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산책]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시각예술에 담다, 전시 '코로나 시대의 사랑'

-5명의 젊은 작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시각예술’로 그리다
기사입력 2020.07.06 14:11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_646464 - 복사본.jpg

 

크기변환_7788 - 복사본.jpg

(사진=코로나 시대의 사랑 전시장 입구 외부와 내부)

 

[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어제 7월 5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는 21만 명이었다. 이로 누적 확진자는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누군가는 이 참혹한 시대를 살아서 목격하고 있으며, 또 누군가는 지금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힘겨운 호흡을 내쉬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모든 것들을 바꿔놓았다. 마스크 없이는 외출을 할 수 없고, 작은 재채기 소리에도 가슴이 떨려온다. 인간의 최대의 생존전략이었던 경제 또한 붕괴되는 동시에 다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가까스로 붙잡아 온 IT기술이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예고했지만, 급작스런 변화에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


인간은 가장 힘든 시기에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그를 예술로 승화시켜 왔다. 역사 속 수많은 예술가들이 현실의 아픔을 작품으로 표현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모든 게 고장 나버린 이 코로나 시대에도,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이 시대를 그려낸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다.


주일 낮 이런저런 머리 아픈 일들을 제쳐두고 한 전시장에 방문했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라는 주제의 전시였다. 연희동의 좁은 골목을 따라 아주 좁은 듯 끼어있는 입구를 발견했다. ‘플레이스 막3’였다. 잠시 멈칫, 문을 열고 선홍색 계단으로 내려갔다. 전시공간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크기변환_18.jpg

(사진=전시장 입구 내부) 

 

 

전시 입구에서 만난 최재혁 전시 기획자가 마스크는 쓴 채 얼굴로 웃으며 맞아주었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콜레라 시대의 사랑(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이라는 외국 소설에서 그 이름을 따 왔다”며 “큰 전염병의 대유행 이후 바뀌어 버린 우리의 가치관, 관념, 관습 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온‧오프라인 통합 전시로 기획됐다"라며 “5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로 전시 주제와 시대에 맞는 작품을 제작했다”고 했다.


아울러 "요즘 전시들을 보면 대부분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부분을 위로하는 것에만 전시내용이 국한돼 있더라"며 “그래서 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고, 관객들에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크기변환_16.jpg

 

크기변환_717.jpg

 

크기변환_KakaoTalk_20200706_100410762_2035.jpg

(사진=인세인박 작가의 작품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들이었다. 미디어는 단연 코로나 시대를 알리는 나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편으론 미디어 공포‧편견을 양성하기도 했다. 1인 미디어로 대중매체의 힘은 약해졌지만 여전히 일부 세대에게는 그들은 ‘신’처럼 군림하고 있다.


인세인박 작가는 “매스미디어를 구성하는 언론들은 정치적 입장에 편향되기도 하고, 유튜브를 플랫폼으로 한 개인방송은 가짜뉴스가 난무한다”며 이는 “바이러스의 ‘전염성’만큼이나 치명적인 공포를 양상한다”고 설명했다.



[회전]크기변환_3.jpg

 

[회전]크기변환_14.jpg

 


코로나 블루,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을 뜻한다. 관련 내용을 기사로 다룬 적이 있다. 김가람 작가는 코로나 발생 이후 달라진 일상 속 언어를 수집해, 전시공간을 살균의 방으로 만들었다.


그는 “언어는 그 시대의 모습을 가장 잘 담는 창”이라며 “전시공간 내의 푸른빛은 UV 광선으로 푸른빛을 띠며 살균의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 발짝 떨어졌을 때만 작동하는 이번 작품은 언택트(비접촉)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크기변환_22.jpg

 

크기변환_24.jpg

(사진=심래정 작가의 작품 '맨 처음에 생긴 것은')


가장 눈길이 가는 작품 중 하나였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봤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생애를 표현했다. 심래정 작가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일상과 시체에 침투하는 과정과 면역체계들의 방어 과정을 스토리텔링 해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며 “바이러스의 캐릭터화를 통해 ‘비가시성’이 주는 공포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크기변환_8.jpg

 

크기변환_9.jpg

 

크기변환_11.jpg

 

크기변환_13.jpg

 

크기변환_크기변환_10.jpg

(사진=윤석원, 정지현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 


코로나 이후 변해버린 모두의 삶, 그리고 개인의 삶까지. 우리는 두 가지 세상을 보고 있다. 눈으로 보는 외부의 세상과 내 안에서 돌아가는 내면의 세상이다. 윤석원 작가는 “코로나 유행 후 초기부터 현시점까지 관찰해온 지역사회의 모습을 회화와 에세이로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쓰고 찍은 결혼식 기념사진이 아주 인상적이다.


정지현 작가는 코로나 시대가 만들어낸 도시 풍경, 변화될 건축의 속살과 내면을 탐구했다. 그는 “격리 및 외출 자제로 대기 환경이 개선된 듯 보인다”며 “하지만 창밖의 맑은 날씨와는 반대로 실내 공간은 외롭고 공허하다. 내부와 외부의 심리적 온도차는 현시대를 상징하는 풍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크기변환_4.jpg

 

크기변환_5.jpg

 

크기변환_크기변환_7.jpg


 

전시장을 오가는 이들은 내내 마스크를 쓴 채 작품과 눈을 맞췄다. 조금은 낯선 광경이었지만, 이제 인류는 이 시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에 모든 것을 잃을 만큼 나약한 인간, 하지만 그 인류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또한 보이지 않는 사랑이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우리를 어떤 시대로 인도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한편 이번 전시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이달(7월) 30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