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영웅본색'

영화 감동이 뮤지컬로 되살아나다
기사입력 2019.12.29 20:08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NISI20191224_0000452353_web.jpg

[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4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나에게 영향을 끼친 영화는 두 편이다. 홍콩 느와르 시작을 알린 '영웅본색'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 劉德華(유덕화..리오더화)가 주연한 '천장지구'(원제 천약유정)다. 이 중 한 편인 '영웅본색'이 창작 뮤지컬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무척 흥분했었다. 지난 28일 관람한 뮤지컬 '영웅본색'은 까까머리 중3 시절 동네 형 집(그 때 VTR이 없어 그 형 집에서 홍콩 영화 비디오로 많이 봤던)에서 영화를 봤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뮤지컬은 '영웅본색' 1편과 2편을 합쳐 만들었다. 이야기 큰 틀과 결말은 같지만 중간 부분이 약간 다르다. 남자들 우정과 의리, 실감나는 총격전, 화려한 홍콩을 그대로 재현한 무대가 인상적이다. 무대가 무척 예쁘고 화려해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1000장이 넘는 LED 패널과 홍콩 거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상은 영화를 안 본 20~30대 관객들도 뮤지컬에 집중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이 작품은 무대 전환이 빠르고 간결하다. 아울러 故 張國榮(장구어롱)이 부른 '當年情'(당년정...그 때의 정)이 배우들에 의해 한국어 가사로 불려진다.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광동어 노래가 한국어 가사와 이렇게 잘 맞을지 몰랐다. '당년정' 외에 다른 음악들도 세련된 편곡을 거쳐 젊은 관객들도 작품 흐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수많은 창작 뮤지컬을 봤지만 배우들 연기 호흡이 이렇게 잘 맞는 작품은 드물었다. 조직 세계에서 탈출하려는 형 '송자호' 역 임태경과 형을 경멸하는 경찰 동생 '송자걸' 역 박영수는 끈끈한 형제애를 보여줬다. 2남 중 장남인 나에게 특히 감동적으로 다가온 부분이다. 어릴 때 남동생과 다투다 금방 같이 놀곤 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수염을 기른 임태경은 원작 영화 狄龍(적룡..티렁)의 강인한 모습이, 매끈한 모습의 박영수는 故 張國榮(장구어롱)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두 사람을 도와주는 '마크' 역 최대철(최원철)은 周潤發(주윤발...저우룬파) 비슷한 분위기(선글라스를 쓰면 더욱 그렇다)가 전달됐다. 

 

이들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존재감을 보여준다. 2막을 지배하는 야심가 '아성' 역 김대종과 정비소 사장 '견숙' 역 문성혁, 강력계 형사 반장 '호반장' 역 이정수, '고회장' 역 이희정, 고회장의 딸 '페기' 역 제이민(오지민) 등이 자기 몫을 다한다. 특히 '견숙' 역 문성혁의 춤, '호반장' 역 이정수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NISI20191224_0000452356_web.jpg

 

수많은 창작 뮤지컬을 봤지만 이렇게 감동적으로 본 건 처음이다. 92년 8월 중3 시절 영화 '영웅본색'을 봤던 추억이 한꺼번에 소환됐다. 영화를 본 지 30년 가까이 됐는데 이렇게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적도 처음이다. 28일 관람한 뮤지컬 '영웅본색'은 중3 시절 기억을 태풍처럼 불러들였다. 당분간 홍콩(香港...시앙깡) 생각이 계속 날 듯하다.  

 

무척 좋았던 뮤지컬 '영웅본색'이지만 한 가지 보탠다면 영화 '영웅본색' 3편도 뮤지컬로 제작했으면 한다. 3편은 서극이 감독인데 내용도 약간 다르다. 뮤지컬로 만들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28일 한전아트센터에서 나처럼 40~50대 단체 관객들(주로 주윤발, 故 장국영 팬들)이 많이 보였다. 이들을 잡는다면 20~30대 여성들이 대부분인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관객층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듯하다. 

 

28일 내가 앉은  오른쪽 옆에는 40대 아주머니 관객(친구인 듯) 두 명, 왼쪽 옆에는 20대 남녀(연인 사이) 두 명이 있었다. 그들 모두 커튼콜 때 환호했다. 영화 '영웅본색'을 보지 않은 세대들도 충분히 감동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던 28일이었다. 

 

뮤지컬 '영웅본색'은 얼마 남지 않은 2019년을 마무리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더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길 빌어본다. 홍콩 배우들이 자주 한국에 왔던 90년대가 무척 그리워진다. 

 

2020년 3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유준상, 임태경, 민우혁(박성혁), 한지상, 이장우, 박영수, 최대철(최원철), 박민성(박성환), 김대종, 박인배, 문성혁, 이정수 등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