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혼? “아니, 내 연애의 완성은 비혼이야”

“연애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아니, 연애의 완성은 그냥 ‘비혼’일 뿐이야”
기사입력 2020.07.16 10:13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연애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아니, 연애의 완성은 그냥 ‘비혼’일 뿐이야”

-결혼? 책임은 무거워, 내 인생 더 중요, 노후? 가족 있어도 외롭긴 마찬가지 

 

 

[곽중희 기자] 


“연애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아니, 내 연애의 완성은 비혼이야”


202007150404_13180924147512_1.jpg

(사진=비혼주의 관련 드라마,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최근 사회 트렌드에 맞춰 ‘비혼주의’ 관련 드라마가 많이 등장했지만, 해당 드라마들이 비혼주의의 핵심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비혼(非婚)’의 핵심은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오직 자신에 선택에 달려있어, 본인이 원하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임에도, 해당 드라마들은 '연애의 완성은 결국 결혼'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혼율 역대 최저치, 결혼 넘어 '비혼'도 선택일 뿐


2020031905870_0.png

(사진=통계청 출처)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2019년의 혼인 건수는 24만 건으로 1970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인구 1000명당 4.5건의 결혼이 이뤄지는 수준이다. 반면 이혼 건수는 11만 800건으로 작년보다 2% 증가했다. 


이제 결혼에 대한 거절의 표현은 “꼭 결혼을 해야 하나요?”에서 “결혼? 전 비혼주의인데요?”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결혼에 대한 생각은 있으나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를 ‘미혼(未婚)’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제는 결혼을 아예 생각하지 않는 ‘비혼(非婚)주의자’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비혼’은 ‘미혼’과 다르게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택했다는 의미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비혼은 시각의 문제”라며 “똑같이 결혼을 하지 않은 태지만, 시각에 따라 미혼으로도 볼 수 있고, 비혼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비혼주의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한 비혼주의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독신(비혼)주의 선언을 했다”며 “당시에는 특별한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한 취급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비혼주의자가 느는 이유는 사는 게 힘들기 때문”이라며 “내 집 마련만 20년이 걸리는 한국사회에서 취업, 집, 육아, 집안 갈등 문제 등을 생각하면 결혼과 출산은 너무나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비혼의 추세에 비혼을 축하하는 ‘비혼식’과 ‘싱글웨딩’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결혼식이 많은 하객들 앞에서 두 사람의 ‘혼인’을 선포하는 행사라면, 비혼식은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선언하는 행사다. 



5a4ddfac0dadd2738de6.jpg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직장인 A씨(여, 26)는 얼마 전 서울 홍대의 한 파티룸에서 같은 비혼주의자 친구들과 함께 비혼식을 열었다. 행사는 파트너가 없다는 것 외에 결혼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축하 선물도 주고받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A씨는 비혼을 결심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미래의 내 삶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이고 어떡하면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방법 중에 비혼도 있었다”고 했다. 


더 이상 이들에게 결혼은 행복과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닌 셈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8년에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와 ‘하는 것이 좋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68%를 차지했지만, 10년이 흐른 2018년에는 그 수치가 18%이상 줄어 48.1%를 기록했다. 


▲결혼? 책임은 무거워, 내 인생 더 중요, 노후? 가족 있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 


취업, 내 집 마련, 출산, 육아 등 현실적인 부담에 대한 가중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이제 청년들은 결혼이란 ‘무거운 책임’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라이프’를 선택하고 있다.


이런 청년들의 선택에 일부 기성세대들은 가족이 있어야 노후가 든든하고 외롭지 않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이전 세대에 고생하며 가족을 꾸렸음에도 더 외롭고 쓸쓸해진 노인들의 모습에 그 말들도 이제는 무색해졌다. 

홍경희(‘합리적 비혼주의자로 잘 살게요’의 저자) 작가는 “명절마다 듣는 친인척들의 잔소리처럼 비혼주의자들의 노후가 애처롭게 독거노인으로 살다 고독사하는 쪽이 될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안 든다”며 “지금도 아픈 부모의 간병을 자식들이 직접 하기보다는 전문 요양시설이나 간병인을 쓰는 게 대세잖아요. 예전에야 그런 간병을 효도로 쳤지만 지금은 안타깝게 보는 시대로 넘어왔죠”라고 했다. 


3695744536_20200715100853_3175151766.jpg


이어 “결혼 후 노후자금과 맞바꾸는 셈인 평균 양육비 5억을, 나라면 매달 200만 원씩 나오는 상가 점포를 사는 데에 먼저 쓰겠다”며 “일을 관둔 내 노년에 대한 대비가 다 되고 나서도 경제적, 정서적 여력이 있을 때 낳든 입양하든 하는 게 순서지, 노후 대비도 없이 자녀에게 다 쏟아붓는 가족계획은 스스로에게 무책임하잖아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인 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비혼주의는 오랜 관료처럼 굳어있던 우리 사회의 ‘결혼 관습’에 강하게 돌을 던진다. 물론 비혼주의자가 늘어나는 이유를 어느 한 문제만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시대적 상황과 경제적 불황까지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핵심에는 ‘나 자신의 삶을 먼저 챙기고 즐기고자 하는 가치관’이 강하게 자리를 잡은 듯하다. 


한편으론 비혼주의자가 계속 늘어날 이 추세 속에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관계 속 외로움이란 과제는 어떻게 해결돼 갈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