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북한의 2002년 ‘2월·봄’과 2020년 광명성절

기사입력 2020.02.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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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간 DEMOCRATIC PEOPLE'S OF KOREA.-JUCHE 91. 2002-표지 1.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21세기(世紀/century)’는 2001년 1월 1일부터 2100년 12월 31일까지를 말하고, 제3천년기의 첫 번째 세기이기도 합니다. 21세기 초에는 세계경제와 제3세계 소비주의, 정부에 대한 불신, 테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등이 부상하는 시기로 대표됩니다. 세기 초인 2001년에는 [미국 9.11 테러 발생 · 아프가니스탄 전쟁 발발],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 개최 · 제2차 연평해전 발발]이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2002년 FIFA 월드컵’은 17번째 FIFA 월드컵 대회로, 2002년 5월 31일에서 6월 30일까지 대한민국과 일본에서 열렸으며, 한국은 ‘4강 신화’를 창조했습니다. ‘한반도의 맹주(盟主)’를 자처(自處)하던 북한 수장(首長) 김정일의 심사(心思)는? 월드컵 4강전이 있던 그날, 연평도에 오전 10시 25분, 북한 경비정은 갑자기 아무런 징후도 없이 참수리 357호에 85㎜포를 비롯한 모든 포를 동원하여 선제 기습포격을 하였습니다. 참으로...졸장부(拙丈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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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간 DEMOCRATIC PEOPLE'S OF KOREA.-JUCHE 91. 2002-1쪽. 백두 밀영.

 

필자는 2002년의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자료 중에서 월간 <DEMOCRATIC PEOPLE'S OF KOREA>(JUCHE 91/2002)가 눈에 띄었습니다. [表1]“Leader Kim Jong Il acknowledges the enthusiastic cheers of the peoples."-갈채를 보내는 시민들에게 답례하는 김정일./ [表2]“For his leadership ability...Comorade Kim Jong Il..."-아버지 김일성(Kim Il Sung)이 아들을 칭찬하는 글과 ”차례(CONTENTS)"/ [1쪽] 기사 제목 “Birthplace at the Secret Camp on Mt. Paektu.", 사진 설명 ”Leader Kim Jong Il‘s birthplace at the Secret Camp on Mt. Paektu."-김정일의 출생지(고향) 백두산 밀영(密營)→

 

→[2쪽] 사진 설명 ”The interior and kitchen of the log cabin and wellspring."-‘밀영’의 내부와 부엌과, “The leader's birthplace is visited by many people from Korea and adroad."-국내외 사람들이 다수 밀영 방문./ [2쪽] 기사 본문 ”Mt. Paektu(2,750 m) is the highest and most majestic mountain in Korea..."/ 백두산은 2,750 미터 等 설명./ [4쪽] “February is spring.". 사진 악보 ”2월은 봄입니다.“ 그리고 가요에 대한 설명. ”Spring in the hometown evokes deep emotion and memories in everybody."-고향의 봄은 모든 사람에게 깊은 감정과 기억을 불러 일으킵니다./

 

다음은 ”2월은 봄입니다“ 가사입니다.-“이깔 숲엔 서리꽃이 반짝이어도/ 들창가엔 봄빛이 따스합니다/ 백두밀영 고향집 뜨락 가에서/ 이 가슴에 안아보는 2월은 봄입니다.”(작사 차명숙, 작곡 전권)-/ 이 시(詩)의 해설자는 “The Korean people regard Kim Jong Il's love as spring sunlight, and themselves as flowers under it. And so they sing that February is spring. 한국인들은 김정일의 사랑을 봄의 햇볕으로, 그 아래의 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2월이 봄이라는 노래를 부릅니다.”라고 했습니다.

 

해설자는 한국인(Korean people)들이 ‘김정일의 사랑’을 ‘봄의 햇볕’으로 여긴다고...‘문학’을 내세워 독재자를 큰 인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것은 김정일이 ‘문학의 대가’라고 계속 선전하자니 이제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하는 겁니다. 김정일과 문학! 북한은 그가 <주체문학론>의 저자이며, ‘불후의 고전적 명작’들을 쓴 작가이며, ‘불후의 고전적 노작’들을 저술한 학자(?)라고 해 왔는데...이 지워져야 할 것들을 아들 김정은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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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간 DEMOCRATIC PEOPLE'S OF KOREA.-JUCHE 91. 2002-6쪽. 2월은 봄입니다.

 

2002년 2월에 발간된 <주체예술의 위대한 년륜>(2.16예술교육출판사)에는 김정일이 어려서부터 문학작품을 썼다고...이 책에는 “불후의 고전적 명작 충성의 노래”가 있는데, 여기서 김정일은 “작곡가들의 기본사명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에 대한 우리 인민들의 다함 없는 흠모의 정을 담은 노래를 짓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노래의 3절만 보면 “삼천리 내 조국에 해빛은 찬란하고/ 행복의 노래소리 넘쳐 흐르네/ 통일된 강산에서 인민들은 대를 이어/ 위대하신 수령님 모시고 천만년 살아 가리.”입니다. 불후의 고전적 명작? 하하!!!

 

“아득한 밀림은 눈에 덮이여/ 하늘 땅 저 끝까지 눈부신 광야/ 아 하얀 눈 속에/ 봄빛을 안은 고향집이여/ 아 김정일동지/ 세기를 밝힌 고향집이여- 북한 시인 오영재가 쓴 “흰눈 덮인 고향집”입니다. 북한 땅에서‘고향집’에서 살아본 사람이 어디 김정일 뿐이겠습니까? 물론 북한의 <조선말대사전>도 “고향집”을 “(나서 자란) 고향의 집. <고향의 집>을 정답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흰눈 덮인 고향집>을 보면 <고향집>은 분명 김정일과 함께 하는 수식어입니다.‘고향집’은‘백두산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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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간 DEMOCRATIC PEOPLE'S OF KOREA.-JUCHE 91. 2002-20~21쪽. 백두산 향도봉 일출.

 

2020년 광명성절! <로동신문>은 “백두산밀영 고향집 찬가”에서 “고향집! 그 이름만 불러보아도 서리꽃정서가 그윽하게 풍기는 정다운 귀틀집이 밀림 속에 서있다. 눈앞에 그려보기만 해도 이깔숲에 서리꽃이 반짝이여도 들창가에 봄빛이 따스하다고 노래 절로 흘러나오는 밀영의 고향집, 고난의 천만언덕을 넘어 번영의 높은 령마루에 올라설수록 더욱더 뜨겁게 불러보는 우리의 고향집이여, 눈보라 수천 리 아무리 멀다 해도 한달음에 가고 싶은 백두의 고향집이여,”라고 했습니다. 지금 고향집에서 가까운 삼지연에서는 광명성절을 기념하는 얼음조각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 이름도 거룩한(?) ‘광명성(光明星)’ 김정일! 그의 생일 ‘광명성절(光明星節)’! 2020년 2월 16일에 이어지고 있는 백두산밀영고향집에로의 행군, 생일을 빌미로 벌리는 김일성 3대의 우상화 잔치, 봇물 터지듯 창작되는 예술작품과 문학작품들! 그리고 행사들...이런 것들이 죽은 한 인간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니! 백성들이 ‘코로나 19’에 죽거나 말거나...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암흑 속에서 영원한 잠을 자며 누워있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죽음의 여행”을 하는 인간에게 ‘민족 최대의 명절’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일까요? 2020년 2월 16일은 북한의 “민족 최대의 경사의 날로, 민족적 명절”입니다. 이날은 북측 권력자들에게는 경축일이겠지만 아사지경(餓死之境)의 일부 북한 주민들에게는 ‘저주의 날’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0년 2월 16일이 그들에게 실컷 먹고 즐기는 날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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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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