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비발디의 사계(四季) & 2021년의 봄·여름·가을·겨울

기사입력 2021.07.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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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후기 바로크 시대 기악음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탈리아 작곡가의 한 사람인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바이올린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독주협주곡 작품 8.”-사계(The Four Seasons/四季)! 1~4곡으로 각기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각 곡이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전체 12곡입니다. 각 곡에는 해당하는 계절과 연관된 여러 가지 소리와 사건들이 묘사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봄〉에는 새소리, 〈여름〉에는 산들바람 등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사계〉의 이러한 음악 외적 묘사의 시도는 악장마다 맨 앞에 서두로 적혀 있는 소네트 시의 이미지와 생각들로도 나타나 있고, 비발디는 자신의 의도를 좀더 명확히 하기 위해 악보의 적당한 악구에 시구절을 적어놓거나 심지어 '잠자는 염소치기', '짖는 개'와 같이 묘사어들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곡(曲)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제목이 붙습니다. 사계를 구성하는 네 개의 협주곡은 각 계절을 잘 묘사하고 있다. <사계>를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과거만큼 좋아하는 애호가가 적기 때문입니다. 이 폭염(暴炎)의 여름에 감상하면 더위가 잊혀질 것도 같아서 소개합니다.

 

계절(季節)! 기후의 추이에 따라 1년을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눈 시기!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 등 각 계절은 초봄·한여름·늦가을 등으로 세분되기도 하고, 초(初)·중(中)·만(晩)으로 자세히 구분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3·4·5월을 봄, 6·7·8월을 여름, 9·10·11월을 가을, 12·1·2월을 겨울이라고 합니다. 장자(莊子)는 ”밤과 낮은 생(生)과 사(死)와 같고, 봄·여름·가을·겨울은 사람의 일생과 같아 사람의 힘으로는 어떨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라고 했습니다. “봄은 사과꽃의 입김보다 짧고, 여름은 너무 아름다워 지체할 수 없고, 낙엽의 화톳불처럼 빠른 가을, 죽음의 잠처럼 즐거운 겨울.”(E.윌리/야생의 복숭아)라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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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랑하는 프랑스 샤모니 알프스 몽블랑의 겨울.

 

겨울! 2021년 1월 1일 신축년(辛丑年) 새해! 신축년은 육십간지 중 38번째로 신(辛)이 백색,축(丑)이 소를 의미하는 "하얀 소의 해"를 의미합니다. 새해 첫날 북서쪽 찬 공기 영향으로 강추위가 계속, 강원 홍천군 서석에서는 영하 18.3도,,철원 14.3도 까지 떨어졌습니다. 전년(前年) 시작된 2021년 겨울! 제발 코로나가 얼어죽기를 바랬지만, 유난히 기승(氣勝)을 떨쳤던 추위! 추위! 누군가는 추위는 ‘죽음’이라고 하고, 그렇기 때문에 겨울의 추위는 인간에게 종교적인 명상(冥想)을 불러 일으킨다고 했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쓴 S. 베케트는 “오! 행복한 세월”에서 “끝 없는 추위, 영원히 멸망할 수 밖에 없는 추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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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의 조국 이탈리아 알프스의 봄.

 

봄! 봄봄봄! 봄을 노래한 사람들은 무척 많습니다. 누군가는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리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마음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라고!- 시는 “가리마 같은 논길,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가웁다 웃는 종조리, 고맙게 자란 보리밭, 살진 젖가슴같은 부드러운 흙, 마른 논을 안고 적시며 흐르는 물...조국의 대지 위에 존재하는 그 모든 정답고 소중한 것을 매혹적인 화폭으로 펼쳐 보인다.”고 했습니다.       

 

시인 김남조(金南祚/1927~)의 ”봄날“ 중에서- ”해마다 내게선 가을이 최후의 계절이요, 한 해의 마음이 여기서 문을 닫는다. 겨울은 묵언(默言)의 절기, 봄은 겨울이 낳아 준 희열(喜悅)의 아가다. 하지만, 봄은 풍치가 열다. 첫째 봄은 경망되고 소란하다. 말의 정(情)이 한 가지로 헤퍼서 도무지 믿기 어려운 사람을 대할 때의 기분과도 같다. 어쩌면 자홍(紫紅)의 꽃다발과도 흡사해서, 버리긴 아까와도 들고 있으면 이내 그 색조(色調)에 지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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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蓬萊山), 대한민국 금강산의 여름.

 

지금은 여름의 한 가운데 있는 7월 하순(下旬)!. 여름! 여름은 비밀을 간직하기 어려운 계절! 수줍은 처녀들도 여름의 더위 앞에서는 몸 가리가 힘듭니다. 모든 것이 밖으로 열려진 여름 풍경은 외향적입니다. 여름의 숲은 푸른 생명의 색조를 드러내고, 그 숲속에는 벌레들의 음향으로 가득찹니다. 은폐도 없고 침묵도 없는 여름의 자연은 나체처럼 싱싱합니다. 중국의 이백(李白)은 ”백우선(白羽扇)을 부치기도 귀찮다/ 숲 속에 들어가 벌거숭이가 되자/ 건(巾)을 벗어 석벽(石壁)에 걸고/ 머리에 솔바람이나 쐬자“(하일산중/夏日山中)고! 옛날이니 지금이나 여름은 덥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더 덥습니다. 하지만 이열치열(以熱治熱)! 

 

곧 오는 가을! 가을의 고사성어가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의 ‘천고마비(天高馬肥)’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높은 하늘 보고 말(馬)을 연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말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고, ‘살찌는’ 이라는 말도 싫어합니다. 더군다나 ‘맑고 풍요로운 가을’을 얘기할 때는 더 더욱 외면까지 합니다. 등화가친(燈火可親/ 등불과 친하듯 가을밤에 늦도록 책을 읽음)도 ‘별로’인 세상입니다. 그래도 구추풍국(九秋楓菊/ 가을의 단풍과 국화), 추풍낙엽(秋風落葉/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 한상백로(寒霜白露/ 차거운 서리와 흰 이슬) 그리고 황국단풍(黃菊丹楓/ 노란 국화와 붉은 단풍) 등은 거부감이 별로 없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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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강산, 대한민국 설악산의 가을

 

누군가 가을은 전쟁을 치룬 폐허(廢墟)이고, 사라져가는 것이 아니라 침몰(沈沒), 하나의 모반(謀反), 하나의 폭동(暴動), 들판의 꽃들과 잎과 열매와 모든 생명의 푸른 색채(色彩)에 쫓긴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쫓겨서 어디론가 망명(亡命)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은 그 자리에서침몰한다고도 했습니다. 이처럼 춘원과 누군가의 가을 생각은 다르게 마련입니다. 다만 ‘슬픈 폐허의 가을’의 언어(言語)도 ’아름다운 시어(詩語)‘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의 모든 가을의 시(詩)와 노래를 사랑하는지도 모릅니다.  

 

사계! 계절! 지구상에 아름다운 사계를 공유한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4계절이 있는 곳은 홍수, 폭설도 대비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홋카이도 지방은 북반구 제트 기류의 변화 때문에 폭설에 시달리고, 혼슈, 큐슈 쪽은 여름이 굉장히 빨리 오며 해양성 기후 특성 때문에 습하고 자연재해가 잦습니다. 하지만 한반도는 사계가 비교적 평화롭습니다. 필자가 사랑하는 프랑스 샤모니 알프스 몽블랑도 우리의 금수강산(錦繡江山)보다 못합니다. 지금 우리는 폭염(暴炎) 속! 한반도는 사계가 아름다운 자랑스런 땅입니다. 신(神)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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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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