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북한 달력 2021년 5월과 김정일의 ’한드레벌 地平線‘

기사입력 2021.05.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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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북한 달력 5월-微信搜一搜 視覺DPRK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2021년도 북한 달력 5월! [농정의 세시대](농기구 든 여인의 그림)가 전면을 장식했습니다. 숫자가 赤色인 날은 없습니다. 그리고 [립하 5.5. / 소만 5.21]도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지구촌 어디에도 없는 달력 속 문장들만 없으면 대한민국의 달력이라고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문장은 [주체25(1936) 5.5.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조국광복회를 창건하시였다. / 주체 105(2016) 5.9.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 조선로동당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되시였다.]입니다.

 

북한 달력 5월에서는 ‘농정(農政)’의 주역인 새세대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그림이 있습니다.이 그림 뒤에 숨어있는 북한의 농업(農業)!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의 농산물 생산이 다소 회복되어 식량 사정이 상당히 개선되기도 했었지만 악화된 농업생산 조건 및 북한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의 식량사정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때 김정일은 농지 개량에 힘썼습니다. 북한의 월간 화보지 <조선> 2011년 5월호는 “한드레벌의 지평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을 보면, “함경북도 태천군에 끝간데 없이 펼쳐진 한드레벌. 해방(1945.8.15) 전 용드레질로 올망졸망한 뙈기논들에 웅뎅이의 물을 한드레씩 퍼서 고달프게 농사를 짓던 곳이여서 그 이름에도 눈물겨운 사연이 담겨져있다. 조선로동당의 웅대한 대자연 개조 구상에 따라 지난날 락후와 빈궁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이곳 한드레벌은 사회주의 땅답게 전변되였다...”(20~21쪽)라고 쓰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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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레벌의 지평선-북한 월간 KOREA 2005년 5월호

 

위 2011년의 기사에는 ‘선군8경’라는 한글도, ‘先軍八景’라는 한자(漢字)도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월간지 <천리마> 2005년 5월호는 ‘아름다운 조국강산’이라는 연재물에서 “선군8경-한드레벌의 지평선”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이 기사를 살펴보면, “선군시대의 복받은 대지에 펼쳐진 천지개벽의 모습이 한가득 실려있는 한드레벌의 절경. 지난날 물 원천이 너무 없어 실개천의 밑바닥을 파헤치고 조금씩 고이는 물을 한드레박씩 길어다가 농사를 짓는 벌이라 하여 그 이름도 한드레벌”(83쪽)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위 기사는 “땅도 달라지고 사람들도 달라졌다. 눈뿌리 아득하게 펼쳐진 한드레벌의 지평선은 경애하는 장군님의 선군혁명 령도 밑에 강성대국으로 치달아 오르는 우리 조국의 자랑스러운 참모습이다. 그렇다. 한드레벌에 펼쳐진 지평선의 절경에도 선군시대가 비껴있어 그리도 아름다운 내 조국의 땅으로, 복받은 대지에 울려가는 천지개벽의 찬가로 길이 전해 갈 것이다.”(83쪽)로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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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레벌의 지평선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자료)

 

‘지평선(地平線)’...“얕고 무거운 하늘이 두껑 마냥/ 하염없는 권태에 시달려 앓는 마음 짓눌러/ 사방 온통 껴안은 지평선으로부터/ 밤보다도 더 슬픈 어둔 별을 쏟을 때.”...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Baudelaire)의 문학세계에 존재하는 ‘지평선’, 그 지평선이 ‘선군8경’ 중 하나랍니다. ‘지평선’을 국가를 대표하는 절경(絶景)으로 선정한 나라는 북한 밖에 없을 것입니다.

 

북한의 <조선> 2005년 5월호도 ‘선군8경’이라는 연재물에서 “한드레벌의 지평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여기서는 “함경북도 태천군에 펼쳐진 일망무제한 한드레벌은 선군시대에 변모된 무수한 벌들중의 하나이다...벼바다 설레이는 청신한 가을날 아침해살이 안개속에 잠긴 벌판으로 퍼져나가 마치 하늘과 땅이 맞붙은 것과 같은 풍경은 황홀함의 절정을 이룬다...과거와 현재가 집약되여있는 한드레벌의 지평선을 오늘 조선 인민은 선군8경의 하나로 자랑하고 있다.”(20쪽)라고 쓰여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천리마>와 <조선>의 글을 읽고 나면, ‘한드레벌의 지평선’이 8경에 선정된 것은 ‘쌀’과 ‘기아(飢餓)’가 배경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대평원으로 변모한 한드레벌의 희한한 전변’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는 2001년에 발간된 <조선대백과사전(23)>에 기술된 “한드레벌에는 정리되기 전에 소가 들어 가 논을 갈수 없는 뙈기논을 비롯하여 무려 1만 3천 130여개의 올망졸망한 논들이 있었다. 토지 정리후 약 1만개의 뙈기논이 없어 지고 3천 200여개로 정리되였다. 논두렁의 길이는 무려 3천 600여리였으나 절반이상으로 줄어 들었다. 이처럼 큰 규모의 규격포전으로 정리됨으로써 한드레벌은 영농작업의 종합적기계화를 실현할수 있게 되었으며 태천군의 주요알곡생산지로 전변되였다.”(578쪽)라는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사가 펴낸 <조선중앙년감 주체90(2001)년>에는 “한드레벌의 새 전설”라는 글에서 주체89(2000)년 1월 24일 김정일이 “눈길을 헤치시고 태천군 은흥리의 한드레벌을 찾으시였다...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시기에 대자연개조사업에서 창조된 이런 기적은 력사에 빛날 경이적인 사변.”(75쪽)이라고 말했다고 기술했습니다. 김정일이 텅빈 곡식 창고들을 채우기 위해 죽는 힘을 다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드레벌’ 입니다.

 

북한의 <아동문학> 주체 94(2005)년 3월호는 “한드레벌의 지평선은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이룩하신 대자연개조업적을 후손만대에 길이 전하는 력사의 중견자, 선군시대창조물”(54쪽)이라고 했습니다. 오죽이나 경제가 어려웠으면 한드레벌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현혹하는 선전선동(宣傳煽動)에 이용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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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덕군 인흥협동농장 벼모판 씨뿌리기- 로동신문. 2021.4.26.

 

2020년 가을, 북한 당국이 군부대 전체에 군량미를 바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량강도 소식통은 “지난 10월 초, 김정은이 표창을 했던 갑산군 주둔 43여단 직속 구분대 군인들이 밤에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농작물 습격에 나섰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지어놓은 강냉이를 싹쓸이해갔다”고 전했습니다. 이쯤 되면 ‘선군’이고 ‘선군8경’이고 모두 ‘헛꿈’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드레벌을 아는지 모르는지...아무리 바빠도 함경북도 태천군에 납시면 어떨는지...북한 백성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쌀‘일 것입니다. 2021년의 북한 농업! 북한의 밭농사 중심의 농업은 현재 사양길(斜陽)로! 우선 김정은이 왜 김정일이 한드레벌의 선군팔경이라고 하면서 돌파구를 농지에서 찾았는지를 파악한다면...북한의 수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백성들을 飢餓에서 구제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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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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