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

기사입력 2013.05.0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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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0명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형사재판 공개 변론 과정을 대법원 인터넷 홈페이지와 정부가 운영하는 케이블 TV인 한국정책방송(KTV)을 통해 생중계했다. 재판 과정이 인터넷과 TV로 중계 방송되기는 처음이다.

이날 재판은 20대 초반의 베트남 여성이 한국인 남편과 다툰 뒤 남편 동의나 법원 허가 없이 13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베트남친정으로 돌아가 버린 사건에 대한 변론 절차였다. 미성년자 악취 죄로 기소된 이 여성을 처벌하는 게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검찰과 이 여성의 변론을 맡은 국선 변호인 양측 참고인으로 나온 법학교수들이 공방을 벌이고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검찰, 변호인, 참고인들에게 질문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재판 장면이 중계 방송되면 재판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법관이나 검사, 변호사는 국민의 눈을 의식해 재판 준비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법원 재판은 피고인과 증인은 법정에 나오지 않고 검찰과 변호인, 해당 분야 전문가들만 모여 법률 논쟁을 벌이기 때문에 재판 장면을 그대로 공개해도 별 부작용이 없다. 대법원은 법률 해석을 통해 첨예한 사회적 쟁점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법원 재판 과정을 공개하면 우리 사회의 주요 갈등과 대립을 풀어가는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법원조직법은 법정 촬영에 재판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건에 한해 보도기관에 1분 안팎의 시간을 주고 피고인의 뒷모습만 촬영하는 식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법정에 카메라는 안 된다는 것은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양 대법원장은 “미국에서 사회적 논란이 된 재판을 생중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은 연방 법원을 제외하고 50개 주 모두가 전면 또는 일부 법원에서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이른바 ‘도가니 사건’은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져 장애인 성추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작품 속 재판 과정은 잘못 표현된 측면이 적지 않다.
 
투명하게 공개했더라면 법원이 그렇게까지 불신의 대상으로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재판 당사자의 사생활과 인권을 고려해 촬영을 허용하기에 부적절한 재판이 많이 있다. 그러나 논의와 연구를 통해 가능한 곳부터 조금씩 법정의 문을 열어 가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양 대법원장은 취임  초,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을 구호로 내걸었다. 판사가 판결로만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판결문 용어를 쉽게 가다듬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 나서 판결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란이 되는 사건은 재판 당사자가 동의한다면 아예 생중계해 국민이 판단하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러나 재판 중계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상고심이 아닌 지법 · 고법 단계의 하급심은 촬영 등이 사실상 차단돼 있다.

대법원 규칙인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이 재판부의 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지법 ·고법 단계 하급심 재판 시작 후의 촬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정은 상위 법률인 법원조직법 제59조가 재판장이 허가할 경우 법정 안에서 녹화 촬영 중계방송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것과 어긋난다. 하급심 촬영 제한의 이유로 재판 당사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 증인 위축 우려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재판의 공적 기능으로 볼 때 계속 막아놓을 일인지 재검토해야 한다.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막말 시비도 없앨 수 있다. 만약 프라이버시등이 등이 문제라면 당사자의 동의를 받거나 실명 사용을 제한하는 방법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경택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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