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日의 궁도 아니다, 韓의 국궁이다

국궁과 함께 걸어 온 20년, 연익모 대한궁술협회 총재를 만나다
기사입력 2020.09.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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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프리랜서 기자] 


주몽, 불멸의 이순신, 최종병기 활, 안시성, 이 작품들의 공통점을 아는가. 바로 한민족의 ‘활(弓)’ 국궁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활’은 과거 전쟁무기로, 현대에는 전통문화로 대중에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단순히 ‘활쏘기가 있다’ 정도만 알지, 민족의 얼을 담은 ‘국궁(궁술)’의 의미와, 이 국궁(궁술) 문화가 오늘날까지 어떻게 보존됐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일평생을 한민족의 활쏘기, 궁술(국궁)을 알리기 위해 살아 온 대한궁술협회의 연익모 총재를 만나 궁술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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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익모 대한궁술협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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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궁술협회 제공) 

 

Q. 안녕하세요. 총재님, 대한궁술협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궁술협회 총재를 맞고 있는 ‘연익모’라고 합니다. 연개소문 장군의 후예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한궁술협회는 20년이 됐어요. 저는 원래 대한궁도협회 소속이었습니다. 서울시 궁도협회 총무 이사까지 지냈는데 당시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무엇이냐면, 활을 쏘기 전에 늘 ‘정간배례’라는 걸 했어요. 


*정간배례 : 일본 군국주의 시절 했던 참배 중 하나로, 활터에 올라온 한량들이 ‘정간(正間)’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판대기에 90도로 허리를 굽혀 절을 하는 의미 없는 의식. 정간은 ‘건물의 중간’이라는 의미 외에 다른 의미가 없음. 그 의미와 역사에 대해선 정확히 기록된 바가 없음. 궁도를 하는 사람들 내에서는 예전부터 활터의 예절이라며 신사들에게 강요했고, 하지 않으면 쫓아내기까지 했음.   


▲참고기사 

[정진명의 문화산책] 국궁계의 가짜뉴스 : 굿모닝충청

http://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453    

대한궁도협회의 정간론에 대한 비판 : 국궁신문 

http://www.archerynews.net/news/view.asp?idx=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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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간배례는 “정간사상”을 내세우며 정간이라 씌어진 ‘건물 가운데’를 향해 절을 하는 겁니다. 아무 역사적 기록도 없는 행위를 그냥 우상숭배처럼 하는 거죠. 어느 날 궁금해서 “이걸 왜 하느냐”고 물었는데 “역사적으로 늘 해왔던 거라서 한다”고 하더라고요. 조사해보니 이 ‘정간배례’는 일제 강점기에 참배를 하기 위해 만들었던 일제의 잔재였어요. 또 ‘궁도’라는 말의 의미도 물었는데 “우리는 대한체육회에서 시키는 일만 한다”며 “우리가 굳이 그 의미를 알 필요가 있나”라고 하더라고요.


‘궁도’란 용어는 우리나라의 ‘활쏘기’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일본이 강제로 ‘궁술(국궁)’을 누르고 넣은 용어에요. 일제의 잔재지 한국의 역사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요. 이걸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립국어원에 수록된 국어대사전에 보면, 사정(射亭) 용어는 일제강점기 어용학자가 한국의 활쏘기를 놀이문화로 격하시키려 한 부분을 아래와 같이 수정을 요구해 받아들여졌어요. 


한량들이 어울려 놀기 위해 활터에 세운 정자가 아니라, 활쏘는 사람들이 무예 수련을 위해 활터에 세운 정자가 맞는 거죠. 후손에게 올바른 활 문화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우리나라의 궁술을 잊고 살아야 하는가” 고민했었죠. 그러다 2012년도에 석호정(남산에 있는 활터)이라는 공간에서 1년 동안 ‘궁도 청산 결의대회’를 개최했어요. 그 소식을 들은 대한궁도협회는 저를 제명시켰어요. 그때가 2000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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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랬군요.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셨나요?


A. 2001년에 사단법인 ‘한국국궁문화세계화협회’를 설립했어요. 2002년 월드컵때 월드컵 조직위원회을 찾아갔어요. 가서 “한국의 전통 활쏘기 문화를 알리겠다”고 협조를 요청했죠. 한강에 난지정이라는 활터가 있는데, 활쏘기 시연을 무료로 하겠다고 했어요. 월드컵 기간에는 월드컵 조직 위원회에 승인된 단체만 행사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조직위의 승인을 받아 활쏘기 시연을 했죠. 그때를 계기로 외국인들도 ‘한국 활쏘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알게 됐죠. 한국 활쏘기, 국궁의 위상을 처음으로 알린 거죠.  

 

2005년 ‘KBS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김명민(극중 이순식 역)씨가 활을 쏘는데 양궁(손가락 3개로 시위를 당김)으로 활을 쏘는 거예요. 이순신 장군이 양궁식으로 활을 쏘다니 말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대한궁술협회에서 드라마 가처분 신청을 한다고 이의제기를 했죠. 그랬거니 KBS가 난리가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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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궁술[국궁]에 대해 설명하는 연익모 대한궁술협회 총장) 


그를 시작으로 문체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이 참에 한국 활쏘기의 원형을 복원하자고 제안했어요. 이를 정부에서 받아들였죠. 그렇게 ‘2005년 문화원형디지털콘텐츠화 사업 자유공모(통합형)’에 참여했죠. 콘텐츠기획 및 수행계획서를 만들어 ㈜네오그라프라는 기업과 협력해 ‘한국국궁문화세계화협회(대한궁술협회)’로 공모를 따냈죠. 그렇게 공식적으로 국고 2억6천만원 (자부담 8천만원) 총 3억4천 만원을 가지고 1년에 걸쳐서 ‘한국 활쏘기를 디지털 콘텐츠로 개발 ’ 및  복원했어요. 그렇게 법적으로도 공식 문화 컨텐츠로 인정 받았죠. 


국가공인 국가지원 한국 궁술콘텐츠에는 시대별(선사,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통일신라, 발해, 고려, 조선, 현대, 해외 등) 활과 화살 및 부속품 등이 콘텐츠로 담겨있습니다.


Q. 대한궁도협회에서는 아무런 제제가 없었나요? 


A. 들어보세요. 그때 ‘대한궁도협회’에도 공문을 보냈어요. 이제부터는 ‘국가 공인 표준 콘텐츠’로 등록이 됐으니, 이를 배워 제대로 이수해서 ‘활쏘기’를 가르치면 어떻냐고. 그랬더니 대한궁도협회에서 저를 고소를 했어요. 공문을 보낸 걸 ‘업무방해, 협박’이라고. 물론 ‘무혐의’를 받았죠. 공문이 업무방해가 될 수는 없다고 판정났죠. 이후에 문체부, 지방자치단체, 활터 등 다수 단체에 공문을 보냈어요. 


제가 그 이후에 결심한 게 있어요. 궁도협회와 싸우지 말자고. 기존 궁도인들은 이 궁술(국궁)에 대해 귀를 열고 듣지를 않으니까 그들끼리 생활체육의 일환으로 활터에서 심신단련으로 활쏘기를 하고, 우리는 교육과 문화를 승계하고 알리는 목적으로 하기로 했죠.  


궁술문화콘텐츠가 제작됐으니, 이제 국민들한테 알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국궁교본을 발간했어요.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죠. 그렇게 문화체육관광부 24954호 ‘로 등록되어 국궁도서’가 탄생했죠. 나라에서도 인정받는 콘텐츠가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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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궁술(국궁)을 교육 콘텐츠로도 많이 알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A. 2008년도에 서울시, 부산시, 전남, 충북, 경기 교육청에서 ‘전국교원 국궁직무연수’를 시작으로 활쏘기를 학교에 널리 보급하고 있어요. 교육청에 승인도 받고. 매 시즌마다 30명씩, 지금까지 1000여명의 교직원들이 궁술교육을 받았죠.


물론 교육부에는 국궁과 궁도가 모두 등록돼 있어요. 하지만 국궁과 궁도는 과녁과 자세가 자체가 틀려요. 다른 거예요. 일제 침탈 때 들어온 명칭을 사용하는 궁도, 우리 전통 활쏘기를 되살려서 운영하고 궁술(국궁)으로 나눠졌죠.


부산시 교육청에서는 ‘학교스포츠클럽 전국국궁대회’를 개설했어요. 근래 교육부에서 후원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고, 2021년도부터 궁술대회에 참가하여 1등을 하는 학생은 교육부 장관상을 받게 됩니다.


2012년도에는 ‘궁술문화원형보존회’를 발족했어요. 엊그제 부산에서 사무실을 개원했죠. 또 서천군 청소년 수련원이 사업 승인을 받고 있는 중이에요. 궁술사관학교, 궁술교육원, 궁술영상관, 궁술체험장 등 교육 시스템을 갖추려고 추진 중입니다. 


또 기쁜 소식은 궁술(국궁)이 2020년 7월 30일 '국가무형문화제 142호'로 지정됐어요. 이제 국가공무원들도 우리나라의 국궁을 배우고 연수를 받을 수 있게 된 거죠. 학생들도 우리의 활쏘기 문화를 당당하게 체험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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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궁술(국궁)을 위해 오랜시간 일해 오셨는데,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A. 말도 마십쇼. 처음에는 아내의 반대도 엄청 심했어요. 당신이 뭔데 그걸 하냐고. 세상에 당신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생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그랬죠. 하지만 교육부나 정부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지금은 아내도 가족들도, 주변 사람들도 인정을 해줘요. 


“전 세계에 태권도가 다 보급돼 있지 않냐. 국궁도 표준콘텐츠로 등재가 됐으니 태권도 시범을 하기 전에 국궁을 30분 정도 먼저 하면 어떠냐”는 제안도 국기원 측에 했었어요. 


옛 성균관에서는 활쏘기, 말타기 등 대사례(왕이 참관해 활을 쏨), 향사례(지방 고을들이 참관해 활을 쏨) 등 활쏘기를 꼭 했었어요. 그래서 우리 한민족을 기마민족, 활의 민족이라고 부르잖아요.    


Q. 궁술의 큰 장점이 있다면?


A. 우선 활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장애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가능해요. 자세는 척추를 곧게 세우고. 복근과 단전에 힘을 줘요. 활을 들고 시위를 당길 때 복식호흡과 단전호흡을 동시에 합니다. 숨 2/3를 들어 마시고 숨을 멈춘 후 활을 쏩니다. 그리고 나머지 숨을 뱉어요. 호흡의 집중으로 정신 수양도 되죠. 국궁을 쏘고 나면 ‘9시 뉴스’를 켜놓고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날 정도라니까요? (농담)   


아이들에게 국궁을 교육하기 위해 활을 당기는 손가락마다 의미를 부여했어요. 양궁, 궁도와 다르게 궁술은 ‘다섯손가락’을 모두 이용해요. 엄지(자신감), 검지(목표). 중지(용기), 약지(인간관계). 새끼(약속)이죠. 또 활에는 우리 민족의 역대 명궁들의 캐릭터를 그렸어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역사 공부를 하면서 활도 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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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궁술과 함께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면? 


A. 어느 날 활터에 있는데 지인인 모 대학교 교수가 수맥을 찾겠다고 수맥탐지기를 들고 온 거예요. 수맥이 지나는 곳에 활을 한 번 대보자고 하길래 터에 거치돼 있던 각궁, 개량궁을 댔더니 수맥탐지기가 반응하는 거예요. 신기했어요. “활에 어떤 에너지가 흐르나?” 싶었죠. “선조들이 이 국궁으로 나라를 지켰으니까 호국영령들의 넋이 담겨 있구나” 했어요. 그때 “내가 이 국궁을 알리는 일에 사명감을 잊으면 안되겠구나”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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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궁술(국궁)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A. 아주 밝게 봅니다. 미래의 교육문화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활을 쏘는 게 아니라, 민족의 결과 정신을 담아서 콘텐츠화 시키는 거죠. 그러려면 교본이 필요하니 교본도 만든 거고요.


Q. 새로운 시대에 궁술이 나아갈 방향은? 


A.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변화는 비단 정보, 통신, 제조기술의 혁명뿐 아니라 미래 교육의 변화도 불러 왔어요. 지식의 범람에 변화의 속도도 빨라졌죠. 더 이상 교과서 속 지식의 전달 만으로는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어려워졌습니다. 소프트웨어 활용에 익숙한 학생들은 교육방법의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즉 현장 체험교육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전국에는 수백군데의 향교가 있고 명륜당(조선시대 학교)도 있어 지역 학생들이 궁술(국궁) 문화를 배우고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거죠. 각 나라마다 민족궁은 다 있지만, 가장 멀리 나가고 과학적인 궁은 바로 우리 한국의 국궁이에요. 국궁은 ‘5궁’이라 불리는데 활대가 5번 곡선을 이루며 휘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처음에 중앙에서 한 번 휘고 양끝으로 가면서 한번 더 휘어져 있어요. 활을 쏘면 2번 팅기며 추진력이 강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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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북 궁술문화교류를 하고 있다고 하시던데, 맞나요? 


A. 네, 본 협회는 통일부에서 북한주민접촉승인을 받아 외교부의 협력으로 납북 궁술교류를 시작한 결과 3번의 북측 관계자와 조우했습니다. 아직도 북한은 조선궁술연맹이 있어 한민족 활 문화의 대화는 동질감이 있어 잘되고 있어요. 2018년 11월 2~3일에 금강산에서 심도 있게 대화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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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한국 전통 활쏘기가, 국가무형문화제가 됐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궁술문화의 최종은 궁술을 세계화 하는 겁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우수한 궁술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밑거름이 되도록 잘 보존해서 대대손손 민족 궁술 활쏘기 문화를 후손들에게 알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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