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포착] 인재 속 비둘기의 비애(悲哀)

기사입력 2020.08.0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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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3일 영등포구청 옆 공원 냇가에서 한 비둘기가 먹이를 찾아다니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비둘기는 비둘기과에 속하는 새의 칭으로 국내에는 주로 낭비둘기, 흑비둘기, 염주비둘기, 멧비둘기 4종이 살고 있다. 비둘기는 평지에서 산지에 이르는 산림과 농촌, 도시 할 것 없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근래에 와서 비둘기는 도심 내 공원 근처나 강 주변, 도로에서 집단으로 출몰하기도 한다. 비둘기들이 날개를 퍼덕일 때면, 어떤 사람들은 비둘기를 피하며 그들이 "병균을 옮긴다"며 소스라친다.  


하지만 관련 연구에 따르면, 실제 비둘기가 사람에게 병균을 옮기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한다. 과장된 혐오감 속에 비둘기 또한 인간에게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도리어 깨끗한 물이 있는 지역에서 비둘기는 몸을 수시로 씻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수질오염이 극에 달한 도시에서 비둘기들은 과연 씻을 곳을 찾을 수 있을까.  


한 동물공감(동물보호) 블로거 '동그람이'는 "우리나라는 1960년대 각종 행사에 동원하기 위해 집비둘기들을 수입했다. 86년 아시아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에서 비둘기들을 날려보냈고, 후에 2000년까지 약 90차례 비둘기를 방사했다고 한다"며 "이후 비둘기들은 생존을 위한 전쟁을 계속해야만 했고 원래 우리나라에 살았던 토종비둘기들은 수입된 집비둘기와의 생존 경쟁에서 밀려 멸종 위기에 처했고, 남은 집비둘기들고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했다. 


물론 비둘기는 번식력이 좋다. 비둘기 개체수의 증가로 배설물·털날림 문제가 증가하자 2009년 환경부는 집비둘기를 유해조수로 선정했지만, 우리 주변에 사는 모든 비둘기가 유해조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가끔 정부나 지자체에서 붙여놓은 현수막을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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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비둘기가 스스로 먹이를 찾아 생태계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과연 이 말이 비둘기의 입장에서 말이 될까. 자신들의 이익과 필요에 따라 돈을 주고 사와서 방생을 하는 것에도 모자라, 끝없는 개발과 자연파괴로 살 곳을 잃게 만들어 놓고 이제와서 자연법칙에 따라 알아서 살아가라니, 이는 분명 생각해볼 문제다.


어쩌면 자연법칙에 따라 살아가야 할 존재는 비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편 독일의 경우 비둘기 보호를 위해서 보호전문단체가 비둘기의 습성을 고려해, 요건이 허용되는 곳에 집을 지어주거나 깨끗한 물과 먹이를 지원하는 등 인도적인 관리 방식을 개발·시행하고 있다. 


"나는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모른다.

우리 어미는 내가 4살 때

인간의 대축제를 기념하는

거대한 성화 속에서 화형됐다.


먹고 살기 위해 여기저기를 다녔지만

내가 살 수 있는 곳은 없었고

무심코 내몰린 인간의 숲에

내가 설 자리는 없었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수를 키우고

이들에게 두려움의 존재가 되어

내가 설 자리를 찾아야겠다고."


어느 비둘기의 고백, 글로 나아가는 이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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