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평범한 사람들 연대가 세상을 바꾼다
기사입력 2021.06.0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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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그동안 창작 뮤지컬을 많이 봤다. 보면서 아쉬운 점은 사랑 이야기(난 이런 작품이 좋지만)와 개인의 일상(꿈, 갈등, 가족)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가볍고 밝은 이야기가 좋지만 우리 현실과 멀어져 있어 항상 아쉬웠다. 물론 '벤허', '프랑켄슈타인', '서편제' 등 진지하고 작품성 있는 창작 뮤지컬들이 있었다. 하지만 6월 5일 관람한 창작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처럼 강렬하면서 뭔가 많은 것을 던져준 작품은 드물었다. 야구 방망이로 머리통을 한 대 맞은 느낌이다. 

 

이 작품은 미국이 배경이지만 지금 우리 현실과 닮았다. 광부들과 경영자가 대립하고, 비참한 그들의 일상이 드러난다. 돈도 배경도 없는 광부들 비참한 모습이 비정규직(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이 시대 노동자들과 겹쳐진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모습이다. 경영자 갑질에 시달리고 적은 임금과 불안한 고용 환경. 1997년 외환 위기(IMF) 이후 불안한 고용 환경은 일상이 되었고,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봐도 빈부격차는 눈에 띄게 확대됐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이걸 해결해야 같이 잘사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은 아니지만 독일, 프랑스 정도 사회복지가 갖춰지고, 이스라엘, 핀란드, 대만(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라)처럼 양극화가 적은 나라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무거운 작품이지만 그게 매력적이다. 극 전개도 적당해 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음악이 강하면서 부드럽다. 아주 기억에 남진 않지만 듣기엔 좋다. 특히 부부로 나오는 이건명과 김아선이 부르는 노래는 강렬하면서 슬프다. 두 배우 노련한 연기와 노래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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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배우들도 기억에 남는다. 차별받는 흑인 '라일리'로 나온 안세하(안재욱)은 몸짓만으로 모든 관객을 감동시켰다. 예전 MBC '복면가왕'에서 안세하를 처음 봤는데 목소리가 좋고 인상적이었다. 뮤지컬에서 안세하를 처음 봤는데 앞으로 자주 만났으면 한다. 주인공 '다니엘' 역을 연기한 오종혁도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 좋았다. 아직까지 아이돌 인상이 강한 오종혁이지만 연극, 뮤지컬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낸다. 오종혁과 안세하가 보여주는 호흡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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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광부 '엘레나'로 나온 이상아(동명 여배우가 있는데 그 이상아는 본명이 이민주다)는 2019년 뮤지컬 '그리스'를 보고 알게 된 배우다. 그 때도 인상적이었는데('그리스'는 배우들이 많아서 조금 정신 없었다) '1976 할란카운티'에서 이상아 매력에 빠졌다. 조금 긴장하는 모습만 줄이면(아직 경험이 부족해 그런 듯하다) 좋은 배우가 될 것이다. 불의에 맞서는 당찬 모습이 지금 이 시대 여성들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어쩌면 코로나19 시대 제일 힘든 건 여성들일지 모른다. 일본(일본은 한국보다 남녀차별 심한 후진국)보다는 조금 낫지만 한국도 남녀차별 심한 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같은 일을 해도 남녀 임금이 다르고(대만은 남녀 임금이 같다), 집안 일도 대부분 여자(요즘은 남자들도 하지만)가 한다. 

 

그런 점에서 여성 광부 '엘레나'를 등장시킨 건 유병은 연출(이 작품 극작도 했다)이 잘한 듯하다. 창작 뮤지컬이지만 지금 우리 모습과 무척 닮은 '1976 할란카운티'에 정이 간다. 한 번 공연에 그치지 말고, 꾸준히 무대에 올라가길 빈다. 창작 뮤지컬은 1회용품처럼 버려지는 경우(다 그런 건 아니지만)가 많아 안타까운데 이 작품은 꾸준히 공연됐으면 좋겠다. 이 작품 주제처럼 평범한 사람들 연대가 세상을 바꾼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1990년대는 각종 비리가 많았다. 그 때는 학교에서도 폭력이 난무했다. 지금은 그 때보다는 나아진 느낌이다. 학교 폭력, 성 폭력, 가정 폭력이 그 때보다는 줄어들고(아직 갈 길이 멀지만) 수직적인 문화가 수평적으로 조금씩 바뀌는 과정이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민주화가 수많은 사람들 희생(나는 그 세대는 아니지만)으로 1987년 개헌으로 정치적인 민주화가 확립됐다. 아직 사회, 가정 민주화(아직 권위적인 문화가 많다)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이다. 이 작품 마지막에 악인들이 처단되듯 정의는 살아 있다.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말대로 '정의는 때로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온다'.  

 

극이 무척 진지하고 무겁지만 집중해 보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사회 부조리와 코로나19로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이다.  

 

7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오종혁, 이홍기, 산들(이정환), 안세하(안재욱), 이건명, 김형균, 김아선, 임병근, 김지철(김영철), 임찬민, 이상아 등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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