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두 정계 거물(巨物)과 孟子의 “우산지목(牛山之木)”

기사입력 2020.01.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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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공관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형오 전 의장. 2020.1.17.

 

[선데이뉴스신문=이용응 칼럼]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선임된 김형오(1947~) 전 국회의장은 지난 1월 16일 “한국당을 확 바꾸겠다”며 “좋은 사람들이 와야 '구닥다리'들을 쓸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보수 통합과 관련해 “통합은 무조건”이라며 “통합 작업은 뭉그적거리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직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모른다. 그래서 무섭다. 공천 전쟁에서 발 뻗고 잠 잘 수 있는 사람은 불출마 선언한 의원들 뿐”이라고 했습니다.

 

제18대 국회 전반기 의장 시절(2008.7~2010.5) 극한의 여야대립을 불러왔던 미디어법 처리가 그의 대표작(?)! 직권상정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큰 비난을 받았지만 가능한 직권상정을 피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친정인 여당(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었습니다. 그는 2011년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의원의 제명안 처리 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 문구를 인용해 호소했고 결국 제명안은 부결됐습니다. 발언이 알려지면서 그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처럼 김 공관위원장는 기독교 장로! 또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라고 안 할는지...한나라당 원내대표(2006년), 새누리당 상임고문(2014년)을 지낸 원로가 일부이긴 하지만 과거의 동지(同志)들을 '구닥다리'로 폄하(貶下)하고 “쓸어낼 수 있다”고! 그것도 취임 첫 일성(一聲)을! 누군가는 그가 ‘정계 원로로서 덕망을 갖췄다’(?)고!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형수 심정...TK에 눈물의 칼 휘두르는게 내 운명"라고! 그는 지금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 회장 체면도 있는데 동지를 ‘구닥다리’라고 막말(?)을 하는 까닭은? 왜 일도 시작하기 전에 ‘칼’ 휘두르겠다고 했는지?

 

필자는 뜬금없니 옛 가요 “어디 갔다 이제 왔니"를 읊어보았습니다. -어디 갔다 이제 왔니/ 야속한 임아/가는 세월 잡지 못해/ 나는 이미 변했으니/ 흘러버린 옛 사랑이 아쉬워진다/ 임 떠나간 하늘 보며/ 울던 날이 몇 날인가/ 오지 않는 임 기다려”-/ 또 필자가 존경하는 백범김구(白凡金九)님의 말씀도 기억해봅니다. -“거칠게 말할수록 거칠어지고 음란하게 말할수록 음란해지고 사납게 말할수록 사나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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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의원 인천공항 통해 귀국. 입국장에서 큰절. 2020.1.19.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1962~) 전 의원이 1월 19일 귀국했습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같은 해 9월 독일 유학길에 오른 그는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며 정계 복귀를 선언했었습니다. 그의 정계 복귀는 1년 4개월 만입니다. 그는 지난 16일 "낡은 정치 바이러스를 잡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날 “의사로서 살아 있는 바이러스 잡다가, 컴퓨터 바이러스 잡다가, 지금은 낡은 정치 바이러스를 잡고 있다”며 “내 팔자가 바이러스 잡는 팔자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기본적인 약속과 정직, 공정과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중도 노선으로 당선된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을 언급하면서 "폭주하는 이념 대결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선택을 할 때만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프랑스 국민은 생각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가 정치가인 것은 확실합니다. 프랑스 정치까지도 잘 아니까요. 그런데 <매일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 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 중심 정당'에 대한 질문에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1.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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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孟子/BC 371경~BC 289경) 공자 사상을 계승한 유학자-출처 위키백과.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나라의 운명 앞에 다시 등장한 두 정계 거물(?)은 앞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해 줄 것입니다. 필자는 그들의 행보를 생각하다가 문득 맹자(孟子)의 “우산지목(牛山之木)”가 떠올랐습니다. 맹자는 자신의 논리를 당시 제후들에게 설득하기 위하여 “우산지목”이란 고사성어(古事成語)를 꺼냈습니다.

 

-“소우(牛), 뫼산(山)자, 우산(牛山)이란 산은 풀 한포기 나지 않는 민둥산의 이름이다. 그러나 이 산이 원래부터 민둥산은 아니었다. 나무가 울창했던 이 산은 대도시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나무를 베어갔다. 나무를 잃은 우산은 사람들이 안 오는 밤에 이슬을 머금고 부지런히 싹을 틔어내고 풀을 키웠다. 그러나 이번엔 낮에 목동이 소와 양을 끌고 나타나 조금 자란 그 풀마저 모두 뜯어먹고 말았다. 나무도 풀도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된 우산. 그러나 그 산이 원래부터 민둥산은 아니었다.”-

 

맹자는 잃어버린 우리의 선한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합니다.“당신들은 집에서 기르던 개나 닭을 잃어버리면 그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人有鷄犬放則知求之) 그런데 마음을 잃어버리면 도대체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습니다.(放心而不知求)”라고! ‘金·安’ 두 거물(?)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1483~1546)! 독일의 종교개혁가로, 훗날 종교개혁을 일으킨 역사적인 인물인 루터를 기독교인 김 형오 씨는 잘 알겠고, 과거 ‘종교개혁 500주년 국제포럼’에서 모두(冒頭) 발언을 했던 안 철수씨도 무교지만 루터를 모를 리가 없고...여기서 다음 루터의 말을 들어봅니다.

 

-“우리가 매일 수염을 깍아야 하듯 그 마음도 매일 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한번 소제했다고 언제까지나 방 안이 깨끗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도 한번 반성하고 좋은 뜻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이 늘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어제 먹은 뜻을 오늘 새롭게 하지 않으면, 그것은 곧 우리를 떠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의 좋은 뜻은 매일 마음속에 새기며 되씹어야 한다.”_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4.15 총선’ 공천 심사에 목숨을 건 김 형오 씨, 야인(野人) 신분으로 현충원 참배부터 시작한 안 철수씨를 비롯한 모든 정치가(似而非 包含)들! 당신들에게 맹자의 “우산지목(牛山之木)”과 루터의 말을 전합니다.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다.”채근담(菜根譚)“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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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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