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영화나 공연을 보고 이렇게 복잡한 감정이 들긴 처음이다. 28일 언론시사회로 관람한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21년 전(1999년 케이블 TV로 관람) 기억을 다시 소환했다.
워낙 중화권(중국-홍콩-대만) 영화를 좋아하는 나인지라 1999년 이미 '패왕별희'를 봤지만 더빙(TV 한계)으로 봐서 자막으로 감상하고 싶어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 171분 확장판이라 더 기대가 컸다. 이상하게 중화권 영화 보면 여러 가지 생각(추억들)이 난다. 故 張國榮(장국영...장구어롱)은 대단한 배우란 생각이 들었고, 그의 죽음이 정말 아쉬웠다. 2003년 4월 1일 YTN 속보로 그의 죽음을 접했을 때 무척 충격받은 기억이 있다. 난 劉德華(유덕화..리오더화), 王祖賢(왕조현...왕쭈시엔)을 좋아했지만 장국영 영화도 좋아한다. 예전 교회 다닐 때 여자애들은 장국영, 郭富城(곽부성..궈푸청) 좋아하고, 나 포함 남자애들은 유덕화, 周潤發(주윤발...저우룬파)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90년 중학교 1학년 때 일이다.
21년 만에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을 다시 보니 감동과 슬픔이 밀려왔다. 거대한 중국 역사(개인적으론 중국보다 대만을 더 좋아하지만)와 한 개인의 삶이 묘하게 겹치는 상황이 슬펐다. 우리 역사랑 비슷한 중국 역사(조금 다르지만)가 낯설지 않았다. 1999년 봤을 때 잘 몰랐던 상황이 이해됐다. 文革(문화대혁명)은 그 때 잘 몰랐는데 21년 세월이 흐르면서 책이랑 중국 영화, 드라마 보면서 공부를 많이 해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미가 뛰어나다. 장국영, 장풍의(장펑이), 공리 등 배우들 연기는 압도적이다. 특히 공리의 슬픈 눈빛과 아름다운 모습(공리가 뛰어난 배우라는 걸 새삼 느꼈다)은 잊혀지지 않는다. 문화대혁명 혼란 속에서 비극적으로 삶을 끝내는 여인 역을 공리보다 더 잘 연기할 배우는 없을 듯하다.
171분 긴 시간 동안 이렇게 집중해 영화를 본 건 처음이다. 중국(대만, 홍콩 영화 포함) 많이 봤지만 오늘 본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특별하게 남을 듯하다. 머리와 가슴으로 온전히 남아 내가 죽을 때까지 말이다. 故 장국영을 다시 영상으로 보는 것도 그의 迷(미...팬)들에겐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거장 천카이거(진개가) 감독 전성기 시절(최근엔 눈에 띄는 영화가 없어 안타깝다) 걸작인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황금연휴(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하지만) 기간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해주는 영화다. 나를 잠시 1990년대 추억에 빠지게 한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영화가 될 듯하다. 4월 30일 전야개봉(원래 5월 1일 개봉인데 팬들 관심으로 앞당겨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