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1회 국제 시낭송 음악회 성료, 시가 울린 대전의 밤

기사입력 2021.11.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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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장주영 대전도시과학고 교사]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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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외국인학교(TCIS) 아트센터에서 11월 25일 저녁. 레미 드 구르몽의 시가 낭송되며 '제 1회 국제 시낭송 음악회'의 시작을 알렸다. 대전에 유학온 외국인들이 모국의 시를 그 나라 언어 그대로 낭송하는 축제의 시간이었다. 


이 행사 주최는 대전예술포럼이며 국제시사랑협회에서 주관하였다. 대전교육청, 대전외국인학교, 대전문인협회, 한중일친선교류협회, 대한적십자 대전세종지사에서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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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예방을 위해 관객을 80명으로 제한한 관계로 행사에 협조한 기관과 예술을 사랑하는 내빈들이 참석했고, 여러 축사가 이어졌다. 훌륭한 통역과 아트센터를 제공한 대전외국인학교 교장 마이클 모이모이는 자신은 미국인이지만 뉴질랜드 마오리족 혈통이라며 '사람이 귀하다. 오늘 여기 함께 하는 모두를 환영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이국적 투박한 내음이 물씬 풍기는 마오리 원주민 시로 축하했다. 한국 원자력연구소 소장이었던 장인순 박사는 '시인은 인간의 애환을 하늘에 전하고,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메신저'라며 힘든 유학시절 Robert Frost의 '걸어보지 않은 길'을 읽으며 큰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마음을 담은 시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한국에서 특별한 추억의 시간이 되길'기원했으며, 전 대전대총장 오응준 한중일친섭교류협회 이사장은 코로나로 얽매인 대전의 외국인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자리라며 도완석 박사가 이끄는 대전예술포럼을 후원하겠다고 했다. 


국제 시사랑협회의 손혁건, 노금선 대표는 오늘 첫 무대를 시작으로 앞으로 외국인에게 한글로 된 시를 외워 낭송하게 하여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시로써 글로벌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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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 낭송은 한국, 중국, 인도, 베트남, 프랑스, 키르기즈스탄, 나이지리아,  남아공, 노르웨이, 카지흐스탄,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등 18개 나라를 대표하는 자국어 시 낭송가들이 번역된 배경화면과 함께 무대를 빛냈다. 또 축하공연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최은정, 제5호 한기복의 소고춤과 장구 연주가 있었다. 한국의 멋을 시와 음악으로 알린 가치있는 글로벌 행사였다.


대전외국인학교 사무처장 죠슈아 전의 세련되고 품위있는 매너와 통역이 있었고, 시인 김종진님의 감성적 사회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언어가 다르다고 시낭송이 무의미하지 않았다. 서양 명절인 추수감사절에 맞춰 치루진 이번 축제는 한국에서 공부중인 외국인들에게 그리운 조국에 대한 시 낭송으로 애국심을 심어주고, 한국의 대중앞에서 공연을 한 잊지못할 추억을 안겨주었다. 그것을 감상하는 우리들도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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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온 발렌틴 이쉬는 빅토르 위고의 '내일 새벽에 동이 트면 '을 완벽히 외워 떨리는 목소리고 무대를 장악했다. 매력적인 프랑스 아가씨 모델같았던 이 유학생은 "오늘 이 경험은 전 인생에 걸쳐 잊지못할 추억이 될거라며 무척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전도시과학고등학교 교사인 나는 대전외국인학교 홍보영상도 관심 깊게 보았다. 배움, 사랑, 리더십을 중시하는 학습 과정과 새로운 경험을 도전하게 하는 다양한 학생 중심 맞춤형 학습이 돋보였다. 서열과 상관없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발견하고 다문화 인종간의 단체생활이 길러 주는 엄청난 글로벌 사회성이 부러웠다. 국공립 특성화고인 우리 학교도 외국 유학생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설도 교사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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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구르는 낙엽을 밟으니 '바스락, 바스락'하다. 일상속 찰나들이 소중한 언어로 바뀔때, 그건 진심어린 시다.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삶의 기쁨을 주는 시! 여러가지 아쉬움과 감동을 안고 늦가을에 떠오르는 아름다운 단어들을 가슴에 묻은채  외국어로 듣는 시 낭송, 특별한 밤을 마무리 한다.

[박민호 기자 bluebea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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