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뮤지컬 '풍월주'는 참 특이한 작품이다. 2012년 초연을 봤지만 바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사랑과 질투가 교차하고, 서사가 복잡했다. 하지만 여운이 남았다. 무대와 노래도 좋았다. 그래서 6월 6일 두 번째 관람했다.
2012년 초연보다 많이 달라져 처음엔 내용을 따라가느라 바빴다. 그 때는 무대가 높았는데 이번 공연 무대는 관객 눈높이와 딱 맞아 보기 편했다. 배우들이 모두 바뀌어 비교하는 재미가 괜찮았다. 원래 뮤지컬, 연극은 그 맛에 2~3번 관람하지만.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의상과 말투가 현대적이라 젊은 관객들 감각에 맞을 듯하다. 무엇보다 노래가 좋다. '밤의 남자',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 '너에게 가는 길' 등 노래가 아름답고 슬프다. 90년대 내가 즐겨들었던 情歌(정가...칭끄어..발라드) 느낌이 났다. 무대도 무척 예뻤다. 미술과 거리가 먼 나지만 아담하고 예쁜 무대는 인상적이었다. 배우들 연기와 노래도 괜찮은 편이다.
남자 기생 '열'과 '사담'을 연기한 이석준과 백동현은 사랑과 질투가 교차하는 지점을 잘 표현했다. '진성여왕'(문진아)과 '열', '사담' 세 사람의 사랑과 질투가 엇갈리고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부분이 생각보다 슬펐다. 남자 주인공 두 사람의 동성애(?)가 약간 보이긴 했지만 극 흐름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보기에 따라 남자들 우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세 사람의 엇갈린 관계가 슬프면서 아름답게 다가왔다.
배우들 중 기억에 남는 이는 '진성여왕' 역을 연기한 문진아다. '진성여왕'은 감정 폭이 크게 변하면서 노래와 연기 모두 잘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역인데 무난하게 소화했다. 연극, 뮤지컬에서 문진아를 많이 봤지만 6일 공연이 제일 강렬하게 다가왔다. 배우들 연기력과 가창력이 어느 순간 늘었구나 느낄 때가 있는데 문진아가 이런 경우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2012년 봤을 땐 서사가 이해 안 갔는데 두 번째 보니 이해가 되었다. 사랑(또는 우정)과 질투가 교차하면서 비극으로 끝나는 그들의 관계. 거짓이 판치는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게 해주는 소중한 작품이다. 8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율, 이석준, 김현진, 백동현, 박준휘, 문진아, 전성민(김유영), 원종환, 조순창, 신창주, 송상훈, 박가람, 김혜미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