% 높아진다’는 것이다. 독재국가일수록 지도자, 정부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 ‘GDP 부풀리기’ 조작을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숫자 왜곡은 거의 습관이 된 지경에 이르렀다. 그제 발표된 7년 만의 경상수지 적자에 대해 정부는 외국인 배당금 탓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 4월 배당금(68억달러)은 작년 4월 배당금보다 10억달러가량 적었다. 정부는 작년 8월 저소득층 소득이 격감했을 때 표본 가구 개편에 따른 ‘통계 착시’ 때문이라고 했다. 그 표본 그대로 조사한 올 1분기 가계소득 수치는 처참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 근로소득이 14.5%나 줄었다. 정부는 이제 숫자 감추기로 전술을 바꿨다. 내년부터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씩 현금을 지급한다는 ‘구직촉진수당’ 정책을 발표하면서 2~3년 뒤 소요 예산은 “계산하기 어렵다”고 입을 다물었다.

 

올 초엔 취약 계층 빚 95% 탕감해 주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총액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앞으로도 수조, 수십조원씩 드는 포퓰리즘 정책을 발표하면서 ‘총액’은 “모르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 재정 지출은 세금으로 걷힌 돈을 필요성과 시급성에 따라 배분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세금이 부족하면 정부가 국채 발행 등으로 필요한 돈을 빌리기도 한다. 이런 국가채무비율이 현재 한국은 3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111%보다 훨씬 낮다. 여기엔 두 가지 대전제가 필요하다. 형편에 맞는 재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과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 쓴 지출은 줄이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예산도 한 번 쓰이면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생겨 축소하기 어렵다.

 

 재정 규모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려면 ‘GDP의 40%가 마지노선’이라는 주장이 경제학적 근거가 있는지를 따지기보다 ‘국가 재정은 보수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근본정신을 잊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현 정부는 국가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동력 강화보다는 복지 확대 등 나눠주기식 재정 살포에 신경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령화·저출산 현상과 경기 상황에 따라 복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더라도 그것이 나라 곳간을 흔들리게 할 정도로 무책임한 것이어선 안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나라 안은 물론 바깥의 상황에 따라 숱한 위기를 겪는다.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나라 곳간이 먼저 튼튼하게 유지돼야 한다. 홍 부총리가 일으킨 ‘국가채무비율 45% 논란’에 왜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지를 정부는 잘 알아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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