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와 산 자 울리는‘상조비리’

기사입력 2010.11.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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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죽음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래서 죽음은 인간의 원초적 고민거리다.

종교와 철학이 죽음과 관련된 문제들에 매달려 온 이유다. 원시시대부터 인류는 죽음에 의미를 부여했고, 누군가가 죽으면 망자를 떠나보내는 경건하고 정성스러운 의식을 치렀다.

바로 장례다. 아리스토텔레스는“인간은 장례의식을 행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그만큼 장례는 인간사의 핵심인 것이다.

장례는 지리적 조건과 환경, 생활습관, 신앙이 빚어낸 풍습이다.

 그러니 민족마다 그 모습이‘천태만상’이다.

 우리 장례 문화의 근본은 효(孝)다.

옛사람들은 효의 실천을 부모가 살았을 때 예의로 섬기는 것 못지않게 죽었을 때 예의를 갖춰 장례와 제사를 모시는 것으로 생각했다.

 율곡 이이가「격몽요결」에서 증자의 말을 빌려 남긴 가르침은 이렇다.“사람은 스스로 정성을 지극히 하는 자가 있지 않으나, 반드시 어버이의 상에는 지극히 해야 할 것이다.

 죽은 이를 장사지내는 것은 어버이를 섬기는 큰 예절이다.”고려사」가 전하는 고려시대 장례 모습도 정성 그 자체다.

초상이 나면 무덤이나 스님을 불러다 제를 드리는데, 상에 가득 제물을 진설해 놓고 종과 북을 울리며 죽은 이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천도재를 지낸다.

때로는 장례를 치르는 비용이 과다해 가산을 탕진하기까지 한다. 장례가 대사 중의 대사였으니 그랬을 법도 하다. 남해 섬 지역의 초분 풍속도 장례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보여준다.

 장남이 고기잡이를 떠났을 때 부모가 죽으면 풀로 가묘를 썼다가 아들이 돌아온 뒤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모습은 달라도 여러 장례의 공통점은 죽은 자의 승천이기 십상이다.

 티베트에선 매장을 가장 가치 없는 사람에게 치러주는 장례로 여긴다.

 최상의 장례는 천장이다. 시신을 독수리에게 먹임으로써 영혼의 승천을 축원한다.

 중국 소수 민족의 현관장도 관을 절벽 높은 곳에 매달아 영혼의 승천과 안식을 기원한다.

 장례를 치를 때 보통 1000만 원이 넘는 목돈이 드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서민 가계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수요를 파고들며 지난 10여 년간 국내 상조업체들은 10배 이상 늘어났다.

 시장 규모는 2조 원 대로 커졌다.

 서민들로선 매달 수만 원씩을 내고 상을 당했을 때 약정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악덕업주들이다.

최대 상조업체인 현대종합상조와 보람상조·한라상조 대표들이 미리 받은 선수금 131억 원을 빼돌렸다가 줄줄이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 조사에서 이들은 구멍 난 현금을 메우기 위해 피라미드식 회원 유치의 편법을 동원하거나, 고객 돈의 절반을 다른 고객을 끌어들이는 광고비로 지출하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었다.

결국 수많은 서민만 피해를 보게 됐다. 요즘 상조업계는‘초상집 신세’다. 영세하고 낙후되고, 비리가 만연한 곳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정부는‘사후약방문’식으로 상조업을 등록제로 전환하고 선수금의 절반을 은행에 넣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고질적 병폐인 선수금 빼돌리기를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후 상조업계는 영세업체들이 퇴원을 양도하고 합병하는 식의 구조조정 회오리가 불고 있다.

 상조시장은 서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회보험의 하나인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투명성·신뢰성을 높이고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상조업계를 과감하게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업체 규모를 키우는 것과 함께 믿고 맡길 수 있는 준 사회적 기관들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떠맡겨야 할 것이다.

소비자인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감시·감독도 강화돼야 한다! 장례는 단순한 사후 처리가 아니다. 죽은 자와 산 자 모두를 위해 성스럽게 치러져야 하는 의식이다.

장례를 가지고 장난치는 못된 버릇은 장사지내야 마땅하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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