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全南 光陽 鄕土 詩人들의 [시詩, 너도 시집가거라]

기사입력 2020.12.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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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매롸마을에서 본 섬진강.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전남 광양의 [시·울림 문학동인]의 [2020 시·울림 분학동인 제26집]이 2020년 12월 10일 출간되었습나다. 詩集 [시詩, 너도 시집가거라] ! 이번 작품집에는 시·울림 창립 멤버인 민점기, 박행신, 안삼현, 이상인, 이정운 시인, 그리고 정은주, 안준하 시인 등 7人의 詩 70편이 실려 있습니다. 다음은 시·울림 문학동인의 26번째 동인지에 실린 詩(발췌)들 입니다.

 

[2020 시·울림 분학동인 제26집]-拔萃 ★이정운/ “시詩, 너도 시집가거라// 밭에 심은 대추나무/...내 안에서 자라는 시의 나무/ 일년 내내 알알이 시를 맺지 못하는/ 너, 밭에 큰 바위들이 널려있다/ 그만 대추밭으로 시집이나 가거라”// ★민점기/ “섬진강. 참게 향// 첫 서리 내린 날/ 그물에 걸려 차에 실린/ 섬진강 참게/ 바스락거리며 향을 내뿜다/ 강길을 내쳐 달릴수록/ 바스락거림 거세지며/ 오감을 점령한 참게 향/ 자그맣고 예쁜 차를/ 강물 속으로 마구 밀어 넣다”// ★박행신/ “꽃의 눈물// 꽃들이 활짝 피어있을 때는 늘 즐겁기만 했어요. 벌 나비가 한동안 머물다 가고,.그래서 꽃잎들은 서둘러 하나둘씩 흙의 가슴으로 내려 안겼어요. 떨어지는 꽃잎들은 꽃들의 마지막 눈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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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2020 시·울림 문학동인 제26집 表紙.

 

★안삼현/ ”명례성지明禮聖地// 물통골 유등리 자전거 타고 내닫던 길/ 낙동강 수산제堤 둔치 명례성당에 또 한번 금새 지고야 말 백목련 피어 오른 날“// ★안준하/ “사전투표// 비가 내리고/ 허공에 꽃이 진다/ 하늘과 땅을 가로질러/ 온 몸으로 표 한 표 찍는다/ 바닥을 움켜쥐고/ 바닥이 된 삶이/ 반듯한 사각 안에/ 핏빛으로 ㅅ l 을 쓴다”// ★이상인/ “애기사과 꽃// 애기들이 앙증맞게 피었다/ 꽃 속에서 수많은 아이의/ 아주 작디작은 울음소리가 들린다/...따스한 햇볕에/ 무럭무럭 피어나는 울음소리/ 봄길을 환하게 밝혀주는데/ 누군가 또 한 번/ 돌아오지 못할 그 길을 걸어갔다”// ★정은주/ ”파문// 비는 동그란 파문을 만들어요/ 앞선 빗방울을 딛고/ 둥근 물방울이 생기고/ 물방울은 겹치고 사라지고 생겨나요/ 물무늬 같은 일생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처마 아래/ 우주“//

 

이 시인들 중 ‘길손 안삼현’는 필자의 親友입니다. 그는 시집 <나의 百人譜>에서 “참 많이 떠돌아다녔다. 쪽빛 고향 바다를 두고 이곳저곳. 아마도 해안선을 따라서만 헤집고 다닌 여정이 아닌가. 그래서 간밤에는 어느 날 먼저 떠나버린 이들의 모습이 문득 내 꿈속에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한 줄의 글을 제대로 이어갈 줄 모르는 천학비재...나름대로 걸어온 내 발자국. 살아가면서 작은 점 하나 찍으려 했다면 그 또한 욕심일까. 낡은 집을 고쳐 그냥 살기로 하였다. 오래 전 쓰다 남은 촛불을 다시 밝혀 두고 정신을 가다듬고 살기로 하였다. 슈만의 교향곡 3번 ‘라인’을 듣고 ‘겸재’와 ‘도겸’의 진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더불어, 함께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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筆者에게 시집을 보네준 안삼현 詩人과 함께 광양에서 찍은 사진.

 

필자는 그의 시집 <나의 百人譜> 발문(跋文)에서 “훌륭한 평교사 선생님 안삼현! 선인의 삶을 노래한 시인 안삼현! 그는 고향이 네 곳이나 되는 행운아이다. 그는 시인 같지 않은 사람, 시인답지 않은 시인으로 살아온 작가이다. 이제 ‘안쌤’은 새로운 마음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에게 미국작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가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 연설문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 시인은 지금 여전히 진정한 시인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邁進)하고 있습니다.

 

길손 안삼현! 지금은 경남 양산에 자리 잡은 길손은 광양·여수에서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했던 시인입니다. 필자는 그와 함께 남해안을 오랫동안 두루두루 찾았었습니다. 필자는 남녘 바닷가, 광양만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2020년 歲暮, ‘겨울의 시발점’이지만...봄을 곱게 맞는 망덕포구(望德浦口)가 아직도 좋습니다. 풍경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해변(海邊)·포구이지만, ‘벚굴’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가 있는 마음의 무릉도원(武陵桃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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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시·울림 문학동인 제25집 출판기념회-2019.12.6.

 

“오늘 같은 굴맛이 봄맛 꿀맛이라고/ 목마른 거북이 이 마을로 찾아들 듯/ 그 당시 슬기슬기 사람들/ 돌칼로 잡아 올린 갱조개 벚굴로 해갈을 하였는가/ 봄에 취한 섬진강이 벚굴을 품었다 한다/...안타까운 손부의 하소연이 뇌리 속을 쉬 떠나지 않는다/ 섬진강 모래밭 오늘 이 자리가 과연 자연의 특급비밀로만/ 신비를 더한 채 오래오래 머물러 있을까”(안삼현/돈탁 마을/ 2011 시·울림 문학동인‘ 제17집 수록) /

 

망덕포구는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의 망덕산 아래에 자리한 강어귀로, 경상남도 하동군 금성면 고포리와 갈사리를 끼고 흘러온 섬진강(蟾津江)이 끝나는 곳입니다. 강(江)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에 있는 팔공산 북쪽 천상데미로 불리는 봉우리 기슭에 있는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550리를 흘러 이곳 포구에서 여정을 마칩니다. 이곳에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보존한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등록문화재 제341호)이 있습니다.

 

윤동주가 시(詩)가 흐르는 섬진강과 시(詩)의 고장 광양만(光陽灣)에서 1925년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정병욱 가옥은 윤동주 시인의 유고를 품었을 뿐이고, 윤동주와 국문학자 정병욱의 문우(文友)의 정(情)만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가 그 집 앞에서 떠올린 것은 ‘윤동주’가 아니라 ‘길손 안삼현’을 비롯한 <詩 울림 문학동인> 시인들 입니다. 윤동주의 시(詩)가 갇혀(?)있는 동안 광양에 ‘詩의 빛과 볕’을 준 것은 윤동주가 아니라 ‘공공로·민점기·박행신·안삼현·이상인·이정운·정은주’ 등 鄕土 詩人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 박목월(朴木月/1916~1978) / “시인이라는 말은/ 내 생명 위에 늘 붙는 관사/ 이 낡은 모자를 쓰고/ 나는 비오는 거리로 헤매었다/ 이것은 내 전신을 가리기에는/ 어쭙잖은 것/ 또한 나만 처다보는/ 어린것들을 덮기에도/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것/ 허나, 인간이/ 평생 마른 옷만 입을까부냐/ 다만 두 발이 젖지 않는/ 그것만으로/ 나는 고맙고 눈물겹다”//

 

과거 필자가 ‘시·울림’ 동인지 출간기념회에 초대되어 참석했을 때 만났던 광양 시인들! 한결같이 詩를 사랑하는, 영원히 광양을 사랑할 것 같은 문인들이었습니다. 惡夢의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시집을 출판한 그들은 분명 광양의 자랑거리입니다. 정현복(鄭鉉福) 광양시장 님! 2020 歲暮에 이들 향토 시인들을 褒賞한다면? 광양은 참 따뜻한 도시가 될 것입니다.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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