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性) 상품화’는 ‘성욕’의 산물인가? 성욕은 사라져야 하는가?

우리 사회 -우리 사회의 난제, ‘성(性)’을 들여다보다... 성욕의 문제인가, 상품화의 문제인가?의 난제, ‘성(性)’을 들여다보다 -성욕의 문제인가, 상품화의 문제인가?
기사입력 2020.07.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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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뉴스 캡처)

 

[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지난 3월 16일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이 체포됐다. 이어 7월 2일에는 처음으로 'n번방‘의 성 착취물을 구매한 남성도 경찰의 손에 잡혔다. 경찰은 텔레그램 n번방을 운영한 조주빈, 갓갓, 켈리 등의 신상정보를 연이어 공개하며, 이번엔 범행에 가담한 유료회원의 신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기자도 큰 충격을 받았지만, 한편으론 우리 사회의 ‘성(性) 문제’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건을 단순히 일부 잔인하고 몰지각한 ‘사람’들의 흉악한 범죄로만 보지는 않는다. 불과 1년 전 일어난 버닝썬 게이트 사건만 봐도 그렇다. 비슷한 양상의 범죄였다. 조사와 체포, 심판만으로 일회성에 그치고 사라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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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n번방’ 일당의 참혹한 행태에 많은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은 범행에 가담한 이들 중 일부가 자백한 범행 동기였다. 실제 ‘n번방’ 범행에 가담한 안승진은 범행 동기를 “성적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성적 호기심 때문에”라고 자백했다. 


“성적인 호기심 때문에,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그의 범행 동기는 ‘성적 욕구’와 연관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진 ‘성적 욕구’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까? ‘성적 욕구’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는데, 그럼 모든 인간이 범죄자가 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행태는 이 사회가 정해놓은 법의 굴레를 벗어났음은 물론, 우리 모두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의 정도를 크게 벗어나 많은 피해자들에게 상처와 고통을 줬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의 도덕․윤리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공갈․협박을 했다는 점, 불법 촬영과 불법 유포를 한 점 등이 그렇다. 기자는 이 사건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가해자들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성(性)을 들여다보고, 지금 우리가 소비하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성적 욕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또 그것이 우리의 ‘성적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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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 여성 아이돌 그룹,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우리는 ‘성’을 상품화하고 ‘성적 매력’을 뽐내기를 원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에서 현대로 오면서 우리의 ‘성적 표출’은 더욱 대담해지고 대중화됐다. 수많은 TV 방송과 유튜브, SNS 채널 등에서는 많은 이들이 성적인 매력을 통해 인기를 얻고, 그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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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 여성의 인스타그램 사진 캡처)

 

음악방송에서 여자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의상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고, 인스타그램에는 레깅스나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자신의 몸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개인의 취향과 매력을 어필한다고 하기에는, 대다수가 ‘성적인 매력’에 집중된 부분이 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A씨는 “요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보다 보면 민망할 정도로 자신의 몸매를 부각해서 드러내거나 어필하는 사진이 많아졌다”며 “육감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것은 좋지만, 때론 좀 부담스럽고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여성학자 김은실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성적인 매력)는 고유하게 존재하는 영역처럼 보이지만, 다른 영역들과 매개돼 있는 복잡한 방식으로 존재한다”고 했다. 


성적인 매력은 단순히 매력 표출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이성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거나, 충족시키는 데 이용돼 어떤 이익을 얻는 형태로 발전한다.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을 팔아서 이득을 얻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은 다양한 모습으로 전시되며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성’은 ‘자본’ ‘생존’과도 연관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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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C서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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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얼돌, Archives - REAL DOLL SEXTOY BOLG 캡처)

 

 

최근 FC서울은 코로나19로 텅 빈 관중석에 ‘리얼돌(성인용품 인형)’을 앉히며 사회의 질타를 맞았다. 작년에는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며 논란이 일었다. 일부 여성단체는 이에 대해 “여성들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리얼돌 수입을 금지해 달라”고 국민 청원을 올렸다. 하지만 청와대는 “해당 물품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할 만큼 노골적이진 않고, 성인의 개인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을 법적으로 막을 근거는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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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어디까지가 ‘성 상품화’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성 상품화’가 이뤄진다면, 성 상품화를 막기 위해서는 ‘성적 욕구’ 자체를 부정하고 없애야 하는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려운 문제다. 이는 참으로 복잡한 난제다. 



우리는 ‘성적 욕구’가 끓어넘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욕구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누가 조절하고 중재할 것인가? 


기자는 기사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에도 기사의 메인 사진을 어떤 것으로 노출할 지 고민하고 있다. 어떤 사진을 노출해야 더 많은 사람이 볼 것인가를 말이다. 


성(性)의 민낯,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성(性)을 위해 이제는 모두가 한번쯤 깊게 생각해볼 문제다.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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