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체코 뮤지컬은 우리 정서랑 잘 맞는 편이다. 내가 봤던 '삼총사', '잭 더 리퍼'(별로 무섭지 않았지만) 모두 체코 뮤지컬이었다. 1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드라큘라'는 그래서 기대가 무척 컸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아쉬운 점이 많았다.
무대는 화려하고 좋았다. 중세 유럽 분위기(체코보다는 독일에 가까운)가 나는 무대와 음산한 음향, 배우들의 열연이 좋았다. 나름 슬픈 사랑 이야기(조금 단조로웠지만)도 나쁘지 않았다. 빅스 켄(이재환)의 연기가 아직 어색했지만(노래는 좋았다) 선우(권민제)와 호흡은 좋았다.
주인공은 '드라큘라' 역 켄(이재환)과 그의 아내 '아드리아나' 선우(권민제)였지만 조연으로 나온 '로레인' 역 황한나에게 시선이 갔다. 낮은 목소리(여자치곤 무척 낮았는데 그게 매력적이었다)와 특이한 외모(예쁘지 않지만 눈에 띄는 외모)가 인상적이었다. 조금 경험을 쌓으면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올라설 듯하다. 윤공주, 정선아도 신인 시절이 있었다. 황한나가 어디까지 올라설지 궁금하다.
이야기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조연(약간 악역)으로 나온 '반헬싱' 역 문종원이다. 여러 작품에서 묵직한 조연으로 나온 문종원은 이번 '드라큘라'에서도 중심을 잡아줬다. 드라큘라 집사 '디미트루' 역으로 나온 조지훈(조병곤)과 함께 문종원은 극을 흔들리지 않게 고정했다. 관람한 날(2일) 몸상태가 좋아 보였다. 고음도 묵직했고 연기도 괜찮았다. 문종원이 나왔던 뮤지컬 중 '올 댓 재즈'(노래와 안무가 돋보이는 창작 뮤지컬)를 좋아하는데 나중에 그런 작품에서 주연으로 나오는 걸 보고 싶다. 문종원은 조연으로 나오기엔 무척 아까운 배우다. 뮤지컬 남자 배우 중 이만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는 무척 드물다.
화려한 무대와 배우들 열연까지 좋았는데 이야기가 산만했다. 드라큘라와 그의 아내 아드리아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인 1막은 좋았는데 선과 악의 대결이 중심인 2막과 연결이 허술하다. 단단하게 이야기를 결합했다면 좋았을 듯하다. 라이선스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 연결은 아쉽다.
액션 장면이 조금 허술한 것도 아쉽다. 칼싸움 장면이 합이 제대로 맞지 않아 관객들이 그 장면에서 웃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괜찮은 액션 장면이 나올 듯하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1998, 2000, 2006년 세 번 공연됐던 뮤지컬 '드라큘라'는 한 번 정도 볼만한 작품이다. 13년 만에 돌아온 것도 그렇지만 슬픈 사랑 이야기는 지금 이 가을과 딱 맞다. 인간 드라큘라의 매력에 푹 빠지고 싶다면 추천한다. 12월 1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신성우(신동륜), 임태경, 엄기준, 켄(이재환), 선우(권민제), 김금나, 최우리 등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