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박두진의 [7월의 편지(便紙)] & 이육사의 [청포도(靑葡萄)]

기사입력 2021.07.1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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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영어로 7월을 의미하는 July는 고대 로마의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름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이전에는 5번째(fifth)를 의미하는 퀸틸리스 (Quintilis 또는 Qinctilis)로 불렸습니다./ 7월(七月)은 그레고리력에서 한 해의 일곱 번째 달이며, 31일까지 있습니다. 이 달과 그 해의 4월은 항상 같은 요일로 시작하며, 윤년인 경우 그 해의 1월과도 같은 요일로 시작하고 같은 요일로 끝납니다. 400년 동안 이 달은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에 58번, 월요일과 화요일에 57번, 목요일과 토요일에는 56번 시작합니다. 7월의 기온은 북반구에서는 가장 높고, 남반구에서는 가장 낮아, 북반구의 1월 기온과 같습니다. 7월은 11월과 함께 韓·중·日·越 4국의 공휴일이 적은 달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건국 이래 7월에 공휴일이 없고, 대한민국에서는 7월에 공휴일이 2008년 이후로 아예 없습니다.]

 

7월! 혹자(或者)는 말하기를, 7월은 맑고 뜨겁고 건강한 계절(季節), 폭우(暴雨)가 쏟아지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젊음과 열정과 모험을 저버리지 않는 ‘태양(太陽)의 계절(季節)’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일렁이는 파도 위에서 혹은 푸르고 푸른 수해(樹海) 위에서 혹은 가난한 사람이라 외로운 사람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위에서, ’7월의 태양‘은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물론 7월을 다르게 표현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태양‘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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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하층 수증기 유입, 상층제트 등의 위치- 출처,기상청 장마백서.

 

그런데 한반도의 7월은 ’태양‘이 아니라 ’장마‘ 로 시작되었습니다. ’장마‘는 여름철 우리나라에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많은 비를 내리는 주요 강수 현상으로, 이 시스템은 동아시아 여름 몬순(East Asian summer monsoon: EASM)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6월 말경부터 7월 말경까지 약 한 달의 장마 기간 동안 내리는 강수량은 350~400 mm로 연강수량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여름철에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은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 정체전선이 걸쳐 있는 지역에는 강한 남서풍에 따른 습윤한 공기의 유입량이 증가하여 장기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립니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나라에서는 장마, 중국에서는 메이유(Meiyu), 일본에서는 바이우(Baiu)라고 부릅니다.

 

39년 만의 ‘7월 장마’가 시작부터 많은 비를 뿌리며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장맛비는 당분간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며 쉬지 않고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저지대 침수와 산사태 등 피해가 우려됩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에 따르면 장맛비를 내리는 정체전선(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남아있던 차고 건조한 저기압들과 충돌하며 7월 3일부터 일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고, 4일 오후 2시까지 지역별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 218.5㎜, 강원 고성 미시령 175.5㎜, 경남 거제 169.4㎜ 등이다. 주로 산간 지역과 해안가, 섬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렸습니다. 바람도 거셌는데, 최대 순간풍속이 제주 한라산 백록담 초속 36.6m, 전북 무주 덕유봉은 30.4m까지 측정됐습니다. 10분간 평균 최대풍속이 초속 33~44m면 ‘강한 태풍’으로 분류하는 걸 감안하면 순간적으로 태풍급 강풍이 불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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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광주 지역 장대비. 통제선 설치 중-사진, 광주 북구청. 2021.07.06.

 

하지만 장마는 지나게 되어 있고, ‘7월의 태양’이 우리 위에 뜰 것입니다. 청록파 박두진(朴斗鎭/1916~1998) 시인의 “7월의 편지”는 “7월의 태양‘으로 시작됩니다.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려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7월 바다의 저 출렁거리는 파면/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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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는 7월의 청포도.

 

7월이 되자, 인터넷에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등이 올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청년들에게는 거리가 있는 주제이고, 과일이 다양하고 많은 오늘날에는 청포도가 보통의 과일이지만 일제강점기에는 귀한 과일이었습니다. 그 “청포도(靑葡萄)”를 시인·독립운동가 이육사(李陸史/190!~1944)가 노래했습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및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枹)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젹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靑葡萄)

 

망국(亡國)의 설움! 암울한 민족의 현실을 극복하고 해방을 갈망하는 노래 “청포도”! 이 시에서 청신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청포도’와 같은 푸른 빛깔과 ‘흰 돛단배’와 같은 흰 빛깔의 투명한 서정성과 간결하고 응축된 시상의 짜임새에서 온 것입니다. ‘청포도’와 ‘하늘’의 이미지를 ‘알알이’로 연계시킨 이음새가 좋습니다. 자연스럽거니와 이들의 결합으로 형성된 상징성은 매우 다양합니다. 이 시에서 ‘손님’을 시인 자신으로 보고 분열된 한 영혼의 양면성을 지적하기도 하고, ‘손님’을 그대로 객체화하여 민족적 현실의 극복을 염원하는 상징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 시는 ‘청포도’라는 한 사물을 통해서 느끼는 시인의 조국으로 향하는 끝없는 애정과 망향의 아픔·독립의 희망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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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의 7월의 편지 중에서..

 

여기서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Tolstoy/1828~1910)가 71세에 쓴 장편소설 “부활(復活)”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몹시 무더운 7월 날씨였다. 무더웠던 전날 밤의 더위가 가시지 않은 거리의 포석(鋪石)과 집집의 돌과 지붕의 양철판은, 까딱도 않은 무더운 공기 속에서 열기를 뿜어 올리고 있었다. 바람은 한 점도 없었다. 바람이 불어올 때는, 먼지나 펭끼 냄새가 풍기는 역하고 뜨거운 공기를 몰아 왔다. 거리에는 사람이 드물었다. 있더라도 그들은 집 그늘을 골라 걸었다.”/

 

톨스토이의 글이 아니더라도, 여름은 폭염(暴炎)의 계절입니다. 태양(太陽)의 여름은 참 덥습니다. 장마로 시작된 올 여름은 과연 얼마나 더울지...박두진은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압니다. 이 말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은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도 있지만, ”힘은 힘으로 물리침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예견되는 ‘코로나 4차 대유행’도 이열치열로 박살 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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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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