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2021년 辛丑年에 써보는 소 이야기와 소에 대한 斷想

기사입력 2021.01.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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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세모에 대전 한 농장에서 태어난 송아지와 어미-중앙일보/2021.1.3.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펴낸 <한국민족문화대백과>를 보면, ‘소’는 학명은 Bostaurus L.이고, 소의 명칭은 우리말로는 수소·암소·송아지 등으로 불리지만 한자어로는 더욱 복잡하고 상세하다고 합니다. 즉 수소를 특(特), 암소를 고(牯)라고 하며 송아지도 갓난 것은 독(犢), 두 살짜리는 시(imagefont), 세 살짜리는 삼(犙), 네살짜리는 사(○)라 합니다. 또 한 가지 색으로 된 것은 전(牷)이라 합니다.

 

소의 형태는 그 종류나 품종에 따라, 또는 같은 품종이라 할지라도 지역, 개량도에 의해서 여러 가지로 차이가 있어 일괄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사육되어 온 전형적인 역용우(役用牛)의 형태는 ‘머리는 몸체에 비하여 작고 짧으며 이마는 넓고 콧대는 길고 뺨은 풍부하게 발달되어 있고, 눈의 동작은 느리고 귀는 작다. 뿔은 짧고 굵은 편으로 일자형이 많은데, 암소에 있어서는 외하방(外下方) 또는 외후방(外後方)으로 구부러진 것이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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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낭소리- 2009.01.15.개봉- 감독 이충렬.

 

’역용우‘ 하니까 문득 2009년에 개봉된 영화 <워낭소리>(감독/이충렬)의 주인공 ’소‘가 눈에 보였습니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 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인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 노인의 切親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였습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고, 한쪽 다리가 불편했지만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올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 최 노인은 수의사에게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습니다. 이 소가 역용우! 지금은 보기 힘든 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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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1001마리를 몰고 방북한 故 정주영 현대회장.

 

또 故 정주영 현대 회장이 떠올랐습니다. 1998년 여름, 정 회장이 소 1001마리를 직접 몰고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이것은 일명 '정주영 소떼 방북'이라고 불리며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 <CNN>에서도 생중계됐습니다. 외신들도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최초로 휴전선을 개방했다고 다뤘습니다. 더불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핑퐁외교가 있었다면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은 그야말로 '황소 외교'라고들 했습니다. 그는 북한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더 주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떼에 상당수의 임신한 소들을 포함시켜서 보냈다고 합니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를 앞둔 2020년 歲暮에 대전의 한 농장에서 소가 건강하게 송아지를 낳고, 연신 핥아주고 있는 모습을 소개합니다. 벌써 2021년 신축년 중순입니다. 올해는 육십 간지의 38번째인 신축년(辛丑年)으로 소띠 해입니다. 신(辛)이 흰색을 뜻하기 때문에, ‘흰 소의 해’로 불립니다. 소(牛)는 영어로 ‘소’를 뜻하는 ‘cattle’은 자본을 뜻하는 capital과 동일한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cattle은 연령과 성(性)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달리 부르는데, 번식용의 거세하지 않은 수소는 bull, 식육용의 거세된 수소는 bullock 또는 steer, 새끼를 낳은 암소는 cow, 아직 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는 heifer, 성별에 관계없이 1살이 안 된 새끼는 calf라고 합니다.

  

인간과 소는 문명 이전에 사냥터에서 만났습니다. 3만 6000년 전에 그려졌다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에는 들소(bison)가 등장합니다. 1만9000~1만7000년 전에 그려졌다는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에는 지금은 사라진 소의 조상 오록스(aurochs)의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오록스는 원래 유럽·북아프리카와 아시아 곳곳에 분포했습니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전쟁기’에도 오록스에 대한 묘사가 나옵니다. 소가 가축화된 것은 1만1000~8000년 전입니다. 서아시아에서 혹이 없는 타우린 소(Bos taurus taurus)가, 남아시아에서는 혹이 있는 인디신 소(Bos taurus indicus, 혹은 zebu 소)가 가축화됐습니다. 멸종된 오록스(학명 Bos primigenius)가 이들 인디신 소와 타우린 소의 조상입니다.

  

소(牛)! 우리 조상들은 “소는 하품 밖에 버릴 게 없다”고 했습니다. 살아있을 때 소는 달구지와 쟁기를 끌고 연자방아를 돌리는 동력원으로 쓰입니다. 우유도 제공합니다. 죽은 다음 고기는 물론 내장까지도 먹을거리로 내놓습니다. 소가 남긴 뿔과 가죽도 공예품이나 악기, 옷과 신발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에선 ‘소’하면 먼저 소의 한 품종인 ‘한우(韓牛)’를 생각합니다. 한우는 소의 조상인 오록스(aurochs)의 한 지방형인 아시아 원우(학명; Bos namadicus)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황소’라고 부르는 누런 소입니다. 그런데 한우와 ‘국내산 소’는 다릅니다.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소라도 한국에서 6개월만 기르면 ‘국내산 소’가 됩니다. 그러니까 ‘한우’가 ‘羨望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소(牛)와 관련된 逸話를 하나 소개합니다. 예로부터 소는 힘과 우직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성질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아 여유, 평화, 의지, 의로움, 용맹함, 성실함, 충직함을 지녔습니다. 조선 세종 때 黃喜 정승이 벼슬을 얻기 전 길을 가다가 나이 든 농부가 두 마리의 소를 부려 논을 갈고 있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물었습니다. “누렁이소와 검정소 두 마리 가운데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하나요?” 그러자 농부는 일손을 놓고 황희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누렁소가 더 잘하오”라고 대답했습니다. 귓속말에 의아해 하는 황희에게 농부는 덧붙였습니다. “두 마리 다 힘들게 일하는데 어느 한쪽이 못한다고 하면 그 말에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소.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오.” 노인의 대답에 크게 깨달은 황희는 이후로는 남의 단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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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작품- 흰소- 1954년경- 나무에 유채.

 

故事成語! 교각살우(矯角殺牛)! 소뿔 모양을 바로 잡으려다 소까지 죽인다는 뜻으로, 작은 흠이나 결점을 고치려다 그 방법이나 수단이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칠 때 쓰이는 말입니다. /★矯 : 바로잡을 교/ ★角 : 뿔 각/ ★殺 : 죽일 살/ ★牛 : 소 우// 옛날 중국에서는 큰 종(鐘)을 만들 때 뿔이 곧게 나있고 잘 생긴 소의 피를 종에 바르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제사에 쓸 소를 끌고 와서 살펴보니 뿔이 약간 삐뚤어져 있었습니다. 이에 그것을 바로 잡으려고 단단한 끈으로 양뿔을 동여매었더니 나중에 뿔이 빠져 소가 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상황을 잘못 판단하여 어떤 일을 바로 잡으려다 종국에는 일을 망치는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말입니다.

  

서울 近郊 楊州에는 “양주소놀이굿”(중요무형문화재 제70호)이 있습니다. 경기도 양주 일대에서 전승되고 있는 굿 형식의 연희(演戱)입니다. 소굿·쇠굿·소놀음굿·마부타령굿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경사굿의 일부로 제석거리에 이어 행해집니다. ‘양주소놀이굿’은 단순한 농경의례나 무속에서 벗어나 무당과 원마부·곁마부 사이의 대화와 타령(가사)으로 진행되며, 연희의 성격을 갖춘 놀이로, 훌륭한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진주나 청도의 ‘소싸움’도 볼 수 없는 2020년이었습니다. 2021년 신축년은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은 소가 강한 쭐로 코로나를 물리치는 상상을 해 봅니다. TV가 가끔 영화 <워낭소리>를 방영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유, 평화, 의지, 의로움, 용맹함, 성실함, 충직함’을 지난 ‘소’를 생각하는 신축년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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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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