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레베카'

서늘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뮤지컬
기사입력 2021.11.2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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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수많은 뮤지컬을 봤지만 서사, 연기, 노래가 완벽한 뮤지컬은 드물었다. 창작 뮤지컬은 '서편제', 라이선스 뮤지컬은 '레베카' 정도가 완벽한 작품으로 기억한다. 3박자가 완벽한 뮤지컬 '레베카'를 네 번째 보면서 정말 뛰어나고 아름다룬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1막 시작부터 서늘한 느낌이 온 몸을 소름돋게 하고, 아름답고 슬픈 노래는 감정을 뒤흔든다. 배우들 연기는 호흡이 척척 맞고, 코로나19 시국에 맞는 즉흥 대사(정말 재미있다)와 마지막 무대 인사 배우들 노래까지 완벽했다. 무대와 음향은 2019년 공연(그 때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보다 진화했다. 비 오는 장면과 파도 치는 장면, 저택이 불타는 장면은 정말 환상적이다. 그냥 입을 벌리게 된다. 

 

이번 '레베카'는 배우마다 달라지는 연기와 노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본 회차는 에녹(정용훈), 옥주현, 박지연, 최민철(약간 비열한 악역), 류수화(양수화, 박지연과 같이 부르는 노래와 연기가 인상적이다), 약간 어두운 작품을 재미있게 해주는 한유란(무대를 압도한다)까지 배우들 연기와 노래가 최고였다. 2019년 봤던 '레베카' 신성록, 신영숙, 박지연도 잘했지만 27일 봤던 배우들도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특히 '레베카'에서 빠질 수 없는 신비로운 인물 '댄버스 부인' 역 옥주현 성량과 연기에 놀랐다. 낮은 저음과 극강 고음을 오가는 넓은 음역과 자신감 있는 표정(약간 무섭다), 관객을 사로잡는 연기까지. 옥주현은 이제 뮤지컬 배우로 완전히 자리잡은 듯하다. 그동안 옥주현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지난해 뮤지컬 '마리 퀴리' 때부터 서서히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다. 앞으로 옥주현에게 애정 어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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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시작부터 끝까지 서늘함이 지배한다. 하지만 따뜻함이 공존한다. '댄버스 부인' 역 옥주현이 서늘함으로 무대를 장악한다면 주인공 '막심' 역 에녹(정용훈)과 그의 곁을 지키는 '나(I)' 역 박지연이 보여주는 사랑은 무척 따뜻하다. 한겨울 추위를 녹이는 모닥불처럼 '막심'과 '나(I)'가 보여주는 사랑은 애절하면서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가 적절하게 들어가 있는(EMK 작품은 사랑 이야기가 있어 좋다) '레베카'는 관객들이 여러 번 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작품이다. 연약한 여인에서 주체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나(I)' 역 박지연 안정적인 연기와 사랑하는 부인 '레베카'를 잃고 방황하다 두 번째 부인 '나(I)'를 만나며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막심 드 윈터' 역 에녹 분위기 있는 노래가 조화를 이뤄 좋았다. 

 

이번에 에녹, 옥주현, 한유란, 류수화, 최민철, 변희상 등 내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배우들 매력을 발견해 정말 유익했다. 1막이 서늘하다면 2막은 따뜻하다. 마지막 맨덜리 저택이 불타는 장면에선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최근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19가 활활 타는 불처럼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우리 모두 바람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사라진다면 배우, 관객 모두 자유롭게 공연을 보고 소통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어서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27일 공연 마지막 무대 인사 때 배우들이 관객 박수 소리에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슬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뮤지컬 배우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뮤지컬, 연극은 관객과 소통하는 게 중요한데 비대면으로 만나니 배우, 관객 모두 답답했던 시간이었다.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자유롭게 만나는 날이 왔으면 한다.   

 

서늘함과 따뜻함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뮤지컬 '레베카'는 2022년 2월 2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민영기, 김준현, 에녹(정용훈), 이장우, 신영숙, 옥주현, 임혜영, 박지연, 이지혜, 최민철, 이창용, 김지선, 한유란, 류수화(양수화), 김경선 등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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