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산책] 七夕:7日밤의 변주, 조은영 작가 “영혼의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

강화도의 잿빛 갯벌을 밟으며 그려 간 '七夕:7日밤의 변주', 플레이스막1서 열려
기사입력 2020.07.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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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의 잿빛 갯벌을 밟으며 그려 간 '七夕:7日밤의 변주', 플레이스막1서 열려 

-조은영 작가, "유년시절 꿈과도 같았던 어둠의 시간을 재현하고 싶었다"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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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눈여겨 본 지 무척 오래됐다. 밤하늘의 달과 별, 이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생각할까. 우수수 비가 떨어지고 나서야 창밖을 보며 "비 온다" 한 마디를 던지고 금새 가상 세계로 자취를 감추는. 우리의 밤은 어디로 떠나 버렸을까.   


이번 전시 '七夕:7日밤의 변주'는 지난 플레이스막3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의 사랑'을 관람한 후 '플레이스막'이란 전시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며 알게 됐다. 


조은영 작가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서울 마포구 성마산로에 위치한 동진시장 내 '플레이스막1'에서 7월 11일부터 7월 31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낮 12시(정오)에서 저녁 7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비가 왔지만 연남동은 온통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거리를 굽이굽이 지나 '플레이스막1'에 도착했다. 전시장 옆에는 시장 컨셉의 악세사리 가게가 있었다. 악세사리 샵에 입장하기 위해선 전시장 앞을 지나쳐 가야 했다. 사람들은 꼭 한번씩 전시장에 눈길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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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니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공간 중앙에는 큰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도착 당시 내부에 관람객은 없었다. 그래서 더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전시장에 갈 때 특별하고 신선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전시는 작가의 마음과 생각이 담긴 하나의 작품일 뿐, 내 기준에서 어떤 기대를 하고 가면 그 전시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것을 느끼고 싶다면 전시를 꾸린 작가의 생각과 마음을 듣는 정도다. 그래서 꼭 전시를 가면 작가를 찾고, 작가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전시는 소통의 창이지, 결말이 아니다. 전시에 대해 작가가 기록한 글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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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시장 내부 사진)


"해와 달은 시간의 경계에서 마주친다. 

그렇게 마추졌다 서로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들을 마주치게 하는 건 중력이 아니다. 

광할한 우주속에 흩어진 원자들, 별들이 해와달을 만나게 하는 숨겨진 힘이다. 

우주의 수많은 별들이 서로의 시간과 공간은 경계를 허물고 만났다 헤어진다. 

그렇게 해와 달은 마주쳤다 서로의 자리로 돌아간다."  

 

'능선위의 해와달'

2016년 10월 27일 壬午日



이번 전시는 조은영 작가가 서울에 살다가 강화도로 이주를 하면서, 강화도에서 보고 느낀 밤의 모습들을 표현했다고 한다. 기자의 구체적인 질문에 조 작가는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전시와 작품을 통해 직접 보고 느껴보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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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개의 작은 풍경' 조은영)

 

7개의 작은 풍경은 각각 서로 다른 모습 같다. 하지만 결국은 밤하늘 아래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밤, 시골의 저녁, 밭, 바다, 어머니의 색동 저고리가 생각났다. 


인간은 눈으로 하나의 장면만을 보지만, 마음으로는 한 마을과 한 도시의 풍경을 볼 수 있다. 7개의 작은 퐁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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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첫번째 밤' 외 3작품, 조은영)


바다에 비친 네온의 모습일까. 4개의 밤이다. 색연필의 섬세한 선에서 작가의 심혈이 느껴진다. 조은영 작가는 전시 설명에 "인간의 내면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이미지, '타자'라는 대상에 대한 이미지가 멸절될 때 우리는 '상처'라는 단어를 사용하곤 합니다"라고 적었다. 


작가의 내면 속에 자리잡은 타자와 이미지, 그리고 상처는 무엇이었을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된, 밤에 투영된 마음의 불빛이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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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랑 리본에 의한 변주', 조은영)

 

노랑리본 하면 세월호가 떠오른다. 컴컴한 진도 바닷속에 잠겨버린 어린 꿈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나풀거린다. 작가는 8개의 자연물을 각 작품에 이름 붙였다. 8괘로 표현된 이 작품은 유난히 밝은 노란색을 띄고 있다. 마치 수많은 '밤'들 속에 빛나는 '8개의 빛'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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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식[오른쪽] 외 1작품, 조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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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 밤2', 조은영)


조 작가의 전시에 대한 기록은 "인간에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희노애락의 첫감정들은 그순간, 우리 스스로가 알아채지 못하고 지난후에야 돌이켜 생각하고 해석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우리안에 언어적 이미지로 자리잡곤 합니다. 때론 예고 없이 찾아드는 슬픔에 붙들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끊임없이 나열하며 중심의 의미를 지우고자 노력하지만 이 의미없는 행위의 중심에는 결락된 유년 시절의 욕망과 꿈, 무의식에 중첩되 있는 우리의 시공간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라고 이어진다. 

당시에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언어적 이미지로 자리잡는다는 말이 와 닿았다. 


시를 쓰는 나로서는 감정과 어린 시절의 여러가지 꿈들이 마음 속 언어로 자리잡는 것이 꾀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11.jpg(사진='두 개의 풍경', 조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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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이소의 별', 조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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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무제 untitled', 조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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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쪽]현현, [아래]그밤1, 조은영)


작가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조 작가는 "2년여 시간 동안 작업실 인근의 섬, 석모도의 잿빛 갯벌을 밟으며 오고 갔던 이 정신적 여정, 꿈과도 같았던 어둠의 시간들을 철의 물성과 유년시절 놀이도구였던  색연필을 통해 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이 기나긴 여정은 2016년 7월, 어머니의 젓무덤과도 같았던 능선위에 둥그런 형상 하나를 그려 보여준 어린소년과의 만남으로 부터 시작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하늘의 빛나는 별들에게 이번 전시를 바칩니다"고 기록을 마쳤다. 

 

이 기록은 "서기 2020년 7월 4일 戊申日(무신일) 아침"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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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명', 조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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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시장 내부 사진)

 

전시관람 후, 조은영 작가에게 연락해 전시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질문의 답으로 조 작가는 "서구 형이상학의 전통, 기독교 문화권의 역사속에서 관통하는 철학적 주제는 '인간의 영혼의 구원'이라는 명제가 관통한다"며 "하이데거의 저서나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를 직접 읽어 보시고 고민해 보시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코로나 사태도,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 같은 사회적 문제도, '코로나 시대의 사랑' 같은 전시도 모두 이 주제(인간의 영혼의 구원)와 연관이 있는 사항이고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이 지금의 현실 같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영혼의 구원, 이에 대해서는 기자도 자주 생각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더군다나 현대 사회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의 범람에 영혼 마음, 구원 같은 것들을 들여다 보기에는 너무도 혼란스럽다. 한편으로는, 도리어 이런 현실이라 더욱 우리의 마음을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전시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http://www.placemak.com/board_JLDd4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 음악으로는 '7色의 변주곡'으로 이태훈(작곡‧기타연주)님이 참여했다.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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