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빈센트 리버'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는 모성애
기사입력 2021.05.10 23:35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21)빈센트-리버_서이숙,강승호.jpg

[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연극 중에서 2인극(1인극도 마찬가지)은 무척 밀도가 높다. 두 배우가 나와 주고받는 대사가 전부인 연극 '빈센트 리버'는 그런 점에서 최근 본 연극 중 난이도 최상인 작품이었다. 무척 어려웠지만 그런 만큼 남는 것도 많았다. 정신 연령이 한 단계 올라간 느낌이다. 

 

사랑하는 아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어머니 '아니타'(서이숙)와 살인 현장을 목격한 청년 '데이비'(이주승)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가 무척 흥미로웠다. 직접 살인 현장을 보여주지 않지만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당시 상황을 추리할 수 있다. 그 점이 신선하면서 흥미진진했다. 아들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숨겨야만 했던 이유와 동성애 혐오가 이 작품 무대인 영국에서도 뿌리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장 네이버, 다음 댓글만 봐도 동성애 혐오 주장이 넘치고, 극우 기독교(나도 기독교지만 기독교 전체가 그런 건 아니다)에선 동성애 말만 꺼내도 이단 취급한다. 그런 점에서  '빈센트 리버'는  흥미롭고 생각할 여지를 많이 준다. 무척 골치 아픈 문제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동성애 혐오다.  

 

(21)빈센트-리버_전국향,이주승.jpg

 

약간 딱딱한 이 작품을 부드럽게 해주는 건 배우들이다. 연극 무대에서 단련된 서이숙은 특유 목소리(약간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좋다)와 압도적인 연기력(대사가 무척 많다)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서이숙 연극 처음 봤는데 TV보다 연극이 어울리는 배우다. 가끔 TV 드라마에서 서이숙을 봤지만 연극 무대야말로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이주승도 연극이 어울린다. 부드러운 모습 속에 감춰진 내면을 폭발하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잘생긴 얼굴과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이주승은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동성애 혐오는 소수자 인권 측면에서 정말 큰 문제다. 한국사회가 아직 보수적이지만 50년 정도 지나면 나아지리라 믿는다. 내가 좋아하는 나라 대만(대만은 2019년 아시아 첫 동성결혼 허용.. 대만 민진당(진보)뿐 아니라 국민당(보수) 의원들도 많이 찬성했다)처럼 점차 변하지 않을까. 동성애 혐오는 인권 의식이 부족해 생긴 문제다. 동성애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인권 교육을 강화했으면 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영국 작품이지만 우리 상황에 대입해도 될 작품이다. 2인극 밀도가 높지만 그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7월 1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관객을 만난다. 전국향, 서이숙, 우미화, 이주승, 강승호가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