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北韓藝術 巡禮-④北韓演劇과 “분노의 화산은 터졌다”

기사입력 2020.03.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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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연극-연극예술에 대하여-1988년 김정일 담화.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짜 맞추어 꾸며 내는 일’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연극(演劇)’이라는 예술용어를 1920년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朝鮮語辭典>은 “俳優の 演技”(605쪽), 즉 ‘배우의 연기’라고 풀었습니다. 해방 후 첫 우리말 사전인 <조선어사전>(문세영, 1946년)에는 “연극(演劇): 배우가 극본에 의하여 여러가지 치장을 하고 여러가지로 행동하는 예술”(1109쪽)이라고 풀이 했습니다. 이후 남한에서 발간된 우리말 사전들은 대부분 문세영의 뜻풀이와 유사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말 큰사전>(지은이․한글학회/어문각/1992.)에는 “연극 ①배우가 각본에 의하여 분장하고 음악, 배경, 조명, 그밖의 여러 가지 장치의 힘을 빌어서 어떤 사건과 인물을 구체적으로 연출하는 예술”(2937쪽)이라고 기술했습니다.

 

북한의 사전들을 살펴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과학원’에서 1962년에 펴낸 <조선말 사전>에 “연극(演劇): ①무대 예술의 한 형태. 극작품에 의거하여 배우들이 해당된 인물로 분장하고 무대 우에서 극작품에 묘사된 현실 생활을 재현하는 예술”(4599쪽), <조선문화어사전>(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1973.)에 “연극: ①인간생활을 극적형식으로 반영하며 배우의 말과 행동을 기본형상수단으로 하는 무대예술의 한 형태”(974쪽), <조선말대사전(1)>(사회과학출판사/1992.)에 “연극: ①배우의 말과 행동을 기본형상수단으로 하여 극작품에 묘사된 생활을 관객을 상대로 무대 우에 재현하는 무대예술의 한 형태. 희곡, 연출, 연기, 무대미술, 연극음악 등은 연극예술을 이루는 중요한 형상요소.”(1484쪽)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말대사전(1)>에는 “연극예술: 연극작품이나 연극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예술”(1484쪽)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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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연극-경희극 산울림-자료 북한 월간 조선.

 

그런데 <학생문예소사전>은 김일성의 ‘교시’, “《우리가 그전에 항일무장투쟁을 할때에는 작가가 따로 없었지만 연극 각본 같은 것을 훌륭히 써서 연극을 만들었습니다.”(327쪽)를 인용하면서, 김일성이 “항일혁명투쟁의 전 기간에 불후의 고전적명작들인 혁명연극 《성황당》,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피바다》, 《3인 1당》 등을 몸소 집필”하고 “창조공연사업을 지도”함으로써 “유격대원들과 인민들을 조국광복의 성전에로 힘있게 불러일으켰으며 혁명연극의 빛나는 전통을 마련”(327쪽)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우리 나라에서는 영광스러운 당중앙의 현명한 지도밑에 《성황당》식 혁명연극을 새롭게 창조하여 20세기 혁명연극의 일대 전성기를 열어놓았다.”(327쪽)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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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연극-조선 연극사 개요. 한효 저-평양 국립출판사. 1956년.

 

이런 역사는 대부분 조작된 것인데, 김일성 치하(治下)에서 북한의 문학평론가·작가였던 ‘한효’가 <조선 연극사 개요>에서 사실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일성은 끝까지 ‘불후의 고전적명작’의 작가로 행세했습니다. 김정일의 <연극예술에 대하여>가 북한연극의 지침서인데, 위의 <성황당>은 김정일이 북한연극을 전면 수정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작품입니다. 이것이 북한이 말하는 ‘우리 식의 새 연극을 창조하기 위한 투쟁’이며, ‘《성황당》식연극은 새형의 연극’ 입니다. 이 같은 새로운 정책과 이론을 구체적으로 밝힌 자료가 김정일의 <연극예술에 대하여> 입니다 <연극예술에 대하여>는 김정일이 1988년 4월 20일 ‘문학예술부문 일군들과 한 담화’입니다.

 

김정일은 서양연극에 대한 사대주의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연극예술인들이 연극이라고 하면 의례히 서양식으로 되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다른 나라 연극을 숭상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연극예술부문작가, 예술인들의 머리 속에 남아있는 부르죠아사상, 봉건사상, 수정주의, 사대주의, 교조주의와 같은 낡은 사상 잔재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좋은 연극을 창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은 많은 연극인들을 숙청해 버렸습니다. 이때부터 북한에서의 ‘진정한 연극’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김정일의 <연극예술에 대하여>의 “우리 식의 새 연극을 창조하기 위한 투쟁”을 보면, ‘우리 식의 새 연극을 창조하기 위한 연극혁명’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연극혁명은 연극예술부문에서 부르죠아사상, 봉건사상, 수정주의, 사대주의, 교조주의를 비롯한 온갖 반동적이며 이색적인 사상을 쓸어버리고 주체를 세우기 위한 투쟁 속에서 수행되었다고 했습니다. 이 혁명의 결실은 ‘<성황당>식 혁명연극’이 ‘5대 혁명가극’을 탄생시켰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경희극’이라는 극(劇)을 만들었는데, 출연자들은 유명 영화배우들로 채워 본래의 연극을 서서히 퇴출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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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연극-혁명연극 성황당-자료 북한 월간 조선.

 

김정일은 불후의 고전적명작들인 혁명연극 <성황당>, <혈분만국회>, <딸에게서 온 편지>, <3인 1당>, <경축대회>를 ‘성황당 식 연극’이라고 하고, ‘5대 혁명연극’이라고 했습니다. 김일성 부자 우상화의 ‘본보기’들인 혁명연극, <연풍호>, <승리의 기치따라>, <편지>, <한드레벌의 새전설>, 미국과 남한을 비판한 <승냥이>, <분노의 화산은 터졌다> 등이 집필되었습니다. 여기서 <분노의 화산은 터졌다>를 소개합니다.

 

<분노의 화산은 터졌다> : 1960년 자유당 정권이 전례 없는 사전 부정행위를 자행했던 정․부통령선거를 3월 15일로 앞당겨 실시한다고 공고하자, 남한은 규탄 데모의 물결로 넘쳤습니다. 그 진원지가 마산이었습니다. 북한은 이 사건을 대남 비방의 호재로 삼아 문학예술작품들을 내놓았습니다. 그 중 희곡 <분노의 화산은 터졌다>는 1960년 6월에 발행된 <조선문학> 6월호에 실렸으며, 12장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북한의 대표적인 극작가인 송영이 1960년 5월 14일에 탈고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이 이승만의 하야 성명 발표(1960년 4월 26일) 18일 뒤에 탈고되었다는 것은 북한문학예술의 정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다음은 <분노의 화산은 터졌다>의 ‘사람들 ․ 제7장(발췌)’ 입니다.

 

[때 ; 1960년 4월 19일 전후/ 곳 ; 남조선/ 사람들- 최승원(고려 대학생)·최승진(그의 아우, 마산 고등 학교 학생)·최재춘(그의 아버지)·리씨(그의 어머니)·김주렬(그의 이종 사촌 동생)·기타] // [김 주옥 (주렬의 사진을 산 사람 같이 어루만지면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오빠, 나 여기 왔소, 나 주옥이요, 왜 말이 없소, 오빠 오빠(느낀다.) (적은 사이) 오빠 지금도 눈에 선하구료. 어머니께서 입학금을 마련하여 주실 때 오빤 그것을 받아 들고 춤까지 추었었지―그 때 오빠는 《엄마 나 이번에 마산 가면 꼭 붙을 테야 정말 공부 잘 할테야, 졸업하고 나면 엄마 호강시켜 드릴테야, 정말이야 엄마!》(목이 멘다.) 그리고 오빠, 오빠는 내 손을 붙잡고 《주옥아 미안하다, 나 공부시키기 위하여 넌 공장 가지 정말 고생하겠다. 그러나 조금만 참아라 나 졸업하고 나면 너 공장 안 다녀도 된다》(적은 사이) 오빠 나 그 때 얼마나 울었는지 아우, 오빠 몰래 말이요,..] (<조선문학> 1960년 6월호, 2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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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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